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 '도시'라는 변화의 바람 속에 피어나다

글 입력 2016.10.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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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문화를 애호하고,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생각에 함께 하기 시작한 아트인사이트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문화초대는 매순간 새롭고 또 처음 접하는 것들이 많다. 이번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역시 그러한 것들 중 하나였는데, 동양화뿐만 아니라 도시에 관한 전시는 내가 기억하는 한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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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은 총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1. 성문을 열다 :         조선 후기 상업화와 도시화, 도시의 모습 
2.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 :         도시 문화 및 중인의 등장, 그로 인한 미술의 변화 
3.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 :    미술 시장 형성과 주체적인 자의식의 표출 
4. 도시, 근대를 만나다 :           20세기 근대의 시작과 인쇄 매체의 등장 등 변화에 적응

 이번 전시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전시의 주제가 확실했고 그것을 전달하는 구성방식과  부수적인 장치들이 굉장히 적절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서부터 시작해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도시’라고 불리는 공간을 이제 막 갖추어나가던 시대적인 흐름이 당시 미술가들에게 미친 영향과 그것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 섹션 [성문을 열다]에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국내외 1급 문화재 <청명상하도>, <고소번화도>, 그리고 <태평성시도>가 전시되어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로만 듣던 1급 문화재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비로소 1급 문화재만큼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5.jpg▲ -구글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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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은 중국 풍속화이자 1급 문화재인 <청명상하도>였는데, 중국의 청명절 전후의 북적북적한 도성의 모습을 북송 장택단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청명상하도>를 직접 마주한 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 나는 그 엄청난 길이에 한 번, 사진처럼 사실적인 표현에 또 한 번 놀랐다. 
 
 교외, 시내, 배, 다리, 성문, 시가를 오른쪽에서부터 차례차례 그려내고 있는 <청명상하도>는 강을 사이에 두고 원근법을 이용해 도성의 모습을 믿기 힘들만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마치 높은 산에 올라 멀찍이서 도성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정말 손톱만한 크기인데도 선과 색감이 세밀하고 선명하게 표현되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7.jpg▲ -구글 이미지 발췌
 
8.jpg▲ -구글 이미지 발췌


 개인적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유명한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 다른 하나는 아무 이유 없이 빠져드는 작품을 마주하는 재미. 이어지는 두 번째 섹션에서는 바로 전자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교과서에서나 봤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에서 조선 후기 도시의 등장과 더불어 사회에 흘러넘쳤던 풍류, 그 흥겨움과 여유로움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12년의 학교생활동안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이 작품들 앞에 서자 비로소 그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당시 작가들은 도시의 등장으로 인한 새로운 생활상을 담아내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자의식을 표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조선 후기 천재화가로 불리는 장승업의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10.jpg▲ -구글 이미지 발췌, 조희룡의 매화도
 
9.jpg▲ -구글 이미지 발췌, 장승업의 매화도
 

장승업의 작품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그림에 자기 자신을 스스럼없이 녹여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시실에는 조희룡의 매화도와 장승업의 매화도가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같은 매화임에도 조희룡의 매화와 달리 장승업의 매화는 훨씬 자유롭고 거침없는 선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생전 장승업의 호방하고 자유분방한 성미가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역시 도시화와 그로 인한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라는 주제,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작품들뿐만 아니라 전시에 활용되는 디지털 기술들이 적재적소에 활용되었다는 점도 관람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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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개월 전 컨버전스 아트로 이루어졌던 <모네, 빛을 그리다 展>에서 모네의 작품을 종이 위에서가 아닌 스크린 위에서 영상으로 만나본 적이 있다. 같은 기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전시에서도 이처럼 영상으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청명상하도>나 <고소번화도>의 경우 표현이 굉장히 세밀해 맨눈으로는 보기 힘든 부분을 영상으로 확대해서 보여줬기 때문에 관람이 훨씬 수월했다. 심지어 영상에서는 작품안의 사람과 동물이 움직이기도 해서 종이 위에 그려진 도성의 모습을 보다 생동감 있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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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섹션에서는 조선 후기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영상으로 하나하나 보여줌으로써 전시에서 만나보고 있는 작품들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인 신문 혹은 잡지의 일부를 디지털로 발췌해 관람객이 직접 터치해 읽어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어 전시가 관람객의 이해와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리뷰를 쓸 때면 항상 조심스럽다. 모든 리뷰가 그러하지만 특히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문화예술에 대한 리뷰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내가 느꼈던 좋은 감정, 느낌을 어떻게 전달해야 더 많은 이들이 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도록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리뷰가 바로 그러한 고민 끝에 나온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한 달 여 남짓 남은 전시 기간 동안 이 글이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를 향하는 발걸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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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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