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소] 문화예술공간으로 또 하나의 문화, 그리고 예술을 가꾸다_문화역서울284

글 입력 2016.10.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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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문.단.소는 과거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여관. 문화예술의 치열함으로 뜨거웠던 여관. 하지만 오늘날 문화예술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보안여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보안여관은 다양한 문화예술의 보금자리가 되어줌과 동시에 스스로 문화예술을 꿈꾸며 ‘여관’이라는 기존 공간의 특성과 그것이 오랜 세월 거쳐 온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독특한 모습을 갖추어나가고 있었는데요, 이번엔 ‘역’이라는 장소에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문화역서울284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noname01.jpg▲ -구글 이미지 발췌
 

  우선 서울역의 시작은 1922년, 일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동경대 교수 일본인 쓰가모토 야스시의 설계를 바탕으로 지어져 본래 경성역이었던 이곳은 일본이 만주뿐만 아니라 모스크바, 베를린까지 연결하여 자신들의 야망을 위한 거점으로 삼으려 했던 곳이었지만 패전으로 인해 그 야망은 실현되지 못합니다. 광복 이후 경성역은 서울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그로부터 오랜 시간동안 우리나라 교통의 요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4년 1월 새로운 민자역사가 신축되면서 구 역사는 결국 역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되었으나, 2011년 원형 복원 공사를 마친 후 오늘날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역'이라는 공간에 집중하다.
 
 구 서울역이 지닌 정체성은 정말 복잡다단합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아픈 역사를 표상하는 장소인 동시에 르네상스부터 비잔틴까지 여러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양식을 띠고 있으면서 우리나라의 대표 역사로써 가장 핵심적인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문화역서울284는 그 무엇보다도 ‘역’이라는 공간이 갖는 이미지에 집중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253375867160.jpg▲ -구글 이미지 발췌, 드레스덴 기차역
 

 역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허술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역을 찾는 이들이 오고가는 입구, 기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플랫폼들. 모두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기 바쁜데 반해 역은 그 어떤 장소보다도 자유롭고 또 많은 문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잣집 도련님이든, 외국인이든, 노숙자든 누가 이 곳을 드나들더라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로 역시 역이 가진 이미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역의 드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그 속의 소리, 분위기, 내음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물자가 그 길을 타고 드나들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역은 많은 이야기들의 시작인 동시에 끝이며, 우리의 것인 동시에, 다른 것들과도 끊임없이 부딪히는 공간입니다. 바로 이러한 역의 이미지에 착안한 듯 문화역서울284는 말합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역동적이고 개방된 복합문화공간”
“다양한 문화예술이 창작되고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공식 출범”
  “다양한 문화가 교차되는 역으로서의 의미 계승”
“다양한 생활문화의 생산거점이자
철로가 가진 네트워크로 연계되는 문화역으로서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전시, 공연, 강연, 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 사업 추진”


 개방적인 공간이자 교차점으로써 많은 것들이 들어오고 또 빠져나가는 ‘역’의 공간적 특성을 그대로 살려 문화예술에 열려있는,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역’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문화역서울284. 그들의 노력은 2011년 이후 그들이 차근차근 걸어 온 발자취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습니다. 


▪ 아트플랫폼2-공간을 깨우다(2014)
 
 감시를 주제로 한 <아트플랫폼2- 공간을 깨우다>는 문화역서울284이 장소 특정적 연극 분야의 최고 연출가인 트리스탄 샵스를 초청해 진행했던 시즌프로그램입니다. 공간의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장소 특정적 공연은 예술가와 관객이 고정된 무대와 객석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연출가와 참여 예술가들이 만들어 놓은 연극적 공간에 관객 또한 작품 및 공간의 일부로 참여하면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는 예술의 한 형태입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펼쳐진 트리스탄 샵스 연출의 <아트플랫폼2-공간을 깨우다>는 연극, 무용, 마임 등 실연예술 분야의 아티스트 30명이 함께 구 서울역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으며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이동하면서 작품을 완성해 나감으로써 그 속에서 관객은 보는 것과 동시에 감시당하는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 빛에 대한 31가지 체험(2015)

