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선한 사람인가요? [문화전반]

글 입력 2016.10.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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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는 분분한 논쟁을 낳으며 계속되어왔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은 의지적 확충 작용에 의하여 덕성으로 높일 수 있는 단서를 천부의 것으로 갖추고 있다고 하였다. 측은·수오·사양·시비 등의 마음이 4단이며 그것은 각각 인·의·예·지의 근원을 이룬다는 것이다. 반면 순자는 사람의 본성은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순자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감성적인 욕망에 주목하고, 그것을 방임해 두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마키아벨리 역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단정하였으며, 사회 계약론자 홉스는 자연 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라고 규정하며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보았다. 인간 본성의 선과 악에 대한 논쟁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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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우선 첫 번째로는 “스탠포드 교도소 연구소” 사례이다.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도는 1971년 죄수와 간수 간 상호작용의 역학을 연구하기 위해 죄수의 생활에 대한 모의 실험을 실시하였다. 짐바도는 스탠포드 대학의 평범한 대학생들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그들에게 무작위로 죄수와 간수의 역할을 부여하였다. 학생들은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교도소에서 죄수 혹은 간수로 얼마간 생활하였다. 학생들은 그것이 지정된 가상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자신이 죄수나 간수인 것처럼 인식하고 행동했으며, 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죄수들을 상대로 잔혹한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죄수 역할의 학생들이 심리적인 손상을 입었으며 실험은 조기 종결되었다. 이후 간수 역할을 했던 학생들 역시 실험 상황 하에서의 자신의 잔혹성에 큰 충격을 받고 심리적 손상을 입었다. 이 실험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특히 폭력적이거나 잔혹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특정 상황 하에서 그들이 ‘간수’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권력이 생기자 죄수들을 상대로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죄수’ 역할의 학생들 역시 그들의 역할이 부여되자 진짜 죄수처럼 위축된 행동을 보였다.

   두 번째 사례는 스탠리 밀그램의 인간 복종에 대한 연구이다. 그는 보통의 사람들이 권위자의 명령이 있으면 타인을 해하는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대상자들은 ‘선생님’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연구자로부터 옆방의 학생이 오답을 말할 때마다 그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할 것을 명령받는다. 실험 대상자들은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 치고, 나중에는 죽은 것처럼 조용해질 때까지 전압을 높여 스위치를 계속 누를 것을 명령 받는다.  물론 실험에서 학생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연구를 돕는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이 상황에 놓인다면, 당신은 전기 스위치를 누를 것인가? 물론 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옆  방의 학생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누가 전기충격을 더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밀그램이 검증한 첫 번째 40명의 성인 남성  중에서 그 학생이 방 사이에 있는 벽을 걷어차기 시작할 때까지 아무도 계속 충격을 가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참여자의 약 65%가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표시가 되어있는 마지막 스위치까지 누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구 대상자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특별히 떨어지거나 윤리적 사고가 부족한 사람들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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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우리도 결국 저러한 상황에 처하면 마지막 스위치까지 누르게 될 것인가? 죄수를 상대로 잔혹한 행위를 벌이게 될 것인가?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것일까? 물론 앞선 두 가지 사례로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정한 상황 하에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본래 악한 존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앞선 사례에서 본 것처럼 특정한 상황이나 권위자의 명령은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에게 해를 가하도록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경계는 문제에 대해 인지함으로 가능해진다. 우리는 항상 본인조차도 비윤리적인 행위를 감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에 대해 인정하고 인지할 때 우리는 특정 상황에 처하더라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당신은 그 스위치를 누를 것인가?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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