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에 읽기 좋은 윤동주 시인의 시 [문학]

글 입력 2016.10.15 21: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마음이 휑한 기분이 많이 들고 있다. 기분이 우울했다 좋았다 변덕도 심해졌는데,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이런 우울한 증상들을 겪고 있었다. 이런 기분이 들 때는 시를 조곤조곤 읽으면 뭔가 더 감상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럴 때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윤동주에 대해 많이 몰랐는데, 영화 '동주'의 흥행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http___img_movist_com__img=_x00_04_69_99_p1.jpg

 
이육사와 함께 항일시인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윤동주, 그가 남기고 간 시를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나는 그의 순수하고 섬세한 어조를 정말 사랑한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내 영혼 속 깊은 부분까지 정화되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로 깨끗한 느낌을 많이 느끼곤 한다.

먼저, 가장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고 제일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서시' 를 소개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어쩐지 쉽사리 읽히지 않는 느낌이다. 나는 과연 이렇게 순수하게 괴로워할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는지 자문하게 되고, 동시에 나한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는 굳은 다짐이 들게 하는 시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두번째로는,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읽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라는 시구가 매우 인상적인 '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을 때 문득 떠오르곤 하는데.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건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시를 당시 어두웠던 시대 상황과 연결시켜 조국 광복과 연계하는 해석이 많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과연 무엇을 잃어버렸을지, 이 시는 읽을 때마다 해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느낌이다.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참회록'을 소개한다. 이 시는 윤동주가 일본 유학을 결심한 후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선 일본 대학에 갈 수 없음을 깨닫고 창씨개명 신청서를 제출하기 닷새 전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참회록'은 그가 고국에서 쓴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렸다. 윤동주 시인은 과연 이 시를 쓸 때 고국에서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을까. 창씨개명으로 인한 슬픔과 고뇌가 여실히 드러난 시라서 더 애착이 가고 마음이 아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참회록(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그 순수하고 맑은 시인의 시는 특히나 가을에 더 읽기 좋은 것 같다. 그의 짧고도 아름다운 생애는 생각해볼수록 아련하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생가는 중국 관광지로 지정되어 있고 그 앞에는 윤동주가 조선족이자 중국인이라는 표지가 세워져 있다. 중국 인터넷 포털에는 윤동주가 조선족이라는 검색 결과가 나온다. 이미 몇년 전부터 지적되고 있는 문제이지만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우리의 아름다운 시인을 우리 힘으로 지켜드려야 하는데, 정말 씁쓸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쓸쓸한 가을을 윤동주 시인의 시와 함께 해보며 관심을 더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