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혼을 울리는 음악회 3, < 오라토리오 갈라 콘서트 >

글 입력 2016.11.08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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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앞면.jpg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초대로 서울오라토리오가 공연하는 '영혼을 울리는 음악회' 세번째 시리즈 < 오라토리오 갈라콘서트 > 무대를 관람하고 왔다. 서울문화재단의 서울메세나 지원사업을 받는 이번 공연은 작품 속에 깃든 작곡가들의 혼과 열정, 그리고 신앙과 음악 업적을 겸허한 마음으로 기리고자 준비된 공연이라고 서울오라토리오에서 밝혔다. 관악구 문화소외계층에게도 공연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 좋은 무대가 어떻게 표현될 지 매우 기대됐다.




 
Program

 1부
  하이든 - Kyrie [넬슨미사, Nelson Mass] 중
  하이든 - In holder Anmut stehn [천지창조, Die Schopfung] 중
  구노 - Gloria [장엄미사, Missa Solemnelle] 중
  멘델스존 - Ich harete des herren [찬송교향곡, Lobgesang]
  멘델스존 - Hore Israel [엘리야, Elijah] 중
  베를리오즈 - Sanctus [레퀴엠, Requiem] 중
  베토벤 - Benedictus [장엄미사, Missa Solemnis] 중

2부
  드보르작 - Fac, ut ardeat [스타바트 마테르, Stabat mater] 중
  베르디 - Sequentia [레퀴엠, Requiem] 중





포스터 뒷면.jpg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번 <오라토리오 갈라콘서트>는 그 자체로 사실상 하나의 미사나 다름없었다. 물론 실제 미사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프로그램의 구성을 살펴보면, 참회하며 자비를 구하는 찬송을 드린 후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대영광의 찬송이 이어지고, 거룩하신 하나님을 끝없이 찬양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특별히 심판의 날을 언급하면서 성도들을 각성시키는 동시에, 심판에 앞서 신께서 너그러이 자비를 베풀어 주실 것을 구한다.



1부의 시작은 하이든 넬슨미사의 Kyrie였다. 천주교도가 아니라도 미사곡을 들으면 익숙할 수밖에 없는 Kyrie Eleison.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을 가진 이 문장만으로 사실상 곡이 구성되어 있기에 가사는 단순하지만 웅장한 금관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충분히 압도적이었다. 관현악의 웅장한 도입부가 끝나고 합창단이 Kyrie(주여) 하고 외치는 순간 나도 자비를 구하는 그 자리에 선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내 주변에서 소음이 계속 발생했는데, 그 첫순간만큼은 마치 예수님을 향해 부르짖었던 그 백성들 중 하나가 된 것만 같았다. 종교음악을 작곡하며 가장 행복감을 느꼈다던 하이든의 그 무게감 있는 아름다움이 잘 느껴지는 곡이었다.

뒤이어 하이든 천지창조 중 In holder Anmut stehn이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하나님의 천지창조 과정에서 수륙이 분리되어 땅에 초목이 무성해진 모습을 보고 천사들이 소리높여 찬양하는 곡이다. 합창단의 목소리와 더불어 가브리엘, 우리엘, 라파엘에 해당하는 독창자 소프라노 김보라, 테너 곽윤섭, 베이스 주현이 무대 위로 나섰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했던 곡이었는데, 주변 소음에 자꾸 주의가 분산돼서 원했던 만큼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다. 개인적인 아쉬움과는 별개로 합창단과 독창자들의 조화로움이 잘 드러난 무대였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찬양한 데 이어, 서울오라토리오는 구노 장엄미사에 속하는 대영광송(Gloria)으로 더욱 찬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잔잔하고 부드럽게 시작하는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와 더불어 둥글둥글하고 아름다운 소프라노 임혜선의 음색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웅장한 합창단의 소리와 독창자들의 조화로운 음성이 높이 계신 주께 영광을 돌린다는 그 가사처럼, 진정 높은 곳에 드려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영광을 돌리는 찬양 중 가장 좋아하는 찬양이 찬송가 125장이다. 한글 제목은 '천사들의 노래가'이지만, 이 곡의 원제목은 바로 Gloria다. 후렴에서 Gloria in excelsis Deo라 노래하는 이 찬양이, 구노의 Gloria를 들으며 계속 생각났다. 청아하고 아름답게 영광을 찬양하는 그 모습이 매우 겹쳤다. 정말 아름다웠다. 

다음으로는 멘델스존의 찬송교향곡 중 Ich harete des herren, 그리고 오라토리오 엘리야 중 Ho:re Israel 두 곡이 이어졌다. 주를 바랄 때 주께서 내 소원과 간구를 들으셨음을 찬양하는 곡 그리고 이스라엘에게 권면하는 곡이었다. 별개의 곡이지만 사실상 그 맥이 이어진다. 주의 성실하심에 대해 소리 높인 후, 그 성실하심에서 벗어나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돌이키도록 부르짖는 선지자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Ich harete des herren에서는 소프라노 임혜선과 알토 문혜경, 그리고 Ho:re Israel는 소프라노 임혜선이 독창자로 무대에 섰다. 이 두 무대에서 소프라노 임혜선의 목소리가 호소력이 짙었다. 그리고 알토 문혜경과 선율을 주고 받으며 무대를 꾸밀 때에도 아름답게 얽혔다.

