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 럭키> : 당신의 인생은 Lucky합니까?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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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3일 개봉 후 연일 코미디 영화의 신기록을 경신하며 572만 관객을 돌파한 럭키를 봤다. 럭키는 10년 만에 영화감독으로 돌아온 이계벽 감독의 복귀작이자 감초, 주조연으로 사랑 받았던 유해진의 첫 주연 영화이다. 럭키는 2012년 개봉한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럭키만 단독으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원작과 비교하면 추가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이 글에는 럭키와 열쇠도둑의 방법에 대한
다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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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Luck - Key. 2015
개봉/ 2016. 10. 13
개요/ 코미디, 한국
러닝타임/ 112분
감독/ 이계벽
출연/ 유해진(형욱), 이준(재성), 조윤희(리나)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적으로 본다면 럭키와 열쇠 도둑의 방법 모두 코미디 영화다. 두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완벽한 킬러가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지면서 병원으로 실려가게 되고 무명배우가 킬러의 탈의함 키를 주우면서 많은 돈과 멋진 자동차를 얻게 된다. 킬러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킬러는 무명배우의, 무명배우는 킬러의 삶을 대신 살게 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다. 리메이크 영화이니 두 영화는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럭키가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큰 비중을 뒀다면, 열쇠 도둑의 방법은 서사 구조에 비중을 두고 잔잔한 웃음을 추가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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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키와 열쇠 도둑의 방법 차이점 세 가지


1. 다른 여주인공의 직업

 럭키의 캐릭터 면에서 주요 인물은 3명으로 압축할 수 있다. 킬러 역의 유해진, 무명배우 역의 이준, 구급대원 역의 조윤희가 그들이다. 유해진과 조윤희가 영화 내에서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원작인 열쇠 도둑의 방법에서는 구급대원이 주요 인물이 아니다. 여주인공은 잡지사 편집장인데 이 여성이 킬러 콘도와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두 인물이 만나는 계기도 다르다. 럭키에서는 킬러가 퇴원할 때 병원 수납처 앞에서, 열쇠 도둑의 방법에서는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 앞에서 둘은 우연히 마주친다. 두 인물의 만나는 개연성을 따지자면 럭키가 우세하다.


2. 기억, 음악 그리고 청부대상

 영화 럭키가 시작하면서 관객들이 처음 접하는 장면은 킬러 형욱의 모습이다. 한 인물을 살해하고 자동차에서 노래를 듣는 장면. 그 장면에 나온 노래는 1970년대 후반에 발매된 함중아 작사작곡의 그 사나이다. 함중아는 2011년에 개봉한 범죄아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메인노래 풍문으로 들었소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 사나이라는 노래는 후반부에 형욱이 기억을 되찾게 되는 계기로 작동한다. 이와 비슷하게 열쇠 도둑의 방법에서도 콘도가 처음 킬러의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 클래식이 들려오는데 이 노래 또한 후반에 그가 기억을 찾는 매개체가 된다. 노래로 기억을 되찾게 된다는 구조는 같지만 노래의 장르가 다르다. 기억을 되찾은 뒤 킬러와 무명배우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만 자신의 청부대상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은 두 영화 모두 같다. 청부대상에서 차이가 있는데, 럭키에서는 기업의 비밀을 고발한 여인이, 열쇠 도둑의 방법에서는 킬러가 죽인 사람의 애인이 목표물이다.


3. 영화 속의 형욱의 배우 역할 비중

 두 작품 모두 킬러가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이 배우지망생이라고 믿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간다. 원작에 비해서 럭키는 이 부분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유해진은 과거 자신이 무명배우에서 지금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했던 노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펜을 물고 윗 몸 일으키기, 대사를 베껴 쓰기 등 현실에서 유해진이 직접 실천했던 방법이다. 그 결과 원작에서는 부자연스러웠던 부분인 이 부분은 럭키에서는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온다. 또한 럭키는 영화 속에 새로운 영화를 찍는 구조로 유해진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효과를 줬다. 유해진의 연기력은 연일 진지하지만 그 안에서 관객들은 웃음을 느낀다. 특히 전혜빈과 키스씬 전에 유해진의 진지한 대사를 듣고 그녀가 너무 무섭다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계벽 감독이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고른 이유가 여기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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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키의 아쉬운 점 세가지

 열쇠 도둑의 방법은 우치다 켄지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일본영화로 제 36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각본상, 제 3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할레쿨라니 황금 난초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한국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인 럭키에는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1. 한국의 특수성 인식 부족

 킬러인 형욱이 기억을 잃어버리지만 한국 만큼 국민의 정체성이 국가적으로 확립된 나라는 없다. 주민등록증에는 주민번호 뿐만 아니라 사진과 지문이 함께 등록돼 있다.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할지라도 형욱이 재성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한국의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전개 방법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영화의 끝에서 형욱과 재성 모두 연기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럭키의 결말을 봤다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거대 기업의 사람들을 왜 고려하지 않는가. 그들 앞에서 죽음을 연기했던 둘이 영화배우로 영화에 출연한다면 럭키라는 세계관이 무너지지 않는가.


2. 이준과 임지연 에피소드 매력 부족

 유해진의 첫 주연 영화인만큼 유해진이 등장하는 형욱의 에피소드 매력은 높다. 허나 이준과 임지연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영화의 집중을 떨어뜨릴만큼 매력이 없다. 극 초반은 유해진의 연기력으로 영화가 통제되지만 이준과 임지연 역할 비중이 높아지는 후반부에서는 유해진의 통제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몰입도가 떨어진다. 연기력이 아니라 시나리오로 승부를 봐야하는 영화 후반부 클라리막스에서는 이준과 임지연이 럭키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사실 대중들은 아수라를 접하면서 배우만으로 영화를 완성시키기는 힘들다라는 사실을 깨달았겠지만 럭키도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다.


3. 극 후반부 매력의 부족

 코미디 영화의 한계일 수 있지만 럭키의 경우 형욱이 기억을 되찾으면서 암살자의 모습 비중이 매우 낮다. 보는 입장에서 감독이 서둘러서 영화를 끝내려고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형욱의 직업이 킬러가 아니라 암살 의뢰 대상을 살려주는 제 2의 인생 설계자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본론까지 탄탄한지만 결론이 없는 글을 읽는 기분이다.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킬러라고 생각했던 형욱이 킬러가 아니라는 점. 이 점이 가장 크지만 결말을 맺기에는 역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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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럭키는 기존의 식상했던 코미디 영화와는 다르다. 억지로 웃기려고 했던 기존 코미디 영화와는 다르게 억지 웃음이 거의 없다. 영화 내내 유해진의 연기는 진지하고 관람객들은 그 속에서 웃음을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고급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 코미디를 넘어 영화 속에서 타인의 삶을 통해 느끼는 자신 인생의 소중함은 럭키를 좀 더 의미 있게 만든다. 특히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재성이 형욱의 삶을 살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재성의 삶을 살면서 꿈과 사랑을 느끼게 된 형욱의 이야기는 영화 관람의 가치를 만든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자신감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하찬은 인생은 없고 모든 인생에는 의미가 있다고, 우리를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는 영화 럭키는 코미디 영화 이상으로 우리 곁에 남지 않을까.


글의 마지막은 유해진의 말을 인용해서 말하고 싶다. 


"하찮은 인생이란 없다는 것을
신파처럼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담백하게 던져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뭔가 시골집에 다녀올 때 
슬쩍 주머니에 차비를 찔러주는 듯한 그럼 느낌 있잖아요." 


[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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