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장으로 살펴본 6권의 일본현대소설 [문학]

글 입력 2016.10.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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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문장으로 살펴본 6권의 일본현대소설 [문학]
 
문장을 통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의미를
제 나름대로 해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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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시모토 바나나키친
 
주인공 미카게가 유이치의 집에 약 6개월을 머물며 마지막 혈연인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상처에서 거의 벗어나게 되었을 무렵, 에리코는 미카게에게 다음과 같은 자신의 인생철학을 들려준다.
 
미카게는 얘기하면 알아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말하고 싶어졌어. 나도 유이치를 껴안고 키우면서 알게 된 일이야. 힘든 일도 많이, 많이 있었어. 진정으로 독립하고 싶은 사람은 무언가를 길러보면 좋아. 아이라든가 화분이라든가 말이야. 그렇게 하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지. 거기서부터가 시작인 거야.”
 
>>사람이란 상황이나 외부의 힘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때문에 진다. 더 이상 절망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을 맛보고 거기서 진정한 내면을 발견해야 자신이 가는 길을 정할 수 있다. 미카게는 절망 끝에 유이치와 돈까스 덮밥과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임을 깨닫는다. 나 같은 경우 학교 내에서 책비평, 잡지, 사회활동, 공모전활동... 등 해보았다. 여기서 알았다. 내가 잘하는 분야는 대학 안에 없다는 것을... ‘공부로는 정말로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내가 잘하는 분야는 대학 밖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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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라카미 하루키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중에서, 라디오 NEB <팝스 텔레폰 리퀘스트>에 보내온 한 청취자의 사연의 일부이다.
 
"병원의 창문에서는 항구가 보입니다. 매일 아침 저는 침대에서 일어나 항구까지 걸어가 바다냄새를 가슴 가득히 들이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합니다.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이 왜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라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침대 위에서 생을 끝낸다고 해도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 건강하세요."
 
 
>>죽음은 불쑥 찾아온다. 보통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쫒아 취직을 꿈꾼다. 그러나 17세 소녀는 취직, 결혼 개념이 없다. 내일 죽을 수 있는데 의미를 찾아봐야 의미 없다. 17세소녀는 미래의 계획이 없다. 지금 이 순간 바다 항구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뿐이다. 그것은 바로 살아있음이다. 호흡함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싶은 것. 그게 다다. 세상은 그것이 전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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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미리가족씨네마
 
유미리의 가족씨네마, 주인공 모토미가 화가 후카미의 방을 나와 이전에 후카미와 함께 갔었던 초등학교 교정을 홀로 찾아 가는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끝난다.
 
"네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 돌고, 바로 또 모퉁이를 돌아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지 왼쪽으로 돌아야 하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 다리는 자신 있게 오른쪽 모퉁이를 돌았다.
어머니가 어느 날 차 안에서 한 말이 여권에 찍힌 도장처럼 떠올랐다. <이걸로 너도 혼자가 된 거야, 집을 빠져 나온 거라고.>
문을 밀자 그냥 열렸다. 아무도 없다. 교정도 건물도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지금도 봄방학중이라는 사실이 숨이 답답할 정도로 가슴을 죄었다.
교정에 쌓인 벚꽃 잎은 비에 더러워져 회색으로 보인다. 벚나무에는 꽃잎이 겨우 몇 장 달려 있을 뿐이다.
그네에 앉았다. 발로 지면을 차자, 건물 유리창에 반사된 석양이 내 움직임을 따라 춤을 추었다 색채가 번져 뿌예지고 뒤에는 음영만 남았다.
3월의 끝, 뜨뜻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교정에 잔물결을 일으켰다. 뒤꿈치로 흔들리는 그네를 멈추게 하였다. 그러나 발치에서 모래가 움직이고 썰물 같은 바람에 떠밀려 갈 것만 같아 나는 바람과 타협하기 위해 몸을 흔들었다."
 
 
>>벚꽃은 더러워졌다. 그네는 멈췄다. 벛꽃 잎은 지고 회색으로 변했다. 다시 분홍색으로 되지 않는다. 잎은 겨우 몇 장 달려 있을 뿐 다 떨어졌다. 다시 붙을리 없다. 후카미와 모코미의 관계도 가족과의 관계도 더러워지고 멈췄다. 관계는 다시 회복해 돌아갈 수 없다. 가족은 한 번 깨지면 다시 돌아 갈 수 없다. 어머니 말대로 모코미는 혼자가 되었다. 자신을 도구로 보는 후카미나 친밀하지 않은 가족을 벗어나 '모코미' 자체로 가기 위해 바람과 타협한다. 다신 가족이나 후카미 들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봄의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3월 새학기의 시작 봄의 계절. 모코미의 진짜 새학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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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네시로 가즈키의GO
  
