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의 결점을 가진 당신에게 건네는, 모든 요일의 여행.

글 입력 2016.10.2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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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07월 30일 출간



나는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이제는기억도 나지 않는 열살 쯤 강릉으로 간 가족 여행과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다면 반드시 수학여행이나 대학 MT등으로 가게 되는, 감흥은 전혀 없고 중국인들만 많이 있었던 제주도 여행 정도를 제외하면, 정확히 말하면 ‘여행 같은 여행’을해본 적은 없다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대체 ‘여행 같은 여행’은 무엇일까? 나는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떠나는 여행이 무언가에 쫓기듯, 그리고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떠나는 듯한느낌을 받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몇 일, 혹은 몇 달 동안의 여행은 정말로 꿀맛 같이 느껴지겠지만 그 꿀맛을 느끼려고, 혹은 그것을 반드시 느껴봐야만 할것 같아서 입에 쓴 내가 나도록 일종의 '강박'을 느끼는 듯하다. 사람들 마다의 여행의 기준이 다르고, 결국 목적이 뭐가 됐던 본인이 행복하고 만족한다면 충분한 것이지만 그런 여러 가지 ‘강박’을 가지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로써는 그들이 안타깝고 심지어 가끔은 나까지 덩달아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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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도전! 자유! 힐링! 같은 단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러한 여행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기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여행지에서의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 여행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 SNS에 올라오는 #여행스타그램이 붙은사진들을 보며 저 이상적인 여행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 등 여행에 대한 모든 결점 (이라고생각할 수 있는 것들) 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36p.』


그리고 이야기는 모두 작가 본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김민철 작가 본인 또한 여행 같은 여행을 하기 위한 강박에사로잡혀 아이러니하게도 여행 같지도 않은 여행을 겪은 적이 많은 듯하다. 작가는 행복하기 위해, 아니 어쩌면 행복한 척 하기 위해 수많은 조건과 수많은 과제들을 지닌 채 여행을 떠나지만, 그 여행의 끝에는 항상 그러한 것들은 필요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것 좀 보지 않으면 어때. 저것 좀 먹지 않으면 어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때.


『에펠탑 아래에서 남편은 잠을 잤고 나는반성문을 썼다.
에펠탑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앉아, 노트를 펴들고, 끝도 없이 반성문을 써내려갔다.
그것도 여행 첫날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42p.』
 

작가는 결국 진정으로 행복한 ‘여행 같은 여행’은 사실 정말 별거 아니라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다들 생각하는 여행의 그 결점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본인의 여행을 통해서.
 
사실 나도 가지고 있던 강박이자 결점 중 하나가 ‘여행이란게 꼭 비싼 돈 들이고 비행기 타고 먼 곳까지 가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물론 답은 ‘아니다’라는것도 알고 그럴 생각 또한 전혀 없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불안함 내지는 강박 비슷한 게 있었다. 나는 그 의문에 대한 확신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었고 또한 안심할 수 있었다. 역시 내가 가졌던 불안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한 부분에서, 작가는 자신의 동네이자 사실상의 고향인 망원동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개발이 되지 않아 어딘지 모르게 후미지고 그렇기 때문에 정감이 가사실상의 고향으로까지 여겼던 망원동이, 버티다 못해 결국 재개발의 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보면서 작가는 느낀다.
 

『계속 심란할 수는 없었다. (…)
그렇게 마음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이 동네를 더 열심히 여행하는 것. 더 열심히 골목골목을 돌아보고, 더 열심히 그 변화를 기록하는 일.
망원동 여행자가 되는 일,
-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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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일상을 눈과 머리로 기록하는 것 또한 여행이다.

 
요즘 떠오르는 'Airbnb'가 내세우는 문구,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인 만큼 사실 일상과 여행은 사실 서로 멀리 있지 않다. 일상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가, 나름대로의 여행을 떠나는 방법은 가까이 있는 일상을 최대한 느끼면서 변화를 천천히 지켜보는 것 아닐까?

이 책을 보고 나면 결점없는 여행이란 것은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고 싶은 여행들의 실수투성이 이면들을 낱낱이 밝혀서 읽다 보면 뭔가 허무해지곤 한다. 반면 동시에 그 ‘이상적인 여행’을 가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보다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가까이 있던 멀리 있던 일상의 모든 요일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모든 요일의 여행은다시 시작이다.
 


 


[전마띠아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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