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다.

영화를 통해 본 '우리'의 시선.
글 입력 2016.10.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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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인식한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도, 인터넷 상에서 서로 다른 의견으로 논박을 벌이는 이유도,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이유도 결국엔 하나다. ‘나’의 입장과 ‘너’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너’의 입장보다 ‘나’의 입장을 더 중시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사람들은 ‘나’의 입장에서 대상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이렇게 ‘나로부터 시작되는 시선’은 세상을 인식하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너’와 ‘나’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하다. 지극히 ‘나’에게서 출발하는 이 시선은 ‘너’라는 타자를 깊이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의 이야기’는 ‘나’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다. ‘나’라는 존재와 분리되어 단순히 ‘너’라는 존재에게 국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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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2002)는 이러한 ‘나의 시선’이 가진 한계와, 수많은 ‘나의 시선’들 속에 가려진 ‘너의 이야기’를 들추어낸다. 영화 속 종두(설경구 분)와 공주(문소리 분)는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산다. 장애를 가진 공주와, 도덕이나 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종두는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살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종두와 공주를 흘긋흘긋 쳐다보는 사람들이자, 특정한 경우엔 종두와 공주의 가족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시선에서 종두는 사회 부적응자이자 범법자이며, 공주는 자신의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약한 장애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시선’은 영화에서 그려내는 종두와 공주의 사랑을, 즉 ‘그들의 이야기’를 포착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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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특별하고 이질적이지 않다. 그들은 마치 ‘우리’가 사랑할 때처럼 통화로 밤을 지새우고, 데이트를 한다. 이들의 사랑에서 이질적인 요소는 이들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뿐이다. 공주에게 음식을 팔지 않으려던 식당 주인과 힐긋힐긋 종두와 공주를 쳐다보던 길거리의 사람들, 편견에 둘러싸여 공주와 종두를 바라보는 이들의 가족들, 그리고 영화를 보며 당황하거나 불편했을 관객들. 이들 모두는 종두와 공주를 ‘나’와 다른 ‘너’로 규정하고 ‘나의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와 다른 ‘그들’이, 마치 ‘우리’처럼 사랑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당황스러움을 느끼거나 공주의 가족들처럼 그 사실을 자신의 기준대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이러한 인지의 부조화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존재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서 종두와 공주의 사랑이 ‘강간’이라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왜곡된 점은, 결국 마지막까지 ‘우리’는 ‘그들’을 오해하고 있다는 씁쓸한 사실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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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우리의 위치에 고정되어 있다. 종두와 공주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듯하지만, 결말은 종두와 공주를 보는 이와 분리시킨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와는 분리된 채,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나간다. ‘우리그들이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우리의 사랑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들우리는 분명히 분리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결되어 있다. ‘그들우리는 다르지만, 동시에 같은 존재다. 이 모순적인 메시지가 바로 영화 오아시스가 수많은 나의 시선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한다.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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