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길에서 만난 고양이 [여행]

가장 매혹적인 존재에게 말 걸기
글 입력 2016.10.1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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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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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구 와룡공원 고양이>



 나에게 고양이는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사람과 다르게 낯선 상황에서도 안락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항상 어딜가든지 눈에 들어오며 찾게 되는 것 같다. 자주 사람을 경계하여 재빨리 사라지곤 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다가가면 살포시 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서로 무언의 대화를 할 때, 이러한 순간에 나는 무척 행복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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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 미용실 고양이>



 고양이의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좋다. 특히 밤에 한적한 장소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는 무척 가지런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마치 액체와 같은 타고난 유연성으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먹이감을 노리는 맹수와 같은 그들의 날카로운 몸짓이 좋다. 휘어진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는 말랑말랑한 젤리가 있는 손바닥이며, 이 손바닥에서 나는 꼬소한 향기 또한 날 설레게 한다. 이 고양이 종족이 편안할 때 자주 보여주는 여러자세 또한 무척이나 두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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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처 카페 고양이>



 길을 돌아다니면서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의 친절함을 발견할 때가 좋다. 그리고 누군가 나처럼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같이 미소지어주는 따뜻함이 좋다. 또한 어떤 사람이 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자꾸 자신을 따라와서 업어서 데려갔다는 업둥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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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교동 고양이>



 이사가기 전 고등학교 시절에 아파트 구석에 고양이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그 때 만났던 고양이가 생각난다. 학교 가기 전이나 학교에서 집으로 왔을 때 자주 마추쳤고, 그 고양이 옆에서 잠시 쉬었다 가며 학창시절 힘든 시기에 무척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고3시절에 학교 근처의 아파트 단지 구석에 살던 아기 고양이들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이 아파트의 1층집에 살던 아주머니께서 이 아기 고양이들을 챙겨주곤 하였는데, 이 고양이들의 어미가 출산을 하고 애들을 맡기고 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안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래도 아주머니가 챙겨줘서 그런지 무럭무럭 말괄량이로 자랐고, 나도 자주 야자하기 전 저녁시간에 들려서 고양이용 소시지를 나눠주며 친해졌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언제는 주택단지의 배란다에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는 하양하양한 장모의 고양이를 발견한적이 있다. 나랑 눈이 마주쳤고, 무척 심심했는지 빤히 쳐다보았고, 나 또한 한참을 고양이와 교감하다가 길을 지나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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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팔달문 거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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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담읍 고양이>



 살다보면 마치 사람 사는 것 만이 다인 것 같이 세상을 볼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다가 길 위의 고양이를 보면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먼 느낌을 받는다. 그들도 살아있어 마음 내키는대로 이리저리 거리를 돌아다니며 스스로 판단하여 먹이를 구하고, 그들 고양이 사회에서 나름 사랑을 하고, 곁에 있는 같은 동족과 우정도 나누며, 도시와 자연을 벗삼아 사람을 구경하며 가끔 만나는 친절한 인간과 인사도 나누고 다시 거리를 배회하며 안락한 장소를 찾고고양이가 아닌 우리가 전부 알 수 없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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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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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고양이>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 만화 작가의 글이다.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으며
다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한 동물들의 삶과 다른 생명에 대한
동정심을 갖는 인간의 삶
행복은 그 어디쯤 존재하고 있을 텐데…”
 
.
.
.

삶의 어려움을
고양이가 난간을 여유있게
거닐 듯이 걸을 수 있다면
그것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 눈에는
분명 다른 세계가
보일 것이다.
 
삶의 쓸쓸함,
그 쓸쓸함을
인간끼리 서로 다 채울 수 없음을
보게 된 신이
인간에게
보내준 선물이
고양이가 아닐까.
 
그래서
어느
빈 순간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존재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닐까.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을.
그리고 당신 곁에
내 곁에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를.”
 

-나비가 없는 세상_ 김은희  
출판사_‘책공장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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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원동 고양이>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 사람이 우위에 있고 그 나머지 종족들은 하등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친구처럼 서로를 아우르며 눈을 마주치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사람이 말로써 나타내어지는 것 이전의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이 어떠한 몸짓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동물들도 그들 나름의 몸짓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김다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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