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에서 한 발 물러나 보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문학]

글 입력 2016.1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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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여기 모리 슈워츠라는 사회학 교수가 있다. 사지를 쓰지 못하다가 결국 숨쉬기도 힘들어지는 루게릭병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둔 환자이다. 그런 그가 살아 있는 우리들에게 살아 있음의 의미, 죽어 감의 의미를 들려준다. 그는 마지막 숨을 모아 "우링게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 수 있다."라는 메세지를 보낸다.


  이 책은 모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 서너 달 동안 그의 제자 미치와 매주 화요일에 함께했던 수업 내용이 정리된 것이다. 이 수업의 주제는 '인생의 의미'였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근교의 서재에서 모리 교수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관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이것을 통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된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선전하는 무의미한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타인을 동정하고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또 사는 것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 죽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배우게 된다.


모리 책.jpg
 

  책에서 모리 교수는 죽음을 앞두고 '삶'이라는 굴레에서 한걸음 벗어나 주변의 모든 것들을 '낯설게 보기' 시작하고, 그런 가운데 매일 다른 하나의 주제를 두고 삶에 대한 지혜를 나누어준다.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세상, 자기 연민, 죽음, 가족, 감정, 나이 드는 두려움, 돈, 사랑의 지속, 결혼, 용서, 작별 등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겪는 본질적인 감정과 상황들에 대한 것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책에는 특히 많은 명언들이 있지만 그 중 삶을 살아가며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혹은 언젠가 이러한 고민들에 직면했을 때 조금이나마 물음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을 적어보았다.



1. 나이 드는 두려움
"세상 사람들은 젊음을 강조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젊다는 것이 얼마나 처참해질 수 있는지를 나는 잘 알아. 젊은이들은 갈등과 고민, 결핍이라는 느낌으로 늘 시달리고 자신의 인생이 비참하다며 나를 찾아오곤 한다네.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지. 스물두 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스물두 살만큼만 알게 될거야.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이야.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덕분에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네."


"교수님이 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을 어떻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해요."


"살아가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지를 발견해야 하네. 뒤돌아보면 경쟁심만 생기지. 하지만 나이는 경쟁할 만한 문제가 아니거든. 사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난 세 살이기도 하고, 서른다섯 살이기도 하고, 쉰 살이기도 해. 나는 그때가 어떤지를 알지. 그 세월들을 거쳐왔으니까 말이야."


2. 사랑의 지속
"나는 다른 사람들과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이 있다고 믿네. 그건 상대방과 정말로 '함께'있는 것을 뜻해. 지금처럼 자네와 이야기하고 있을 땐 난 계속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만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네. 지난주에 나눴던 이야기는 생각하지 않아. 이번 금요일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지. 나는 지금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오직 자네 생각만 하지."


3. 돈
"우리 문화는 일종의 세뇌를 하고 있지. 사람들을 세뇌시키려면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한다네. '물질을 많이 소유할수록 좋다! 돈은 더 많은 것이 좋다!' 그 말들이 우리 스스로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만들고 있어. 그러다 결국에는 아무도 다르게 생각할 수가 없게 돼 버리지."


"우리 문화 속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 사이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네. 음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우리가 원하는 기호 식품일 뿐이야. 자신에게 정직해야 하네. 자네에게 진정으로 만족을 주는 게 뭔지 아나?"


"자네가 줄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이네."


4. 후회
모리 교수님이 죽음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잃어버린 친구들이 애석할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싶었을까?'


"미치, 우리의 문화는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도록 놔두질 않는다네. 새 차를 살 여유가 있는가, 고장 난 난방 장치를 수리할 돈이 있는가 등등.....우린 그냥 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해 수만 가지 사소한 일들에 휩싸여 살아. 그래서 한발 뒤로 물러서서 우리의 삶을 관조하며 '이게 다인가? 이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건가? 뭔가 빠진 건 없나?하고 돌아보는 습관을 갖지 못하지."


우리 모두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슈들과 의문 사항들을 적어 내려갔다. 행복, 나이 먹는 것, 자식을 갖는 것, 죽음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분명한 해답은 없었다.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는가? 아니면 자기 안에 있는 '이기적인 아이'만 돌보고 있는가? 전통적인 가치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전통을 쓸모없는 것이라고 거부할 것인가? 성공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소박한 삶을 추구할 것인가? "안 된다" 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한번 해 보라"라고 할 것인가?


요즈음 시중에 어떻게 하면 삶을 현명하게 살 수 있을지 주제로 하는 도서들이 많이 나와있다. 다양한 책만큼이나 삶의 가치를 정하는 일, 삶을 정의하는 방식은 가지각색이다. 죽음을 직면한 사람이 조언할만큼 가치있다고 여겨져서인지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어조로 짜여져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난 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목차별로 여러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잠재되어 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가지치기처럼 생각이 이어졌다. 정의와 모순이 얽혀있는 요즘같은 복잡한 사회에서 무엇이 더 가치있고  옳은 것인지는 자신이 판단할 몫이지만, 만약 그러한 가치들이 혼란스러울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모리 교수가 작별인사를 해야할 때 쯔음 한 말,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
마치 세상은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모리 연극.jpg


<배우 노주현 주연으로 지난 해 연극으로 만들어졌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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