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히로인, 여주인공의 무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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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한 것 같다. 그도 그렇듯이 보통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했을 때 여성보다는 남성을 떠올리기 쉽고, 중요한 주연 또한 남성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스토리상 여성 주연과 남성 주연에게 부여되는 무게감 또한 조금 다르다. 하지만 앞으로는, 희망컨대, ‘여’나 ‘남’과 같은 부가적인 단어 없이 ‘주인공’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양성을 암시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그 대표적인 추세 중 하나로 영웅 만화와 영화,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DC 코믹스와 마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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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슈퍼맨과 함께 DC 코믹스의 영웅 중 한 명으로 유명한 원더우먼 캐릭터는 1941년 처음 탄생했다.


황금빛 올가미와 총알도 막아내는 튼튼한 팔찌, 성인 남성도 이겨내는 강인한 힘을 가진 원더우먼은 윌리엄 몰튼 마스턴에 의해 구상되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그는 DC 코믹스의 컨설턴트로 일하며 수많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폭력성을 다소 해소하고자 여성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후 원더우먼은 주로 tv시리즈에 등장해 사랑, 정의, 평화, 성 평등의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꽤 오래 전부터 배트맨, 슈퍼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름의 긍정적인 정의와 대의를 가진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그렇지만 사실 초기의 원더우먼은 대부분의 남성 독자들에게 이런 대단한 대의로 공감되기보다는 남성 영웅들의 여성 버전으로 만들어져 짧은 유니폼에 드러난 풍만한 몸매와 타고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성적인 의미의 여자 캐릭터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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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 대해서라면 최근 DC의 라이벌로 우뚝 선 마블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어벤져스’ 시리즈 (2012~) 부터 최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2016) 등 마블이 제작한 영화들은 개봉 족족 한국에서 큰 흥행을 이뤘고, 그만큼 한국인들의 관심과 기대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화제와 인기를 끌었던 여성 캐릭터는 어벤져스 중 한명인 ‘블랙 위도우’이다. 그렇지만 캐릭터 설정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영화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스칼렛 요한슨에게 하는 질문들은 다른 남성 주연들에게 하는 질문과는 사뭇 다르다. 그녀가 맡은 블랙 위도우에 대한 캐릭터나 스토리, 연기에 대한 질문보다는 몸매 관리, 화장, 섹슈얼한 이미지 등에 대한 질문이 더 많다. 잡지인 ‘Cosmopolitan’에서는 이런 통상적인 질문들을 꼬집어 반대로 헐크 역을 맡았던 마크 러팔로에게 의상, 운동과 관련된 질문을 물어보고, 스칼렛 요한슨에게는 액션, 연기에 대한 질문을 물어보기도 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마크 러팔로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딸과 조카들을 위해 마블이 더 다양한 블랙 위도우 상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더 이상 영웅 영화들이 남성, 남자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이처럼 ‘영웅’에 대한 기존적인 시야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 성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면서 남자 주인공들을 뒷받침해주는 감초로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영웅적 함의를 담고 있으면서 인간적인 고뇌를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여성 캐릭터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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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원더우먼이 초기에 남성 독자들의 어필을 위해 다소 자극적인 장치로 소모되었다고 해도 당시 여성 해방, 성 평등이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좁기만 했던 여성 영웅의 입지를 점차 넓힌 시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2017년 6월에 개봉하는 “원더우먼”에서는 캐릭터가 어떻게 묘사될지, 대부분의 기존 남성 중심의 영웅 영화들을 뚫고 흥행할 수 있을지 등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또한 마블에서도 여성 영웅의 흐름을 타고 마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영웅 영화인 "캡틴 마블"을 2019년 개봉할 예정이고, 인기가 많았던 블랙 위도우를 위한 솔로 무비 제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 동안 여성 주연의 영웅 영화가 흔치 않았던 만큼, 여성 히어로들의 무게는 생각보다 큰 것 같다. 남성 히어로가 중요한 만큼 어린 딸, 조카들이 보고 자랄 수 있는 강인한 여성 히어로의 탄생 또한 중요하다. 그를 어떻게 다루고, 구상할 것이며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한 가볍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성공에 따라 점차 여성이라는 국한된 이미지, 한정된 스토리를 벗어나 폭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DC와 마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대단한 만큼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변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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