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밥의 의미! 밥의 의미? , 연극 밥을 먹다.

글 입력 2016.10.2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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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의미!
밥의 의미?
연극 밥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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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밥을 먹다는 개인적으로 참 많이 기대했던 연극이었습니다. 관객과 음식을 나누고 그를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는 기획의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밥'은 한국인에게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합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매일 먹는 삼시세끼처럼 일상적인 행동이면서도, '한번 밥이나 먹자'는 인사에서의 의미처럼 관계나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특별한 행동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연극에 바로 이 지점을 기대했었습니다. 밥이란 원초적 소재를 통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강하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관객과 소통을 하겠다는 기획의도에서 연극에서 밥의 일상적인 의미와 특별한 의미 모두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떄문입니다.  특히나 특별한 의미는 그 관계가 '관객'을 향해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연극은 제 기대와는 약간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밥의 의미!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밥의 의미'에 대해서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연극은 강주가 밥을 차려먹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어, 강주가 밥을 먹으며 우는 장면에서 끝이 날 정도죠. 그만큼 연극은 수도없이 '밥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죠. 그렇게 수도 없이 나오는 모든 '밥' 장면은 결코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강주 삼촌이 혼자 끓여 먹는 라면이나, 알바에서 얻어온 반찬들로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는 강주의 모습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죠.  가족간의 대화가 가장 많을 때 또한 '밥을 먹을 때'라는 점을 보았을 때, 삼촌과 강주가 계속해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보통 연극에 비추는 장면은 '일상적인' 순간이 아닌 '특별한 순간들임을 감안할 때, 연극이 얼마나 '밥'의 일상적인 의미를 강조하고자 했는지가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상적인 '밥'만 나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임스 리가 강주 삼촌에게 죽을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이나, 지하방 사람들이 다같이 파티를 열 때 등. 종종 밥은 특별한 '이벤트'로서 기능하기도 했습니다. 죽을 통해서 강주와 삼촌의 갈등이 풀어지고, 둘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으며 파티를 통해서 그 순간만큼은 지하방 사람들이 하나가 되었으니 말이죠. 실제로 '밥'이란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일상적일 때고 특별할 때고 함께하는 것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연극 내에서의 '밥'은 그저 식사의 의미도, 관계의 의미도 모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밥'의 모습을 통해서 연극이 '밥'으로써 무언가를 의미를 형성하고자 노력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연극은 연극 내에서 최대한 '밥의 의미'를 살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연극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밥의 의미?

연극은 기획의도에서 '먹방, 쿡방' 즉 푸드포르노를 언급합니다. '그런걸 바라보며 정작 본인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먹고있지 않은지'를 말하죠. 이를 말하며 연극은 자신들은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연극은 푸드포르노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푸드포르노는 계속해서 먹는 것을 전시합니다. 시청자는 그를 보며 식욕을 돋구죠. 하지만 시청자와 방송은 스크린으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푸드포르노'가  성립됩니다. 그들은 음식을 먹는 것을 '보여줄' 뿐이기에, 그 안에 관계나 소통의 의미는 들어있지 않는 거죠. 단지 식욕을 돋구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갖지 못하는 것입니다.
연극에서의 '밥'도 이 지점에 있었습니다. . 물론, 연극 내에서 인물들은 '밥'을 통해서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같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획의도에서 연극 내에서와, 관객 두 가지를 향하고자 했던 '관계'에서, 결국 관객은 배제당했습니다. 관객은 연극에서 '일상적인' 밥의 의미는 느낄 수 있어도, 관계라는 '특별한' 밥의 의미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푸도프로노와 같았던 거죠.

 연극은 계속해서 '밥을 먹는' 장면을 전시합니다. 실제로 앞에서 요리도 하기에, 관객은 그 요리의 모습과 소리와 냄새를 계속해서 보고 듣고 맡죠. 연극 내내 관객들은 배우들이 요리하고 먹는 것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이는 파티 장면에서 극대화 되어 아예 객석 가까이 쪽에 평상을 깔고 그 위에서 대구탕을 끓이죠. 인물들은 이를 먹으며 평가하고, 관계를 맺습니다. 이 장면에서 연극은 '관객과 음식을 나눕'니다. 그저 동전만한 주먹밥 하나로 말이죠. 그 순간 저는 이것이 '먹방 쿡방을 보며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상황'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관객은 그들이 밥을 먹는 것을, 또 밥을 통해서 관계를 맺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연극에서도 관객은 지켜볼 뿐이란 점을 생각하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적으로는) 무대와 관객이 분리될 수 밖에 없는 '연극'이란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기획의도와 연극의 연관성이었습니다. 저는 기획의도를 보며, 연극의 특성 상 음식을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텐데 어떻게 음식을 나눌까에 대해서 고민했었습니다. 그 방식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또한 함께 음식을 먹으며 무대와 관객과의 벽이 허물어지고, 함께 있는 관객들과 배우들과 '관계'를 형성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을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더라도, 함께 '밥을 먹고 있다'는 그 감각 자체가 줄 친밀감을 말입니다. 평소 푸드포르노를 보며 허무함을 느껴왔던 만큼 더더욱 그런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 연극에선 전혀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관객과 음식을 나누는 장면은 아무 고민 없이, 누구나 예상 가능한 방법으로 진행됐습니다. 연극 '밥을 먹다'에서 계속해서 강조한 그 '밥의 의미'가 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관객과의 '음식 나눔'은 그저 '음식을 나눴다'는 말 그대로의 의미만을 가졌을 뿐, '함께 밥을 먹는다'는 그 오묘한 의미를 갖지는 못했으니 말입니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을 제작진이 한 선택치고는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을 통해서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로서는 전혀 기능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무능하고 가부장적이고, 가끔은 강주에게조차 폭력적이기까지 한 '삼촌'을 가족,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봉합하고자 하는 모습도 유쾌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기획의도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그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그러한 실망감 때문에 몇몇 밥을 먹는 장면에선 '꼭 밥을 먹어야 하는 장면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만큼 말입니다. 또한 지금은 폐지 된 프로그램 '잘먹는 소녀들'이란 예능을 볼 때 처럼 무대라는 편안할 수는 없는 장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밥을 먹어야 하는 배우들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했고 말입니다. 밥의, 밥에 의한, 밥을 위한 연극이었으나 정작 관객은 거기서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선  제가 생각했던 '밥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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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기에 더욱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물론, 그렇다고 '밥을 먹다'라는 연극의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밥'이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너무도 일상적인, 푸드 포르노를 통해서 더더욱 만연해있는  '밥'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연극 내에서 요리를 하는 장면들도 푸드포르노의 그것처럼 화려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해먹는, 일상적인 것들이라 더욱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에서 완성된 채로 보여지기만 했던 '밥'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 '밥'의 일상적인 특별함에 대해서 다시금 느끼게 되기도 했고 말입니다. 제가 기획의도를 보고 너무 기대했던 나머지 실망도 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그만큼이나 기대할 만큼 좋은 기획의도를 가진 연극이니만큼 더더욱 고민해 정말이지 '밥'을 통해 관객과도 소통할 수 있는 , 연극 내 뿐 아니라 밖까지도 '밥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극을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올, 정말 '밥'을 통해서 연극을 하는 그 공간 전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그 날을 감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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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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