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 날 갑자기 내 몸이 바뀐다면? [문학]

글 입력 2016.11.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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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몸이
늘상 보던 모습과는 다르게 확 바뀌어버린다면?"


 이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여기, 하룻밤 사이에 몸에 큰 변화가 생겨버린 사람들이 있다. 바로 러시아의 자연주의 소설, 고골의 ‘코’와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프카의 ‘변신’ 속 인물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코’의 '코발료프'는 코가 떨어져 나간 채 행방불명이 되어 버리고 ‘변신’의  '그레고르'는 몸이 벌레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가정 하에 소설은 진행되는 점은 같지만, 그 속에서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상이하게 나타나고 이는 궁극적으로 결말까지 달라지게 하는데 어떤 차이점들을 통해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나갔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코’의 주인공인 ‘코발료프’와 ‘변신’의 주인공인 ‘그레고르’ 모두 몸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의 일이라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하지만 당황하고 울분을 터뜨리는 코발료프의 모습과는 달리 그레고르는 덤덤하게 자신의 출근 걱정만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길, 꼬락서니 하고는!” 그는 침을 뱉고 말했다. 
  “코 대신 뭐 딴 거라도 붙어 있으면 좋잖아, 근데 아무것도 없으니....!”

- 고골, '코' 中 -


  ‘그러나저러나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다음 기차는 7시에 있으니, 
  그 기차 시간에 맞추려면 미친 듯이 서둘러야만 할 텐데’

  ‘설사 기차시간에 댄다 해도 사장의 불벼락을 피할 수는 없는 거야. 5시 기차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그 사환아이가, 제시간에 나오지 않은 것을 이미 오래전에 
  사장에게 일러바쳤을 텐데...’

- 카프카, '변신' 中 -



코발료프는 얼른 자신의 코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빠른 행동력을 보이지만 그레고르는 침대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뿐이다. 코발료프는 소설 내내 자신의 코를 찾으러 돌아다니며 자신이 친분을 나누고 싶거나 지위에 대한 발판을 다질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코가 없어진 상황에 분노하며 꼭 찾아내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에 반해 그레고르는 점점 벌레가 된 몸에 익숙해져 나중에는 인간으로써 생각하던 것이 벌레로 변화된 속성의 지배 아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벌레가 되어 간다. 이러한 차이는 그들의 변신이 가지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 변화의 의미   

 러시아어로 코 'Nos'는 거꾸로 쓰면 'Son' 즉, 꿈이라는 뜻으로 언어유희를 위해 고골이 일부러 택한 소재이자 제목이다. 즉 코는 욕망이자 꿈인 것이다. 좀 더 높은 신분에 오르고 싶어하는 코발료프의 욕망이 함축 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고, 코발료프가 극 중에서 보여주는 자신보다 지위가 높거나 아쉬운 사람인 경찰 서장이나 광고주에게는 굽신거리지만 낮은 신분의 이발사, 하인, 마부 등에게는 거침없이 막말하는 태도로 그 당시 러시아 사회의 관료주의적인 모습을 개인에게 투영해 보여주며, 풍자적인 시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코.jpg


 그레고르는 벌레로의 변신을 통해 주변과 사회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게 된다. 누구하나 변해버린 그를 안쓰러워하거나 상황을 타개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면모는 하나도 드러나지 않은 채, 그는 그저 가족들에게는 꾸준하게 돈 벌어다 주는 사람, 회사에서는 영업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일개 사원으로써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그레고르 또한 마찬가지인데, 그 역시 그저 가족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는 것 외에 자신의 별다른 존재의미를 찾지 않고 있다. 한 사람으로서의 소중함보다는 사회라는 쳇바퀴를 돌아가게 하는 하나의 기계적 역할밖에 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며 이렇게 벌레로 변해버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그렇게 고독 속에 갇히게 된다.



# 변화의 결말 
 
 지나친 관료주의와 허세, 여자들과의 노닥거림, 친분 쌓기 등을 통해 욕망을 채워보자 했던 코발료프에게 따끔한 충고라도 해주듯이 소설 ‘코’에서는 그에게 이해 할 수 없는 경험을 준다. 하지만 잠깐의 꿈 같이 이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주어 안도감과 더할 나위 없는 기쁨도 준다. 그러나 변신에서 그레고르의 변화는 비극적인 결말의 시작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부터가 아무도 그것을 꿈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것에 당황하고 놀라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흉측한 겉모습에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꿈이었다와 같은 반전이 없는 씁쓸한 결말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깊게 각인시킨다. 하지만 사실 그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 사실을 감사하게 여기고 앞으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태도를 바꾸려 한다든지, 가족들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인지에 대한 기미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희망찬 결말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벌레로 변하게 된 후 점차 바뀌어 가는 가족들의 태도를 오롯이 받아들이며 견뎌나가야 했던 그가 실제 벌레처럼 짧은 수명으로 일찍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그레고르의 벌레로써의 완전한 변신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변  신.jpg
 

  고골의 '코'와 카프카의 '변신'은  주인공 개개인의 변신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 고골은 지나친 관료주의 사회의 타락과 부패, 지위에 따른 차별, 신분 상승 욕망 등을 사라져 5등 관료가 되어 도망간 코와 그것을 쫓는 코발료프를 통해 풍자적으로 바라보며 신랄하게 현실을 묘사해내고 있다. 반면에 카프카는 끝내 그레고르를 사람으로 되돌리지 않고 벌레로써 죽음을 맞이하게 함으로써 각박한 현대의 사회 속에서 진정한 존재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냉소적 시각을 바탕으로 소설을 완성하였다. 두 소설은 비록 세부적으로 그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에는 다양한 차이점이 존재다르다. 하지만 신체적 변화라는 소재를 비현실적 상상력을 토대로 현실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 백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은 사회의 모습 속에서 우리에게도 큰 의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되었기에 두 권 모두 권하고 싶다.


[김현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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