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지만 한 사람이 중요하다. (문학)

글 입력 2016.10.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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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201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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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고백 하건대 솔직히 세월호에 대해 딱히 좋은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큰 사고일 뿐인데 너무 요란하다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나를 비판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 나름 사정이 있었다. 2014년 봄 나는 내 인생 중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용할 정도로 내 상황은 좋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주변 분위기가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다시 해보자 또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다. 등등 그런데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만 해줘도 모자랄 판에 인터넷에서는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부정부패가 가득하다 이런 이야기만 한다.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라는데 이게 일년을 넘게 갔으니 내 상황에선 좋게 볼 수 가 없었다.
처음엔 나도 애도를 했다. 그게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나중엔 점점 짜증이 났다. 제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네... 나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내가 언제까지 저 리본을 보며 애도를 해 야해? 죽은 건 안됐지만 산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살아야지.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도 겉으로 티는 안내지만 속으론 제발 그만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펴기 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혹시나 진상규명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을까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등등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첫 장을 펴는 순간 그 생각은 싹 사라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나왔다. 바로 수색에 참가했던 민간 잠수사수색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를 걱정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됐을까? 아마 수색할 당시 국민으로부터 잠깐의 관심과 걱정 어린 시선을 받지 않았을까? 모든 국민이 실종자와 유가족, 유병언과 세모그룹 그리고 진상규명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민간 잠수사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 맹골수도로 내려간 계기부터 바지선에서 있었던 일과 실종자를 처음 수습했던 일 그리고 수색이 마무리된 이후 살아가는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잠수사가 실종자를 찾은 게 아니라 실종자가 잠수사를 불렀던 이야기다. 선체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갈 수 없었다는 잠수사. 결국 실종자 나래학생을 찾아냈다. 소설이고 소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빨리 가족들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잠수사로 하여금 자신을 찾아내게 한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난 부분은 바로 정부의 무책임이다. 잠수사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잠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색이 끝난 이후 돌아오는 건 정부의 무책임이었다. 많은 잠수사들이 잠수병에 시달렸지만 바지선에는 잠수병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가 없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수색이 끝난 이후에도 정부측에서 잠수사들에 대한 치료 보조를 끝까지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보면서 제일 화가 났던 한 공무원의 말 그건 저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

잠수사는 특별법에서 정한 '피해자'에 속하지 않게 때문에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한 겁니다. '피해자'에서 잠수사가 빠진 이유는 제 소관 업무가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

잠수병뿐만이 아니라 정신질환에도 시달렸던 잠수사들 이들은 분명 좋은 뜻을 가지고 수색에 참여했지만 돌아오는 건 정부의 무책임과 사람들의 나쁜 시선시신당 백만 원을 받았다충분히 수습할 수 있는데 일부러 수습하지 않았다 등등그런 의도가 있었으면 맹골수도로 내려가지도 않았을 것이다물살이 세지 않는 바다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데 뭐 하러 맹골수도까지 가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하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잠수병 치료 전문의를 바지선으로 데려오라고 요구했어야 한다고 생각해. 후회는 왜 이리 항상 늦는 걸까. 돌이킬 수 없을 즈음이 되어야 최선책과 차선책과 차차선책이 떠올라. 일은 벌써 최악으로 벌어졌는데 말이야.

지금 수색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들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 잠수병에 시달려 고생하고 계신 건 아닌지, 영영 잠수를 못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건 아닌지 그리고 우리가 이분들을 너무 나 몰라라 했던 건 아닌지 그리고 정말 정부는 민간 잠수부들에게 이런 식으로 대접을 해야 했는지 세월호의 숨은 영웅들에 대해 생각하고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김탁환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한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사람만 선내로 들어가서 다 나오라고 했다면 304명이나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리고 김탁환 작가는 그 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민간 잠수부들의 이야기를 나눈 단 한 사람.

삶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지만 한 사람이 중요하다. 세월호 유가족이 내내 강조하듯이, 해경이든 선원이든, 한 사람만 선내로 들어가서, 가만있지 말고 빨리 다 나오라고 핬다면, 304명이나 목숨을 잃진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살아서 탈출했을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아침엔 그 한 사람이 없었다. -작가의 말 중-

[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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