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성애에 대해 말해 볼 필요가 있다 [시각예술]

We need to talk about Kevin(2011)
글 입력 2016.10.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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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2011)
We need to talk about Kevin
감독 : 린 램지 (Lynne Ramsy)


감독이 선천적 사이코패스 이론을 지지하고 있고, 그에 대한 영화라는 것을 듣고 선천적 감정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의 입장을 표현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시작했을 즈음엔 실망감이 가득했다. 일단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너무 달랐으며 적어도 나에게 있어 파격적인 요소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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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조슈아]라는 영화는 케빈에 대하여와 상당히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 산후우울증을 버티지 못하고 아이에게 제대로 대해주지 못하는 어머니. 조슈아는 그렇게 문제를 풀지 못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의 부모님은 둘째를 임신하게 되는데. 온 가족의 사랑과 축복을 받는 동생을 보며 조슈아는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서 끝내 큰 사건 직후 자신이 인정을 갈구하는 대상인 삼촌과 살게 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솔직히 이런 ‘사이코패스 탄생기’와 같은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익숙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케빈에 대하여가 특별한 이유는 사이코패스의 감정 선에만 집중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케빈에 대해 되짚어 보는 구조가 잘못하면 범죄 옹호 영화로 전락할 수 있는 지점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죄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남겨진 자’의 존재를 두어 누구의 입장에 서 있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태도를 취하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만 보아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 이 생각은 영화의 원제목에서 충분히 묻어난다.)
 

"케빈에 대해 말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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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에바의 입장에서 영화에 집중했다.
여성은 어머니이기 전에 한 인간이고, 모두가 어미에게 바라는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녀의 양육이 잘못 되었고, 애초에 피임에 부주의 했던 태도는 변명할 여지없는 잘못이지만, 과연 이런류의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이 에바 뿐일까?
 
프랭클린은 다정함이 몸에 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으로 모든 것이 바뀐 상태에 혼란스러운 에바의 우울보다도 아이를 낳아 기쁜 자신의 감정 하나에만 취해 있는 모습을 보인다.
 
에바는 어리석은 여자는 아니다. 둘째를 기르는 모습만 보아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도 아니다. 갑작스레 바뀐 상황에 당연히 적응하지 못 하였을 뿐이다. 모성애를 앞세워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기보다 이런 에바의 상태에 주변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과연 당신의 아들이 일부러 저녁약속이 있음에도 당신이 보는 앞에서 만찬을 먼저 즐기고, 고의적으로 악의를 띄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인다면 어떤 태도를 취할까? 아마 당신은 에바보다도 더욱 잔인한 모습을 비추게 될 것이다. 물론 내 입장이 편파적이라는 건 알고 있고, 케빈의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하는 장면도 여전히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사람들이 영화로 하여금 [모성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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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네이버영화 


  케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항상 사고 직후 당연하다는 듯 에바의 얼굴을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살인 직후 경찰에 잡혀가는 순간에서도 어떻게 알고 에바의 얼굴을 살핀다. 뿐만 아니라 어릴 적 단 한번 읽어주었던 로빈 후드를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간직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어떤 평론가는 에바를 질문하지 않는 여자, 케빈을 대답하지 않는 아들로서, 에바는 아들의 본성을 혐오 했지만, 결코 궁금해 하지 않았다고 평가 했는데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보려 했던 에바에게 있어 케빈의 악에 대해 무관심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쉽사리 되지 않았을 뿐.. 그리고 케빈 또한 자신에게 폭력을 사용했던 모습이 에바의 ‘본심’이라고 생각했기에 모성이란 탈을 벗고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내포된 악의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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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면에서 영화의 결말은 적절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전에 살던 모습처럼 그녀는 더 이상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곁에는 사랑스런 딸도 남편도 없을 뿐만 아니라 종종 마을사람들의 괴롭힘도 있지만, 이런 최악의 끝에 서서야 비로소 케빈과 제대로 마주섰고, 이 때야 말로 어떠한 감정적 교류가 일어났다.
 
첫 시작에서는 붉은 페인트 투성이이던 집이 막바지에 다다라 깨끗이 닦아진 모습처럼, 그녀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면담을 하는 장면에서 비로소 속셈이 있는 행동이 아닌 진심이 담긴 말을 내뱉는 케빈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진심이 겨우 두려움일 지라도 이 장면에서 서로를 부둥켜안는 모습은 더욱 시간이 지난다면 그제야 [이해]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말하면 꼭 언급해야 할, 노래와 장면묘사의 케미가 대단하다.
특히 Lonnie Donegan의 Hma 'n' egg와 에바가 차를 운전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우울한 상황 및 가사에 대비되는 밝은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또한 대학살 직후 케빈이 체포당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가사는 가관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사운드트랙을 꼭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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