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 사랑한다면 이들 처럼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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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하면 떠오르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흰 설원 위에서 'おげんきですか(오겡끼데스까)'를 외치며 이 세상에 없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한 여인,
배 위에서 양팔을 뻗고 있는 여자와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있는 남자의 모습,
외투 하나를 함께 뒤집어쓰고 빗속을 내달리는 남녀.
 
 이 모습들은 모두 명작으로 꼽히는 로맨스 영화들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영향력 있는 영화들은 이렇듯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무언가'를 대표할 만한 장면들을 남긴다. 그 장면들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두고두고 회자되며 그 '무언가'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단순히 재미로 영화를 볼 수도 있지만, 영화란 이렇듯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있다.
 
  '노트북'이라는 영화도 많은 사람들에게 로맨스 영화의 명작으로 인식된 작품 중에 하나이다. 내가 이 영화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쯤인데, 영화관에서 명작들을 다시 재상영하는 것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최근 노트북을 다시 상영하게 되었다. 보고 싶던 영화였던 터라 망설임 없이 티켓을 예매한 후,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들을 느끼기 위해 영화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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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은 관객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보여주고,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다. 요즘 우리가 접하는 사랑은 어쩌면 가볍고, 짧고, 쉽게 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TV나 영화에서 이혼한 부부의 모습이나 배우자를 배신하는 모습들이 일상적으로 그려지고, 사랑을 주제로 쓴 노래 가사에서도 비교적 가벼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런 모습들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흐름은 우리가 소위 '썸'이라고 부르는,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전을 지칭하는 단어가 등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썸이라는 개념이 있기 전에는 연애를 시작하기 전의 미묘하고 복잡한 과정들까지 사랑을 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이 등장하면서 남녀간의 호감이나 사소한 사건들을 재고 따지며 연애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연애에 관한 고민 중 상당 부분이 썸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시대가 변했고, 사랑에만 전념하기엔 너무나 바빠진 젊은이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쨌건, 오래된 로맨스 영화들을 보고 현실의 로맨스와 동떨어진 것으로 느끼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나 또한 평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많은 매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사랑을 진짜 사랑이라고 믿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무언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17살의 순수하고 지고 지순한 사랑을 보며 함께 설레다가, 현실에 부딪혀 헤어져야만 했던 가슴 아픈 순간에 같이 마음 졸이고, 헤어져있는 동안 사랑이 더욱 견고해지며 결국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모습에 함께 기뻐했다.
 물론 스토리 관점에서 보았을 때 첫 눈에 반한다던가,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지고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요소들은 흔한 로맨스 영화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고 와 닿았던 이유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진실되게 사랑했기 때문이다. 헤어져있는 동안 각각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했지만, 결국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현실로 인해 외면했던 자신의 진심을 깨닫고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그들은 다시 되돌아간다. 경제적 혹은 여러 상황적 요인으로 인해 사랑을 포기하거나 현실적 결혼을 택하는 시대에 이런 순수한 사랑의 모습은 허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고 바래왔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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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은 치매가 된 아내에게 매일 같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억을 되돌리려 노력하고, 아내는 그 이야기가 끝나면 잠시 기억이 돌아와 눈시울을 적시며 그를 꼭 안아준다. 잠시 후면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 갈 아내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누구보다 애틋해 보였다. 아내가 다시 모든 것을 잊어버렸을 때 눈물 짓는 남편의 모습에서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나이가 들어서도 나를 저만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랑이 가능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영화 마지막에 두 사람이 한 침대에 누워 두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세상을 떠난 장면은 아름다운 사랑의 결말을 말해주는 듯 했다.
 
 자극적인 영화들 속에서 10여 년이 지난 영화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것은 결국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비록 죽으면 쉽게 잊혀질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영혼을 바쳐 평생 한 여자를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한 인생입니다. " 할아버지가 된 남자주인공 노아가 영화 초반에 한 말이다. 더 깊이, 진실된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깊이 새겨 따르고 싶다. 나이가 들어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다시 이 영화를 다시 볼 날이 기다려진다.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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