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낭만의 별이 휘몰아치던 밤은 언제인가. - 영화 '미드나잇인파리'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0.22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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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작품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미드나잇 인 파리'가 다시 재개봉하면서 나 또한 다시 이 영화를 찾게 되었다. 예술의 나라인 프랑스, 그중에서도 가장 낭만적인 것들의 집합체의 도시 파리를 배경인 영화다. 파리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또 가고싶은 욕망이 슬그머니 들게끔 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 벌써 마음만큼은 파리지앵이 되어 주인공이 거닐었던 그곳을 걷고 있을 자신을 상상하게 된다. 파리에서 우디 앨런 감독에게 표창장이나 감사패를 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파리의 낭만과 예술을 예찬적이기 까지하다.
이 영화의 세가지 포인트를 집어내자면 파리, 로맨틱,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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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와 길 펜더(오언 윌슨)은 곧 결혼을 앞둔 커플이다. 이들은 결혼 전에 예비 장인 어른이 사업차 파리에 있어서 결혼 전 여행을 하러 파리에 왔다. 파리라는 낭만적인 도시에서는 역시 사랑스러운 커플이 더해져야 더욱 그 빛을 발하는 도시인 것 같다. 길은 이 여행을 올 때 자신이 쓰고 있는 장편소설 초고를 들고 왔다. 이런 그에게 파리는 자신의 꿈과 로망을 실현하기 가장 좋은 장소였다.

길의 소설 속 배경은 살펴 보면 ‘향수 가게’이다. 소중했던 추억, 마음, 옛 것 모든 것들을 파는 가게이다. 길은 그 향수 가게의 주인장같은 인물이다.  길은 1920년대 빗속의 파리에서 살고 싶어한다. 이 대목만 보아도 길이 얼마나 낭만주의자인지 그리고 얼마나 옛것을 소중히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길과 달리 이네즈는 현실주의자이다.그녀에게 파리는 사치와 향락의 도시로 보여진다. 사랑하는 이들의 성향이 이렇게 극과극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옛것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과대망상증에 빠진 자라고 하기도 하고, 길의 앞에서 대놓고 친구의 지성과 매너를 찬양하며 그를 업신여기는 면모도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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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즈의 친구인 폴(마이클 쉰)과 그의 애인을 식당에서 만난 뒤로 함께 베르사이유도 가고 로댕미술관도 간다. 와인 파티에서 거국적으로 와인을 들이킨 뒤에는 춤을 추러 가는데, 길은 그런 유흥이 싫은 반면 유흥을 즐기는 이네즈와의 사소한 말다툼을 하고선 길은 혼자 호텔로 돌아간다. 길거리에 밤이 내려앉을 무렵까지 길은 걷다  호텔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다. 조용한 길에 혼자 남은 길은 자정을 알리는 시계가 울리고 그 앞 계단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그의 앞에 차 한 대가 선다. 차에 있는 사람들은 길에게 얼른 타라고 재촉하고 길은 자신도 모르게 그 차에 올라타 버린다. 그가 동경해 마지않던 1920년대로 가는 꿈의 차인지도 모른 체 그렇게 미드나잇의 특별한 밤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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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사는 길이 내린 곳은 한 파티장이었는데 그 곳 에선 그가 예찬하던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눈앞에 있었다. 세련된 멋으로 무장한 핏츠제럴드 커플, 술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마초적인 헤밍웨이, 자신의 생각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던 거트루드 스타인, 너무 엉뚱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살바도르 달리, 당대 입체주의를 이끌었던 피카소. 살아움직이는 과거들과 손을 마주잡고 술 한잔 기울이면서 이 상황이 꿈인가 하면서도 길은 기쁨에 젖어 온몸으로 그 밤을 만끽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운명같은 여인을 만나게 된다.

바로 피카소의 연인인 아드리아나이다. 파리에 패션공부를 하러 왔다던 고혹미 물씬 풍기는 그녀의 매력 앞에 길은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길이 1920년대를 동경한다면 그녀는 1890년대를 동경하는 낭만주의자였다. 다시금 길은 자정을 기점으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아드리아나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키워갔고 그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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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아드리아나에게 자신은 미래에서 온 사람인걸 밝히고 그녀에게 마차를 타고 1890년대 벨 에포크로 가자고 한다. 둘은 같은 마차를 타고 도착한 파티장에서는 바이올린 연주와 캉캉 무대가 한창이었고 그 곳에서 고갱과 드가를 만난다. 길이 과거로 넘어온 것처럼 아드리아나 또한 자신의 황금시대에 넘어와 과거를 마주한 것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서로의 시대로 돌아가야 할 때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이 있는 이 곳에 남겠다고 한다.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며 길은 홀로 그녀의 황금시대를 등지고 현재로 넘어온다.
그렇게 그 둘의 사랑은 허무하게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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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 돌아온 길은 이네즈와의 결혼을 거절한 채 파리에 남기로 한다. 여전히 낭만적인 밤의 파리를 걷는다. 그러나 더 이상 자정을 기다리지 않았다. 자신을 동경하는 시대로 데려가 주는 마차가 오는 뒷골목에도 가지 않았다. 그는 그저 모든 것을 깨우친 사람처럼 세느강변과 다리 위에서 멀리서 울려오는 자정의 종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로맨틱한 파리는 쓸쓸히 혼자서 걷는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이네즈와 예비 장모와 함께 소품을 구경하러 나왔을 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간 레코드샵에서 마주친 가브리엘을 다시 만나게 된다. 서로에 대한 호감도 있었고 비 맞으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던 그들은 같이 걸으며  커피를 마시러 간다.
그들은 나란히 그렇게 아름다운 파리의 밤 중심을 걸어갔다.


어쩌면 그 순간에 길이 아드리아나에게 한 대사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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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에 머무르면 지금이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에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실제로 그렇다. 삶은 늘 불만스러웠고, 과거 역시 썩 행복하지 않았지만 늘 과거를 그리워하고 소중히 여겼다. 길이 동경했던 1920년대의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를 동경했다. 현재는 과거를, 과거는 더 과거를 예찬했다. ‘타임슬립’에 대해서 누구나 한번쯤음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다른 시대에 혹은 다른 공간으로 간다면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말이다. 그러나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공간, 시대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매 순간 우리는 수많은 과거를 만들어가며 현재를 살아간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아름답지 못한 것 같아도 지나고 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리즈 시절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과거가 된다. 목놓아 울었던 날도, 기쁨에 겨워 소리 지르던 날도, 목이 터져라 누군가와 언성을 높이던 날 등 모든 순간들이 내가 쏘아올린 별들이 되었다. 눈을 감고 아득해진 과거를 떠올리면 참으로 많은 별들이 휘몰아쳤던 밤이었다. 앞으로도 무수한 별들을 쏘아올릴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밝게 빛나는 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당신이 다시 돌아가고 싶을만큼 낭만적이었던 자정의 밤이었을 것이다. 오늘 밤, 당신의 낭만의 별이 휘몰아치던 밤이 언제였던가 꼭 떠올려보았으면 한다.







[강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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