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라틴아메리카, 현실과 환상 그 경계선에서 [문학]

라틴아메리카 현대문학을 말하다.
글 입력 2016.10.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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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전역은 물론이거니와 미국과 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라틴아메리카의 붐소설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는 한국의 독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하다. ‘문학은 늘 어렵고, 라틴아메리카의 문학? 너무 먼 것 같아 관심도 잘 안 간다.’가 한국인이 생각하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현주소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주제를 택한 것은 물론 전공자로서의 관심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들의 전에 볼 수 없던 독특하고도 이국적인 문학세계가 괜히 친근한 느낌이 드는 이 의문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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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아메리카의 붐소설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이전, 1940년대 이미 프리붐이라고도할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문학계의 태동이 시작되었다. 보르헤스, 후안 룰포, 까르뻰띠에르 등의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걸출한 작가들은 세계 문단계와 지식인들로부터 이미 인정받고 있었고, 이는 이후에 일어나게 될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의 붐을 알리는 전조였다.

  제국주의 아래 오랜 기간 동안 서구열강의 지배를 받아온 라틴아메리카는 혁명과 독립의 과정에서도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오랜 식민지배로부터 독립 이후에도 계속되는 부패의 현실에서 라틴아메리카의 내부는 점차 곪아갔고 사람들은 그저 무기력한 삶을 영위할 뿐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은 이시기 오히려 파란을 일으켰다. 작가들은 그저 위선적이고 무책임한 정부와 종교에만 비판의 화살을 겨눈 것이 아닌 이러한 체제에 순응한 채 아무런 노력하지 않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행동과 삶의 자세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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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경향은 60년대가 되어 더욱 가중되었다. 일부 지식인들에게 읽히던 소설이 민중정책으로 인해 점차 대중화되면서 독자층이 더욱 두터워졌고 라틴아메리카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까지 큰 유행이 되었다.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백년의 고독>,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의 저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등의 작가도 세간에 스타작가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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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이제 붐소설의 탄생 배경을 넘어 문학요소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다. 문학, 음악, 미술 등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라틴아메리카는 토속적이면서도 비현실적 공간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러한 느낌이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를 설명할 때 유난히 환상적, 마술적이라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기도 하며 이러한 이미지는 그들의 정체성을 정의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을 일컫는 ‘마술적 사실주의’ 라 라틴 문학의 주요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그 정의를 쉽게 내리긴 쉽지 않다. 그들의 소설을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비현실적 이야기가 계속해 이어지고 결국 작품의 배경이 현실 공간인지 비현실의 공간인지 조차 모호하게 해버리는 양상을 띄는데 그것이 바로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바이다.

  붐소설의 작가들은 사실주의를 지양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역설과 유희를 반복하며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비현실적 공간은 아니다. 즉, 작가들은 비현실은 또 다른 현실을 구성하는 현실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를 깨우쳐 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것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닌 더 큰 현실을 인지할 것을 당부한다.

  애써 정리를 하려니 더욱 어렵게 느껴지지만 중요한 건 앞서 언급했듯 이 기사를 기획하게 된 동기와 관계가 있는데, 마술적이고 환상적인 이러한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왠지 우리 정서와 그리 멀지 않은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그들이 그려낸 작품 속 사건들이 우리의 과거와 묘하게 닮아있다. 토속적인 배경과 사회적 부정부패와 탄압의 역사적 배경은 멀고도 먼 라틴아메리카와 우리를 정서적으로 연결시키는 한편, 60년대에 비교해 지금에도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그들의 현재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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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은 이미 너무 많고 물론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가까워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현대 소설들을 읽어보고 어쩌면 가장 미지의, 상상의 세계였던 그들의 세계를 접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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