내가 말해두는데, 나는 재일도 한국인도 몽골로이드도 아냐.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좁은 곳에다 처박지 마. 나는 나야. 아니 난 내가 나라는 것이 싫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나는 내가 나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것을 찾아서 어디든 갈 거야. 이 나라에 그런 게 없으면 너희들이 바라는 바대로 이 나라를 떠날 것이고. 너희들은 그렇게 할 수 없지? 너희들은 국가니 토지니 직함이니 인습이니 전통이니 문화니, 그런 것들에 평생을 얽매여 살다가 죽는 거야. 제길.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 갖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든 갈 수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다구. 분하지? 안 분해......? 빌어먹을,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
 
 
>>
<내가 나라는 것>일본이니 한국이니 북한이니 규정 짓는 것. 국가, 민족, 이데올로기 만으로 평가하는 것.
<내가 나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것> '한국, 일본, 북한 간 국가, 민족, 이데올로기 다 넘어 스기하라 그 자체로 세상에 나가자'. ‘스기하라가 재일교포, 일본인, 한국인... 어떤 식으로 불린다 해도 스기하라의 향기(매력)은 변하지 않고 존재한다. 개인의 매력, 가치, 스타일로 보면 국가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국가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보지 않고 개인으로 보면 소통할 수 있다. 화해할 수 있다. ’재일교포의 스기하라는 일본인 여친 사쿠라이가 싫어한다. 한국인은 피가 더럽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코트를 날아다니고 시선을 쏘아볼 수도 있는 야수 스기하라는 사쿠라이가 좋아한다. 즉 재일교포는 국가를 떠나 개인의 매력으로 다가설 때, 일본인과 함께 할 수 있다. 소통할 수 있다. 나아갈 수 있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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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라카미 류교코
 
"기본적인 것은 철조망 곁을 걸었던 어릴 적부터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 내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던 <철조망>은 사라져버렸다. 즉 지금 나에게는 뭔가 중요한 것으로부터 결정적으로 격리되어 있다는 감각은 없다. 그것은 호세를 찾아 호세를 고향으로 데려가는 여행 중에 사라져버렸다. 호세뿐만 아니라 오랜 여행 도중에 만난 여러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고 웃는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스페인어는 전혀 모르고 영어도 능숙하지 않아서 그들과 서로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냥 만나고 헤어졌을 뿐이다. 나는 목적을 가지고 그들 사이를 통과했다. 나는 지금부터도 어딘가를 향하는 길 위에 놓여 있을 것이다. 길 위에 있는 자는 안정감이 없고 늘 불안하지만 아마도 어떻게든 되어갈 것이다. 호세가 가르쳐준 댄스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내 몸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철조망은 세상과의 관계에 단절을 의미한다. 보통 인간은 엄마를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교코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관계를 맺을 기회를 상실해 버린다. 마음에 단절이 생긴 것이다. ‘호세를 찾아 호세를 고향에 데려가는 여행 중에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철조망이 사라졌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세상과의 거리감이 사라진 것이다. 타인과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교코는 호세로부터 쿠바춤을 배워 부모를 잃었어도 줏대를 잊지 않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교코는 특유의 강인한 자긍심으로 여행 중 만나는 사람을 자신의 매력으로 끌어들여 관계를 맺음으로서 마음 속에 존재했던 철조망이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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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베 가즈시게닛뽀니아 닛뽄
 
"하루오는 주저앉은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 같았다. 어제, 그저께, 일주일 전, 한 달 전, 1년 전으로 기억이 제멋대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오는 어제 저녁부터 어렴풋이 눈치 채기 시작했던 사실을 이제야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랬다. 운명이란 전혀 무의미한 것이었다. (중략) 유유와 메이가 사육장을 빠져나가서는 당장이라도 하늘을 날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뜻밖의 광경을 본 하루오는 점점 더 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리고 그래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하고 속으로 중얼거겼다. ‘너희들도 운명을 시험해봐. 운이 나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테고 운이 좋다면 어디든 마음껏 날아가는 거야......"
 
 
>>하루오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도 없고 좋아하는 여자 사쿠라에게 제대로 말도 못하고 헤어질 정도로 줏대 없이 이게 다 운명이야 하며 체념한 남자다. 따오기가 순수혈통이 아니라고 죽이려는 것도 열등감에서 나온 행동이다. 사회에 대한 열등감이 운명이다. 하루오는 세상을 정의와 무자비로 본다. 이런 유형의 인간은 사회경험이 없는 일베 같은 극단주의자다. 세상은 가해자이며 자신을 피해자로 본다. 하루오가 따오기를 죽이려다 깨달은 것은 운명이란 없고 열등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세상이 두려운 존재도 아닌 거다. 예를들면 쇼와천황은 전쟁 전에 신이 었다가 전쟁후 인간선언으로 똑같은 평범한 일본인임을 증명했다. 따오기는 순수혈통이 었으나 중국산 따오기와 교배해 혼혈이 됬다. 사쿠라는 하루코의 절대순수적 존재였으나 수학교사와 바람나 자살했다. 하루오가 사쿠라에게 가진 이미지가 순수에서 평범으로 추락했다. 즉 닛뽀니아 닛뽄이 말하는 것은 이 세상에 어떤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러므로 하루오 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 역시 열등감을 가질필요가 없다. 
 
    
[이진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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