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선택한다는 것,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것 -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0.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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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강의실에서 이름 모를 남자를 만난다. 늑대인간인 그를 ‘하나’는 받아들이고 둘은 가정을 이뤄 살아간다. 태어난 날의 날씨를 따서 남매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첫째 딸은 유키(雪,눈), 둘째 아들은 아메(雨,비). 둘은 반은 인간이고 반은 늑대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통제가 안 되는 아기 때는 거의 늑대의 모습이고 크면서 조금씩 인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웃집에서 동물소리가 너무 크다고 불만이 들어오거나, 가구가 이빨자국으로 남아날 일이 없거나 하는 소소한 날이 이어지며 그렇게 행복할 것 같았다. 사냥을 위해 나갔던 그가 늑대의 모습으로 수로에서 죽어있었다. 졸지에 과부가 된 ‘하나’는 늑대의 시체 옆에서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고 시골로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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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태어나서 다행이야. 착한 애로 자랄까? 어떤 어른이 될까? 힘든 일 안 겪고 건강히 자라줬으면 좋겠어. 앞으로 어쩔래? 인간? 아니면 늑대?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게 이사하려고 해.”



 ‘하나’가 마음을 먹은 것은 두 아이의 ‘선택’을 위한 것이었다. 경험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늑대이기도, 인간이기도 한 자신의 아이들이 많은 것을 겪어보고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나’의 바람이 통한 것인지 두 아이는 많은 것을 경험하며 스스로를 선택한다. 첫째 ‘유키’는 말괄량이 소녀로 툭하면 뛰어다니고, 방 안을 어지르는 게 특기였다. 도마뱀이나 온갖 징그러운 것들을 모아놓고 친구들을 기절초풍시키기도 한다. 같은 학급 친구인 ‘소헤이’를 무는 사건을 발단으로 그녀는 깨닫는다. 늑대의 티를 내면서 인간들 속에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유키’는 여성스러워진다. 자신의 의지로 늑대성을 감추고 그녀는 인간들의 사회에 남는다. ‘유키’에 비해 얌전했던 ‘아메’는 오히려 인간들이 아니라 자연을 택한다. 뒷산의 늙은 여우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를 따라다니며 많은 것을 경험한다. 가파른 산과 끝없이 펼쳐진 들판, 넓은 하늘과, 맑은 호수를 뛰어다니며 그는 자연을 더 가까이한다. 자기를 찾아 산을 헤매는 엄마의 모습은 안타깝지만 ‘아메’는 늑대로서의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다. 마침내 ‘하나’의 두 자식은 자신을 선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유키’는 인간들의 사회 속에서, ‘아메’는 자연의 관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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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는 2012년 발표되었으며,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는 호소다 마모루’라는 호평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힐링’영화라고 얘기하지만 ‘힐링’담론을 좋아하지 않으니 나는 두 아이의 성장과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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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성적으로 아이들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물론 각각 인간사회 속에서, 자연 속에서 앞으로의 삶에서도 많은 선택을 거듭하겠지만 근본적인 출발을 선택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는 아이들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사람으로서 존재한다. 학교를 나가기 싫어하고,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는 ‘아메’의 모습을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가진 ‘하나’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영화 말미에 산을 바라보며 자신의 아들을 인정해주는 ‘하나’의 모습은 자신이 영화 초반부에 바랐던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어머니의 모습에 가깝다. 선택이 가능했던 것이 ‘하나’ 덕분이라면, 선택에 책임을 진 것은 아이들 각자였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본다. 실수로 친구를 문 ‘유키’는 더욱 적극적으로 인간이 되기를 바라며 인간 여성으로의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그것은 자신의 시작이었던 ‘늑대’를 부정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녀의 정체성을 선택하고, 그 선택의 책임을 지는 ‘성장’의 의미이기도 하다. ‘아메’ 역시 누나와 엄마가 걸리지만 산을 지킨다는 자신의 선택이 있기에 그것에 책임을 지고 한 마리 늑대로 성장한다. 두 아이 모두 자신이 선택한 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는 모두 선택을 하지만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무서워한다. 작게는 친구들 사이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직업이나 결혼 상대를 택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선택이 후회를 남기지는 않을까 미리 걱정하고 계산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계획한대로 잘만 굴러가는 일은 지금껏 없었고, 후회하지 않을 만한 결정 역시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선택해야할 상황에서 내 의지에, 상황에, 감정에 따라 '최선일 것 같은' 선택을 내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책임은 지속된다. 그러나 책임감은 무겁지만 무서워할 대상이 아니다. 어디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선택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는 '아메'와 '유키' 같은 태도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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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의 ‘어쩌다 어른’이라는 예능에서 심리학자 김경일은 얘기한다. 후회와 만족은 다른 것이며, 후회하지 않는 것이 곧 만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후회는 남과 비교할 때 생겨나는 것이며, 만족은 대상으로부터 얻는 감정이기 때문에 둘은 다른 감정이라고.

 우리는 선택함에 있어 ‘후회하지 않을 만한’ 선택을 하면 만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자의 말이 맞다면 ‘후회’는 그것을 선택함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선택한 남과 비교할 때 느끼는 것이며 ‘만족’은 그 선택을 통해 내가 취하고자 했던 것이 성취되었을 때 얻어지는 감정이다. 곧, ‘후회하지 않을 만한 선택’과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은 엄연히 다른 것이며 그것은 둘 다 성취해야할 개별적 목표가 된다. 남이 아닌 나만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태도, 끝까지 책임을 지고 내가 원했던 것을 성취하는 태도를 가져야 두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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