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전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 [시각예술]

불확실성, 연결, 공존 그리고 나의 생각
글 입력 2016.11.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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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개관1주년 기념전

'불확실성, 연결과 공존'
전시 후기 겸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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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6일 수요일 오랜만에 전시장에 갔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내가 유일하게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미술관으로 내가 개관할 때부터 줄곧 관심을 가진 곳이다. 이 곳이 벌써 1주년을 맞아 기념전을 한다. 사실 저번에 한 기획전은 좀 실망스러웠던지라, 이번 개관 1주년 기념전을 하는 것을 알긴 했어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보는 미술잡지에서 이 기념전 대한 홍보 리플렛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니까 어떨지 호기심도 생기고, 또 가깝기도 하니까 결국은 가게 되었다. 음 역시 전시 마케팅도 전시 내용 못지 않게 꽤 중요하다는 걸 나 스스로 또 깨닫는다...  아무튼 매 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무료 관람이라는데, 내가 간 날이 우연히 그 날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기분이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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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제 2 전시장 입구 벽면에 쓰여진 문구인데,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잘 보여주는 것 같아 본격적인 후기 작성 전에 첨부해보았다. 전시는 총 3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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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제 1전시관. 전시장을 들어서자 제일 먼저 레일 위에서 한 방향으로만 '편도여행 하듯' 움직이는 달걀들이 나를 반긴다. 이 작품은 이창운 작가의 '편도여행'이라는 설치 작품이다.
 달걀들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이 보였지만, 결국 레일을 벗어나지 못하고 똑같은 경로만을 반복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가끔 레일에서 떨어져서, 혹은 일탈하여(?) 저렇게 사진과 같이 떨어지는 달걀들도 있었는데, 그래봤자 떨어진 곳은 계란판 위. 작가는 '왜 이런 삶이어야 하는가?'라는 작가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반복적이고 일률적인 기계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는 달걀은 오늘날 사회시스템 안에서의 우리와 닮아있는 모습이다. 
 이 작품말고도 1 전시관에는 영상과 사운드 작품도 있었는데 그 작품들 모두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작품에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감상하는 것들이었다. 이는 작품과 관람객이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타자와 주체가 되는 일종의 경험을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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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제 2전시관. 나는 2전시관이 전시장 통틀어 가장 인상깊었다. 무엇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확실히 읽히고 이해되어, 내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위는 각각 은신처, 앙상블이라는 작품이다. '은신처'는 본래 자연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도시 속에서 생존하는 선인장의 모습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식물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와 성질이 재정립된다. 인간의 지배 속에 본래의 생존 환경을 잃어버린 선인장의 모습은, 어쩌면 정말로 '은신처'에서 은신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딱딱하게 시멘트로 박제되어 굳어버린 선인장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기에도 충분했다. 작품 설명에서 작가는 시멘트 선인장들이 설치된 '위치의 다름'을 통해 그것의 유의미함을 나타낸다고 한다.

  '앙상블'은 전시장 내 붙어있는 설명을 100%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글을 인용하자면, 이 작품은 무대를 둘러싼 사회적 시스템을 은유하고 있다고 한다. 흘러나오는 몰락한 권투선수의 독백 음성을 통해 관람자가 서있는 링 밖의 공간이 진정한 삶의 무대임을 깨닫게 한다는 것. 나는 설명을 떠나 이것을 감상할 때 어떤 굉장히 극적인 느낌을 받았다. 커텐이 쳐진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면 저 작품만이 덩그러니 있는데, 외국어라 알아 들을 수 없는 남성의 음성이 나오고, (후에 설명을 통해 몰락한 권투선수의 독백임을, 또한 어떤 내용인지도 알게 되었다.)  작은 경기장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마냥 빛이 강하게 비춰있는 모습이었다. 빛을 받고 있는 경기장 말고는 너무 깜깜해서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어떤 남성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지니 꽤 으스스한 느낌까지 들었다. 한편으로는 저 링에서 있었을 법한 격렬한 전투들이 상상이 되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링 밖의 서있는 나의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런저런 상상과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나의 '삶'까지도 돌아보게 되는 작품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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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간 제 3 전시관은 세 전시장 중 가장 작은 공간이다. 충분히 흥미로웠던 첫 전시관을 지나 더욱 인상 깊게 2전시관을 관람하고 막 나온지라, 다음 전시장에 있는 작품에 대한 기대가 한껏 커져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커져버린 것일까! 마지막 전시장의 작품들은 이전 전시장에 비해 조금 별로라고 느껴졌다. 이는 미디어, 설치 작품을 특히 좋아하고, 상대적으로 사진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도 조금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원'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만큼, 지역 사회와 관련한 작품이 있는 것은 좋았다.

 위 사진처럼 과거와 현재의 수원의 공간들을 콜라주처럼 합성하고 중첩해 놓은 사진 작품들이 몇 개 있었다. 이 외에도 교가와 관련된 지역사회 영상 작품도 있었다. 이 역시 시간 변화에 따른 '상대적인 존재'인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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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주제의 큰 맥락 안에서, 즉,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과 우리 인간과의 연결성, 그리고 공존, 또한 끊임 없이 변화하는 우리의 '불확실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작품으로 구현해놓은 전시였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환경과 삶에 대해 의문을 품고, 관람객에게 메세지를 던지고 있었다. 평일 낮에 가서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관람이 용이했던 점도 좋은 평을 남기는 것에 한 몫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최대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해보려 하고, 단지 그 의도가 뭔지 알아내는 것이 아닌 나의 삶에 연관시켜서 이해해보려 노력했던 날이었다. 
 전시 제목처럼,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지금에, 꽤 괜찮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류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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