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플룻과 피아노의 부드러운 만남, 필립윤트&프레디켐프 듀오 콘서트

글 입력 2016.10.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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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조지 리 피아노 리사이틀 이후 두 번째로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을 찾았다.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와 피아니스트 프레디 켐프 두 사람의 듀오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개인적으로 플롯 소리를 공연장에서 듣는 것은 처음인지라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다.

표트르 차이콥스키 사계, 작품번호 37번

intermission

요하네스 브람스 수호천사Guardian Angel
프란츠 슈베르트 ‘시든 꽃’ 주제에 의한 변주곡


 2시가 되자 프레디 켐프의 차이콥스키 <사계> 독주가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1월에서 12월까지 매달 특색에 어울리는 시를 선택해 그 성격을 묘사한 표제 음악 작품으로 대부분의 곡에 러시아 민요를 활용했다고 한다. 프로그램 노트에 달마다 간략한 설명이 되어있어 계속 읽으면서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푸시킨에서부터 코리체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들의 시를 바탕으로 한 곡들은 대체로 각 달, 계절에 어울리는 분위기와 느낌을 풍겼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6월 뱃노래’였다. 


 

 프레시체이프의 시를 바탕으로 여름에 물가에서 뱃놀이 하는 정경을 그린 6월 뱃노래는 프레디 켐프가 연주했기에 더 와 닿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 곡을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걸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가 피아노 건반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 내리누르는 모습과 그 때 울리는 피아노 소리의 묵직함이 이 곡이 가진 우수에 찬 선율을 깊이 있게 전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자연히 안개가 뿌연 강가에 홀로 조용히 떠있는 배의 모습이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50분 정도에 걸친 프레디 켐프의 독주가 끝나고 난 뒤, 본격적으로 필립 윤트와 프레디켐프의 듀오 무대가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브람스 앨범에 실린 12곡과 슈베르트의 <시든 꽃>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는데 내겐 두 번째 곡이 더 인상깊었다.
 <시든 꽃>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슈베르트가 빌헬림 뮐러의 연작시를 텍스트로 삼아 작곡한 곡 중 하나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에서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이별한 청년이 자살을 결심하는 가사와 매우 밀접하게 작곡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였을까,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약간은 어둡고 슬픈데가 있었다. 하지만 이 곡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단지 슬픈 선율때문이 아니라 이를 전달하는 필립 윤트와 프레디 켐프의 연주때문이었다.  
 
 우선 처음으로 공연장에서 들어 본 플롯의 소리는 생각보다 따뜻했고 구슬펐다. 악기 연주를 듣는 다기 보다는 연주자의 숨소리를 듣는다는 느낌이랄까. 특히 곡의 초반부에는 플롯 연주가 굉장히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는데 높은 음에서 낮은 음까지 넘나드는 화려한 기교는 기교대로, 조용하고 잔잔한 선율은 또 그 선율대로 플롯 자체의 따뜻한 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뒤를 뒷받침하는 프레디 켐프의 묵직한 피아노 소리는 필립 윤트의 부드러운 플룻 소리와 맞물려 감미로운 조화를 이루었다. 이렇듯 두 사람이 주는 소리의 느낌은 <시든 꽃>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가진 어둡고 슬픈 선율을 잘 표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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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시간에 걸친 콘서트 내내 필립 윤트와 프레디 켐프는 가을이라는 계절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부드럽고도 무거운 소리를 통해 마음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조지 리의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만났던 클래식이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불꽃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을 통해 만나본 클래식은 잔잔한 파도로 내게 다가왔다고 해야하나. 여전히 클래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클래식 공연에 발걸음을 들여놓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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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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