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 모두는 모두에게 싸이코패스?,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글 입력 2016.10.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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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
서로를 의심하고
또 의심당하는
그 이름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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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무서우리만치 익숙한 이름이 있습니다. ‘싸이코패스’. 항상 ‘두려움’이란 단어와 함께 오는 이 단어는 특별하면서 일상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싸이코패스의 특별함이 이를 더 일상적이게 만들었습니다. 비일상적인 존재이며 두려움을 유발하기에 사람들의 인식 속 더욱 쉽게 박혀 그 단어가 일상적이 되었으니 말이죠. 범죄를 저지르기 전 까지는 그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들은 일상적이며 비일상적이니, 어쩌면 그들의 속성과도 꼭 맞는 특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 속 ‘싸이코패스’는 특이한 맥락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장난 식으로 ‘너 싸이코패스냐?’ ‘싸이코패스 같아’라고 웃으며 말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가볍게 사용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맥락 속에서 우리는 더 쉽게 싸이코패스라는 말을 내뱉고 더 쉽게 상대가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알 수 없는 사람, 특이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쉽게 ‘저 사람 싸이코패스같아!’라고 내뱉고 그로 인해 더 쉽게 의심하고, 더 쉽게 의심을 증폭시키는 것이죠. 

특히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았다던 과거와 달리, 옆집 사람과는 ‘남’일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선 이 의심이 결코 해결되지 않죠. 의심이 해결되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을뿐더러 의심이 생긴 순간부터 그들을 멀리하게 되니 말입니다. 싸이코패스를 두려워하며, 서로가 서로를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며 의심하는 상황. 그렇게 ‘싸이코패스’라는 존재는 철저하게 비일상적인 모습으로 일상 속에 녹아들었습니다. 어쩌면 일상적인 ‘싸이코패스’는 그 실체가 있다기보다 사람들의 두려움과 타인에 대한 불신이란 현대사회의 특성이 결합 되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르는 것이죠.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도 이러한 맥락 하에 있습니다.
 

싸이코2.jpg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는 이상한 상황. 거기에 옆 동네에서 여대생이 살해당하자, 사람들은 바로 그 두 상황을 결부 짓습니다. 범인은 ‘싸이코패스’일 것이며 그렇기에 고양이와 여대생 모두 살해했을 거라는 추측이죠.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없던 301호 빌라의 혼자 사는 남자를 의심하게 됩니다. 쉽게 내뱉어진 ‘싸이코패스’라는 단어, 쉽게 이뤄지는 의심. 그리고 그 의심은 대상은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어딘지 익숙하지 않나요? 앞서 제가 묘사한 ‘현대사회’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셨나요?
 
301호 남자가 의심받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혼자 사는데다가, 회의 장소에 나오지도 않았기에. 즉 ‘잘 모르기에’ 그는 의심받습니다. 싸이코패스라는 극악한 존재로 의심받는 근거 치고는 참 빈약하기 짝이 없죠. 근거가 빈약하기에 의심은 더욱 쉽게 이뤄집니다. 근거 없는 의심엔 반박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근거 없음’은, 그 자리에 있던 누구라도 의심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301호 남자가 의심 받는 것도 아무 이유없으니,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아무 이유 없이 의심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301호 남자를 의심하면서도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이는 관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들과 생면부지인 관객은 극을 보면서 누가 싸이코패스일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정보가 없는 것은 301호 남자나 무대에 올라있는 배우나 매한가지입니다. 관객은 극을 보며 또 나름대로 ‘싸이코패스’에 대해 추리하게 됩니다. 극은 301호 남자를 의심하지만, 결국 극중 인물들과 관객. 모두가 모두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이죠. 그 공간에 존재하는 모두가 ‘잠재적인 싸이코패스’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이 사회에선 모두가 모두를 싸이코패스로 의심할 수 밖에 없죠. 타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특성과, 일상적으로 비일상적인 싸이코패스가 곁에 있을 거라는 두려움은 수많은 싸이코패스의 허상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 허상 속에선 그 누구라도 싸이코패스 취급을 받을 수 있죠. 연극은 매우 정확하게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허구라는 그 달콤함 속에 현실이란 쌉싸래함을 품고있는 것이죠.


"당신은 싸이코패스인가요?"

그저 빠져있다가 깨어나는 달콤함이 아닌, 현실까지 가져오게 되는 쌉싸래함을. 현실과 단절 된 극이 아닌, 현실로부터 출발해 현실로 다시 가져올 수 있을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극이 끝난 후에도 한참을 입을 맴돌 그 쌉싸래함을. 모두를 싸이코패스라 의심할, 혹은 모두에게 의심받을. 불쾌하면서도 우스울 그 시간을 기대해봅니다. 


예매는 여기. 아래는 상세정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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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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