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진작가 임수식이 만난 책과 사람- 책가도

글 입력 2016.10.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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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 표지.jpg
 
책가도 뒷면.jpg
 
 

 
 
사진작가 임수식이 만난 책과 사람

책가도
 
 
이전 프리뷰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관심 있는 사람의 책 취향을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아마 그 사람이 가진 생각, 그리고 취미 더불어 인생관이 나와 얼마나 잘 '맞냐?'를 탐색해 보는 간단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하나의 질문이니까 말이다. '책'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그 사람은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쁨을 내재한 동시에 더불어 더욱 깊이 친해질 수 있는 접점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책, 이 '책'이라는 단순한 사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실 임수식 사진작가의 <책가도>는 어렵게 만난 책이다. 어렵다를 다시 풀이하자면, 이 책을 받기로 한 즈음에 나는 이사를 했고, 서로의 소통에 살짝 잡음이 겹쳐 이 책을 받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꽤 걸렸다. 일주일이면 받았을 책을 그렇게 어렵게 3주 정도 흐른 후에 받았고, 본업과 여행, 그리고 이사에 이런저런 일들이 꽈배기처럼 꼬여 이제서야 제대로 <책가도>를 만나게 되었다.
 
 
<책가도>는 2007년부터 지난 10년간의 기록을 담아낸 임수식 사진작가의 결정체 같은 책이다. 조선 후기 18, 19세기의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나 할까? 그가 만난 다양한 인물들의 책장을 현대식으로 재탄생 시킨, 그저 사진에서 멈췄을 작품이 한땀한땀 장인 정신이 보태져 실로 디테일하면서 <사진, 한지, 손바느질>이 협연한 그만의 작품이 탄생되었다.
 
 
이 책은 겉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한낱 '종이'에 불과한 책이라는 관념을 넘어서 그만의 예술적 감각이 드러난 책이다. '冊架圖'라는 한자가 쓰여진 책은 진귀한 보물을 만난 듯, 혹은 백색의 보자기를 만난 듯한 첫인상을 자아 내었다. 책을 내며 그가 남긴 서문에는 그가 이 작업을 시작하게 계기와 사진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책가도-문학>, <책가도-예술>, <책가도-인문>, <책가도-공간>이라는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임수식 사진 작가가 만난 이들의 서재를 담아낸 책가도는 처음 만난 서재의 인상과 책장을 채우는 소품들의 설명, 그리고 작가의 생각이 왼편으로는 작품을 오른편으로는 글로 페이지를 채워 나갔다. 또한 이 책의 모든 작품들을 바라보면, 그만의 특별한 작품 제작 방식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서재 사진을 찍어 한지로 프린트하고, 직접 저자가 손바늘로 이어 하나의 책가도를 완성하는 단계를 수행했다는 걸 눈여겨 볼 수 있다.
 
 
<책가도>를 읽으며 나는 직접 만나보지 못한 이들인, 평소 내가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들의 서재를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느낌이었다. 그들의 관심사, 취향, 그리고 삶의 자국들이 담겨진 책가도를 둘러 보며 저자가 인생의 낯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만의 오래되고 소중한 공간을 마주한 느낌이 더 정확하다고 해둬야겠다. 임수식 사진작가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콜렉터들에게도 많은 사랑과 예찬을 받았다. 책 후반부에는 그가 해외전을 할 때 방문한 북해도 미술관의 서재, 발렌시아 고서점과 자원봉사를 위해 떠났던 캄보디아 성 미카엘 성 등의 책가도가 조금 더 색다르게 다가왔다. 
 
책가도는 18세기 후반 조선 시대 때 유행하여 그들이 애장하던 서재와 물품들을 중심으로 전통미를 담아낸 회화 양식이라고 한다. 지난 한글날 관람하고 온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展>에서 만난 책가도와 이번 책가도와 교차되어 책가도는 그 의미가 변질되지 않고 현대시대와 조화롭게 재탄생한 작품이었다.
 
 
임수식 사진작가가 만난 책과 사람, 그가 만나온 인연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살아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보낸 가을날, 이번 시간은 어느 때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담아낸 예술가의 노력과 '책'이 주는 무궁무진한 소중함을 다시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더불어 새로운 집에서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내 서재를 바라보며, 나는 어떤 책가도를 만들 수 있을까? 상상해 보며 말이다. (참고로 내 서재는 내가 아끼는 인생학교 시리즈, 미생 전권, 대학 때 배운 전공 교재들과 테솔 교재들, 몇 년 간 나의 일상을 기록해 준 다이어리와 프리다 칼로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소개집이 진열되어 있다.)
 
 
 
* 이 글은 Art, Culture, Education - NEWS 아트인사이트 (www.artinsight.co.kr)과 함께 합니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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