베를리오즈 레퀴엠 중 Sanctus는 그 뒤에 이어지기에 매우 적절했다. 다시금 미사의 맥과 이어지는, 찬미곡이 나온 것이었다. 테너 곽윤섭이 합창석에 홀로 서서 부드러운 소리로 시작했다. 거룩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테너 독창과 뒤따르는 고운 여성합창의 조화가 절묘했다. 거룩하다고 외치는 상투스 가사로 맺어지는 그 선후창의 조화도 좋았지만 호산나 합창 부분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여리게 시작하는 여성합창의 호산나와 이를 힘차게 뒷받침하는 남성합창의 호산나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그 순간 합창과 관현악의 호산나. 경건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1부의 마지막은 베토벤 장엄미사의 Benedictus로 장식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장엄미사 Sanctus 중 'Benedictus qui venit in nomine Domini'라고 해야 할 것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양받으소서'라는 뜻인 이 곡은 거룩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Sanctus 부분의 마지막 대목에 해당하는 동시에 거룩하심을 찬양함으로써 1부를 맺는 것이었다. 하이든과는 또 다른 무게감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2부의 시작은 드보르작의 성모애가(Stabat Mater) 중 Fac, ut ardeat이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내 마음을 불타오르게 해달라는 간구가 담긴 이 곡은 베이스 염경묵이 독창했다. 느린 이 곡에 담긴 깊은 애상이 관객들에게 느껴지도록 베이스 염경묵은 그 진중한 음색으로 전달하고자 한 것 같았다.

이번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베르디 레퀴엠 중 Sequentia였다. 부속가 또는 연속된 노래라고 불리는 이 곡의 흐름은 Dies irae 심판의 날, Tuba mirum 경이로운 나팔소리, Rex tremendae 지엄하신 왕이시여, Recordare 주여 기억해주소서, Confutatis 저주받은 자들, Lacrimosa 눈물과 한탄의 날 순으로 이어진다. 이번 무대에서는 Sequentia의 전곡을 다뤘다.

베르디의 Dies Irae는 영화나 광고를 비롯해 여러 TV 프로그램에 삽입된 적 있는 아주 인상적인 바로 그 곡이다. 도입부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그 곡. 진노의 날이자 심판의 날인 그 날을 경고하는 도입부와 크게 외치는 합창단의 소리는 그 긴박함과 엄중함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뒤이어 심판의 때가 도래할 때 울려퍼지는 나팔소리를 담아내는 Tuba mirum이 이어진다. 그 후 최후 심판을 앞두고 공의로우신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Rex tremendae, 주 발 앞에 엎드려 자비를 구하는 Recordare로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전환된다. 특히 Recordare에서 소프라노 김선미와 알토 문혜경의 독창이 매우 아름다웠다.

Recordare에서 여성 독창자들의 소리가 주를 이룬 뒤, Confutatis에서는 테너 성영규와 베이스 염경묵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다. 마치 재와 같은 회한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의롭다 칭하여 주시기를 구하는 그 호소는 테너, 베이스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Lacrimosa가 나올 때엔 조금 찡했다. 최후 심판이 있을 그 순간에 긍휼을 베푸시기를 간구한 뒤 아멘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애통하는 그 마음이 선연했기 때문이다.



본 무대가 끝난 뒤에, 서울오라토리오는 드보르작 성모애가 중 Eja Mater 그리고 하이든 천지창조 중 한 곡(곡 제목을 잊어서 기록하지 못했다)으로 앵콜무대까지 마쳤다. 마지막 앵콜곡까지 마친 후 지휘자이자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최영철 감독님이 콘서트마스터를 비롯해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룻 수석주자와 하나하나 악수하는 모습에 비죽이 웃음이 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한 무대였다.




그러나 무대 외적인 것들에서 굉장히 아쉬움이 큰 공연이었다.

첫번째로 티켓을 실제 좌석수 이상으로 뿌리는 바람에 원래 등급의 좌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나도 그 경우에 해당했는데 원래 예정되었던 S석을 받지 못하고 A석으로 앉아야만 했다. 처음에는 아마 노쇼를 생각해 S석 실제 좌석수 이상으로 초대권과 예매표를 확보해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점차 실제 좌석 수 이상으로 표를 만든 것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오라토리오는 객석 점유율이 99%에 육박하는 공연단체다.(KOPIS 공식집계에 의거) 그런 서울오라토리오의 공연에 대해 실제 등급별 좌석 수 이상으로 초대권을 준비한 것은 분명 미숙한 처사다.

두번째로 객석 소음이 정말 많았다는 점이다. 신발을 벗고 발을 앞좌석 팔걸이에 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연 중에 김밥과 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고 핸드폰 소리를 내는 사람, 옆사람과 대화하는 사람, 공연 중에 좌석을 이동하는 사람 등이 있었다. 음악회를 다니면서 이렇게까지 주의를 분산시키는 산만한 객석은 처음 겪었다. 어지간한 소음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데 신경을 긁는 소음과 움직임들이 너무 많았다.




아주 풍성한 프로그램과 뛰어난 전달력을 보여준 독창자들과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이와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소음과 비매너가 뒤섞인 공연이었다.
예당이 아니더라도 서울오라토리오의 무대를 찾아갈 만큼 서울오라토리오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감이 크다. 그렇기에 다음번에 서울오라토리오를 만날 때에는 부디 행정적인 애로사항도, 객석의 비매너도 겪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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