  <빛에 대한 31가지 체험>은 우리가 무언가를 보기 위해 항상 이용하는 빛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빛을 통해 보는 세상과 예술작품을 살펴보고자 문화역서울284가 기획한 전시입니다. 이 전시에 참가한 한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탈리아, 대만, 벨기에, 헝가리 등 총 8개국에서 초청된 작가 31개 팀은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혼합매체, 가구 등 장르에 관계없이 빛에 대한 자신만의 고찰을 관객들 앞에 자유롭게 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림자 조각만들기, 카메라 옵스큐라 만들기, 장노출로 서울역의 밤 촬영하기 등을 통해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web1_중앙홀_하이브_아이리스.p.jpg▲ -하이브, 아이리스.p
 
web5_이상진의-라이팅토크1.jpg▲ -이상진의, 라이팅토크1
 
web6_하지훈_자리.jpg▲ -하지훈, 자리
 

▪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2016)  

  올해 봄, 문화역서울284는 전시와 더불어 공연, 영화, 워크샵, 토크쇼 등 여러 분야를 총망라하여 이상적 세계, 상상의 공간, 다시 말해 무릉도원에 대한 주제로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 <복숭아꽃이피었습니다>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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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듣고, 피부로 느끼는 감각의 정원을 거닐다”라는 타이틀을 내건 전시 파트에서는 위로 솟아오르는 폭포라든지 풍선나무, 판타지 소설을 시각화한 장면을 보여주는 비디오 화면 등 상상의 세계를 눈앞에 펼쳐놓은 듯한 작품들을 담아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아, 전쟁, 난민 등으로 인한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팔찌, 관객이 직접 쓴 글을 직접 낭독해 녹음 파일을 소장할 수 있는 부스 등으로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관객의 참여도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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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및 워크샵 역시 전시와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 채워졌는데요, 한 가족과 함께 문화역서울284를 자유롭게 탐방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호주 극단 원스텝의 공연부터 시작해 오케스트라 연주와 DJ테크닉을 접목시켜 클래식을의 대중화를 꾀하는 가브리엘의 공연, 직접 제작한 동물조각과 인형으로 동물들의 세계를 꾸려낸 팀 스푸너의 공연에 이르기까지 공연과 놀이, 강연과 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교차하는 실험적인 문화예술들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문화역서울284는 예술가들이 직접 퍼포먼스의 제작 과정이나 문화예술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워크샵을 마련하여 보다 심도 깊은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더해 <복숭아꽃이피었습니다>의 주제에 어울리는 영화들을 프로젝트 기간 동안 꾸준히 상영하고 토크쇼를 진행하는 등 문화역서울284는 다양한 문화예술로부터 유토피아에 대한 각양각색의 접근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렇듯 문화역서울284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들 사이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고 역사 전체를 활용한 트리스탄 샵스의 장소 특정적 공연에서부터 회화, 사진 등 장르를 불문하고 오로지 빛이라는 틀 안에서 문화예술을 모아놓은 전시, 그리고 더 나아가 전시, 공연, 영화 토크쇼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이상적인 세계를 그려낸 <복숭아꽃이피었습니다>까지. 문화역서울284는 꾸준히 경계를 허무는 일들을 해 나감으로써 '열린, 교류의, 실험적인 문화역’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탄탄히 쌓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내부를 리모델링하고 현대식으로 바꾸어 대관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래 기존 공간의 특성, 그것이 역사적인 맥락이든 공간의 기능적인 면이든지 간에 그것을 살려 독특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렇게 흔하지 않은 일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주는 보안여관, 그리고 문화역서울284. 그들이 가꾸어나가는 문화 공간 자체만으로도 또 하나의 문화예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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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문화역서울284 홈페이지 https://www.seoul284.org/
네이버 지식백과(구 서울역사의 연혁)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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