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나간 그를 애도하며 '코끼리 가면' 움직씨 출판사 [문학]

퀴어 그리고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코끼리 가면' 이야기
글 입력 2016.11.0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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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씨 출판사
코끼리 가면
노유다 글그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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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노유다
쓰고 그린 이
임술년에 갑자로 태어났다.
문예창작학과에서 시와 소설을 전공했다. 유령작가로 십 년을 쓰며 그늘에서문장을 배우고 닦았다. 어린 시절 이름은 헤경. 사라진 그를애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남은 인생은 강물처럼 유유자적 부드럽게 살고 싶어 유다로 이름을 바꾸었다. 쓴 책 가운데 아현동 재개발과 도시 이주민 이야기를 다룬 햇볕동네에 마음을 쏟았다. 곧 나올 것이다.
 
나낮잠
이끌고 고친 이.
무오년에 무자로 태어났다.
문예창작학과에서 시와 소설을 전공했다. 유령작가와 십 년을 살며 그늘에서문장을 가르치고 이끌었다. 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오래 글을 뱉어 내지 못했다. 헌 옷 입은 아이들이 자기 옷을 부끄럽지 않게 여길 만한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곧 쓸 것이다.
 
 

 책을 한권 구매하였다. 코끼리 가면이라는 책으로, 작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함께 풀어간 마치 동화와 같은 하지만, 현실의 부당함을 담은 어둡지만 희망적인 그러한 책이었다.
 코끼리가면은 무려 '10'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오는책으로, 움직씨의 공동 창립자이자 작가인 유다는 실제 친족, 아동성폭력 피해 생존자로 침묵을 강요하는 원가족, 폭력 피해로 인한 병증과 싸우며 그러한 과정에서 책을썼고, 이 책은 일종의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로에세이가 아닌 실제 사실에 입각하여 쓴 기록 문학, 강렬한 구성의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유다의이야기는 그늘진 현대사 속 여성의 고통을 집약하고 있으나, 고통을 그저 어둠으로 기록하지 않고 그 너머의강한 힘을 발견해 가는 삶의 여정으로 이야기를 풀었고 또한 퀴어이자 생존자로서 배우자와의 새로운 가족 구성이 어두운 터널 혹은 낭떠러지 너머의삶을 가능케 하는 희망임을 말한다. 아동 성폭력피해 경험을 기억하는 글쓴이가 직접 그림을 그렸고, 2016 문학공감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우수상 또한 받았다.



움직씨 출판사를 소개하자면 


 정체성 ,다양성을 담은 독립출판사로, 대형 출판사 중심의 시장 생태계에서벗어나 창작자의 눈과 손으로 여성 소수자 어린이의 깊은 목소리를 담아내려하고있으며, 움직씨란 쓰다, 찍다, 걷다 등 움직임(동사)을 담는 순우리말 입니다.

움직씨 로고는자음 ㅇㅈㅆ를 상형화하여 ㅇ에 평화 상징인 비둘기 발을, ㅈ에 퀴어 상징인 역삼각형을, ㅆ에 여성 염색체 XX를 담은 것으로 이러한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최근 독립 출판계에 소수자성을 드러내는 꽤 많은 회사들이 분발하고 있는데 그 중 움직씨는 다년 간의 출판 편집인, 작가, 글쓰기강의 경력을 바탕으로 한글 문학을 창작 발굴하고 서늘한흰 그림자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인문 예술 실용서를 만들고자 합니다.



본문 내용 중
 

뜻밖에 강물이 맑았다. 조개껍질이바닥에 어룽댔다. 물 위로 내 모습이 일렁였다. 물에 비친얼굴이 짙은 잿빛이었다. 이마와 볼에 여러 겹 주름이 팬 코끼리 얼굴이었다. 가면을 쓴 것처럼 보였다. 강물은 또 우물로 생각되었다. 바깥벽에 이끼가 낀 우물로 보였다. 사람 손길이 떠난 지 오래되어을씨년스러운 우물 안에 어린 여자아이가 모습을 비추어 보는 것이었다. “들어 줘.” “?” 나는 놀라 물었다. “넌내 얘길 안 듣잖아.” 우물 벽에 부딪히듯 아이 목소리가 여러 겹으로 울렸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아이가 애써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고 연약하리만치 가여운 아이가 잊을 수 없는 상처를 껴안고 어른이 되었지만,그 아픔을 꽁꽁묶어둔채로 있다 결국 큰 병이 되어버렸다. 몸과 마음까지 잠식해 엉망이되는듯발현되는 병은 주인공을 괴롭게 하지만, 그 괴로움 속에서 마음속에 묶여있던 그녀 과거의 이야기가 다시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녀의 아픔과 마주보게 한다. 코끼리가면이 그 매개체가 되어 과거의 어린 자신의 이야기로 빠져든다.


"더 이상 나는 놈들을 만나지 않는다요컨데 나는 내가 선택한 이름편히 쉴 집사랑하는 가족과 어울려 살 자격이 충분하므로나는 코끼리 가면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듣는 너와 새로 꾸민 집에서 살고 있다우리는 심야 만두집에서골목에서우연히 스치듯 만난 사이일 뿐인데 너는 피붙이들보다 나를 걱정하고 살핀다. "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가장 끔직한 경험을 안고서 어른이 되어야했던 작가의 상황이 무척이나 슬펐다. 물론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감히 그 괴로움을 말할 수 없겠지만, 결국그녀에게 크나큰 고통과 말도안되는 논리를 내세웠던, 가족을 가장한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이 찾은자신만의 가족을 만나 그녀의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나에게도 무척이나 울림을 주었다. 책에서 나오는코끼리에 관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졌는데, 그녀 스스로 자신의 아픈과거를 이야기를 통해 아름답게끝맺을 수 있게 된것같아 나까지 따뜻해졌다. 더불어 성소수자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러한 퀴어문학이우리나라에 많아졌으면 하고, 이를 통해서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다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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