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를 화폭에 담다,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글 입력 2016.10.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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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카메라 이상으로 일부 사진이 뿌옇게 나온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을비가 땅을 적시던 지난주 금요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나라끼리의 교역이 증가하던 17세기 후반 조선 후기부터 서양식 미술이 유입된 시기까지의 흐름을 볼 수 있는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을 보고 왔다.


표지2.jpg
 

 전시는 크게 ‘성문을 열다’,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 ‘도시, 근대를 만나다’라는 4가지의 테마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첫 번째 파트인 ‘성문을 열다’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었는데 중국과 일본의 중요 문화재가 전시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문을 열다’에서는 방금 언급한 중국의 <청명상하도>와 <태평성시도>, 일본의 <낙중낙외도>와 같은 중요 문화재들과 함께 상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조선후기 한양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중국의 <청명상하도>와 <태평성시도>는 긴 두루마리에 그려진 그림이었는데, 당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리면서도 손가락 한 마디만한 사람들의 얼굴이나 동작이 다 달라서 얼마나 세심하게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본의 <낙중낙외도>는 비슷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색감이 선명한 게 특징이었다. 중국의 그림이 일상의 모습을 세심하게 포착했다면 일본의 그림은 선명한 색깔이 생동감을 더욱 불어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그림은 <한임강명승도>라는 그림이었는데, 정수영이 한강과 임진강을 유람하며 그린 16미터에 달하는 두루마리 그림이라고 한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화가가 직접 유람하며 그린 그림이라는 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에서는 도시화가 진행되며 사람들이 모이면서 당시 도시의 모습을 담아낸 풍속화가의 그림들이 많이 등장했다. 풍속화라고 하면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두 화가의 그림은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이라 그런지 친숙함이 느껴졌고, 그런 그림을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조선 풍속화에서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은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으며, 전시에서는 일부가 공개되어 있었다.


김홍도 신윤복001.jpg


  미술적으로는 단원은 주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서민들의 모습(위)을, 혜원은 세련된 도시 감각을 드러내는 맵시 있는 자태(아래)를 주로 그렸다고 한다. 신윤복의 그림은 색감이나 묘사에 있어 단원보다 덜 투박한 느낌이 있다면, 단원의 그림은 시장골목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들 같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에서는 도시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시장의 등장을 주목할 만 하다. 당시 미술계에서도 시장의 수요에 맞춘 이른 바 ‘잘 팔리는’ 그림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한다. 18세기 후반에는 새로운 미술 수요층인 중인이 등장하고, 19세기 개항 이후에는 외국인을 위한 미술품이 제작되기도 한다.


팔리는그림001.jpg

 
 당시 ‘잘 팔리던’ 그림 중 하나인 호랑이 그림(좌)은 집안의 액운을 막아준다는 이유로 팔렸고, 붉은 비단에 인두로 지져 그림을 그린 ‘낙화’(우) 기법의 그림은 19세기에 체계화된 회화 양식이라 한다. 인두로 표현한 고목과 갈대 잎 등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케치 채색001.jpg


  외국인들을 위한 그림도 재밌었는데, 당시 그림에 ‘스케치’가 따로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왼쪽의 그림은 스케치로 채색하지 않았고, 오른쪽의 그림은 색을 칠했는데, 스케치의 그림에 보면 한자로 무슨 색을 칠할지 써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스케치를 밑으로 전시하고 실제 채색된 병풍을 뒤로 배치함으로써 두 그림을 비교할 수 있도록 전시해놓았다.


 ‘도시, 근대를 만나다’에 와서 새로운 인쇄매체와 회화 기법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서양화의 기법을 받아들인 화가들이 있었고, 사진, 신문, 잡지와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생겨난다.


기명절지001.jpg

 
 여러 가지 그릇과 꽃가지, 과일 등을 섞어 그린 그림을 뜻하는 ‘기명절지’를 비교해보면 당시 전통적 회화양식과 서양식이 혼재하던 시대를 엿볼 수 있다. 왼쪽의 그림은 수묵 담채로 표현되어 색이나 명암이 뚜렷하지 않지만, 오른쪽의 그림은 서양식의 채색과 명암을 적용한 기명절지로 볼 수 있다.

 끝으로 화가이자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였던 김용준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술이란 결코 사업도 아니요, 학문도 아니요, 자연의 모방도 아닙니다. 인생의 최고한 유희, 인생을 윤택하게 해주는 엄숙한 정신적 유희입니다. 유희이면서 경솔히 할 수 없고, 흔한 듯 하면서 귀한 것이 미술입니다. 이렇듯 귀한 미술이기에 우리는 진정한 예술가의 출현을 바라고, 진정한 예술가를 존경할 교양을 또한 가져야 하겠습니다. 만일 우리 인류사회에서 미술을 뽑아버려 보십시오. 세계는 그날부터 사막이나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 김용준 미술



 전시가 끝나는 벽에서 마주한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비단 미술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이, 모든 문화가 그렇다. 진정한 예술가를 존경할 교양을 가져야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존경할 만한 예술가는 어디선가 갑작스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존경하는 사회적 바탕위에 길러진다. 나라의 문을 열고 도시화를 이룩하던 저 시절보다 발전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저 시대의 사람보다 ‘교양’을 갖추고 있을까? 베스트셀러 시인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예술가들을 바라보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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