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연극 ‘스톡홀름’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신작 연극 '스톡홀름'!
글 입력 2016.10.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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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121번째 문화초대
: 연극 ‘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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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아를 위한 위로의 노래


 ‘일기장’같은 연극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자유로이 써져있는 일기장처럼 내가 했던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자유로이 하는 연극을. 요즘은 고민은 이랬다. ‘내가 아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거나 ‘나는 정말 뭘 알고 있는 걸까?’라는 것들에 대한 물음인 셈이다. 어쨌거나 이는 곧 나란 사람에 대한 물음과 고뇌일 것이다.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란 사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일기장 같은 연극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가득했다. 그리고 나의 일기장은 연극 ‘스톡홀름’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스톡홀름’은 여러 면에서 일기장과도 같은 연극이다. 우선 내용적인 면에서 ‘스톡홀름’은 가사의 햄릿과 자칭 거트루드와, 일명 크로디어스와, 선왕 햄릿의 그림자와, 나르시시스트 오필리어의 허깨비쯤 되는 존재들의 두서없고 부조리한 대화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이렇게 언급하면 얼핏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연극적 변형으로 생각되겠지만, 그런 극적 서사와는 거의 무관하다. 이는 통념적 의미의 서사를 무시하며 이들이 외치고자 하는 방향으로 극은 흐른다. 또한 ‘스톡홀름’은 연극적 플롯도, 서사도 없다. 그저 ‘생각이 가는 대로, 감각이 이끄는 대로; 그 무엇에도 자신을 속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 한다.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배우를 보고 있자면 그들과 함께 호흡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떼아뜨르 봄날 식 리듬과 언어를 즐기다 보면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이 온몸을 타고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느낌은 곧 우리가 이제껏 당연하다고 느낀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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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에 서있는 열 한명의 배우는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동시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한다. 술에 취한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연극은 곧 우리의 내면으로 들어가 가장 근원적인 고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에 대해서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이를 풀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강박증, 나의 문제가 아니면 ‘사소한 일’로 전락하는 타인의 문제들. 스톡홀름을 향해 걸어가는 길 위에는 언제나 여러 문제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인간은 문제를 앞에 두고 이를 풀어야 할지, 그냥 둬야할지 끊임없는 고민을 한다. ‘문제, 과연 풀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해 ‘스톡홀름’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뜨겁게 표현한다.
 
 ‘스톡홀름’은 한국과 거리가 아주 먼 도시다. 거리가 멀다는 것, 어쩌면 닿기 쉬운 곳은 아님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실도 마찬가지다. 진실은 근처에 있지만 갖은 거짓말과 모순들로 인해 다가가기 어렵다. ‘스톡홀름’은 ‘천안함 피격사건’이라 불리는 2010년 3월 26일의 어느 날을 묘사하기도 한다. 어느 날 밤, 이 땅의 46명의 서러운 어머니들의 생떼 같은 아들들이 백령도 앞바다에 수장됐다. 그리고 6명은 지금도 생사를 알 수 없다. 진실 또한 도처에 난무하는 뻔한 거짓말들 사이에 묻혀 알 수 없다.

 그 누구도 사랑을 할 때, 사랑이 갖고 올 아픔과 우울과 허전함을 꿈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분명 상대방에게 아픔을 주고, 일방적인 경우에는 우울과 허전함을 가져다준다. 사랑이 가지고 오는 것이 기쁨과 행복보다 아픔과 슬픔이 더 크다면 그 누구도 사랑을 위해 이 한 몸 바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분명 아름답지만은 않다. 사랑에서 아름다움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사랑은 모든 문제를 가져 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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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톡홀름>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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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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