[Opinion] 이모티콘(emoticon)의 발달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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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
 

 한 친구가 대뜸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밤낮없이 수시로 주고 받는 카톡이 없던 시절,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을 때의 이야기이다. 한창 문자를 하던 중에 친구는 "저녁에 뭐 먹었어?" 라고 물었다. 나는 "치킨." 이라고 보냈을 뿐인데 잠시 후 친구는 전화를 걸어 내게 화가 났냐고 물었다. 내가 친구에게 화가 났던 상황은 전혀 아니었고, 뭘 먹었냐는 질문에 그저 답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가 났냐니... 친구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나는 그 전에 내가 친구에게 보냈던 답장들을 하나하나 읽어보기 시작했다. ‘응’, ‘그러네’, ‘ㅇㅋ’, ‘그래’, ‘ㅇㅇ’. 이외에도 대다수가 짧은 대답들뿐이었다.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어떤 기분인지 이해가 갔다. 나는 나름 질문에 답을 한다고 보낸 말들인데 길고 친절하게 보낸 친구의 문자에 비해서는 정말 성의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한창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린 시기에 친구에게서 그런 답장을 받은 친구는 혼자 속상해했을 것이다.. 대화란 서고 오고 가야 하는 것인데, 친구 입장에서는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었을 지도 모른다.
 

단답.jpg
<단답의 예>
 

 물론 그 때의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시의 나는 리액션이 적고 말수도 적은 편이었는데 친한 친구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분명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할 때는 나의 이런 반응에도 웃으며 재미있게 잘 지내왔는데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던 것일까?

 그 원인은 아마도 ‘문자 언어’ 라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얼굴을 보고 대화 할 때는 말을 하면서 동시에 표정이나 제스처를 함께 사용한다. 같은 “그래.” 라는 말도 화난 표정일 때와 웃는 표정일 때는 느낌이 다르다. 또한 내가 어떤 식으로 말하느냐, 즉 어투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그런데 문자 언어는 오직 글자를 통해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글자를 보고 그 사람이 어떤 기분과 의도로 보낸 것인지 추측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위에서처럼 짧게 답을 보내는 경우 상대방은 화가 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 이후로 나는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 받을 때 조금 더 신경써서 보내려고 노력했다. 말 끝에 웃는 표시를 보낸다거나 친구와는 ㅋㅋㅋ, ㅎㅎ와 같이 장난스러운 말투를 섞어서 딱딱해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 결과 더 이상 문자를 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글로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들은 여전히 문자를 통해서 전달되기는 어려웠다. 

 2010년에 ‘카카오톡’ 이라는 모바일 메신저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 방식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을 제공함과 동시에 카카오톡을 상징하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짧은 대답이라도 상황에 맞는 귀여운 표정이 들어간 이모티콘을 덧붙이면 대화가 좀 더 부드러워졌다. 또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표현이 가능해졌고,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 더욱 풍성해졌다. 캐릭터 자체는 단순하지만 각각이 주는 이미지와 분위기, 표정 등이 달라 상황에 맞게 이모티콘을 쓰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카톡.jpg

 
 이러한 이모티콘(emoticon)이라는 단어는 감정을 의미하는 ‘emotion’과 유사기호를 의미하는 ‘ic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로, 원래는 그림 글자를 뜻하는 일본어 이모지(emogi)를 서양인들이 말하기 쉽게 ‘이모티콘’ 으로 부르면서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 이모티콘이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그 기원은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나 중국 갑골문자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이모티콘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그림을 통해서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모티콘이 여러 감정이나 말들을 대변한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이모티콘만 남발하는 것은 좋지않다.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 이모티콘만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실제로 대화를 할 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식적인 대화가 필요할 경우나 상황에 따라 이모티콘을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이모티콘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본이 되는 글자를 사용하면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을 때 이모티콘을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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