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의 뮤즈가 된다는 것: 김환기 화백의 아내 김향안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0.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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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예술가의 뮤즈의 내용을 다룬 책 한 권을 읽었다. 모네, 클림트, 모딜리아니 등 최고의 예술가들의 작품엔 반드시 그들의 뮤즈가 자리했고, 그런 작품일수록 사랑과 동경, 연민 등의 형언하기 어려운 복합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더욱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 하다. 딱히 작품에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뮤즈의 존재가 작가의 존재 이유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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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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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에밀리 플뢰네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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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모자를 쓴 잔느>


  이처럼 예술가에 뮤즈의 존재란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니다. 많은 경우가 존재할 테지만 이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예술가, 라고만 표현하기엔 모자란듯한 한 미술천재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한 여자를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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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변동림 그리고 김향안이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불렸다. 사실 변동림은 시인 이상과 첫번째 결혼을 했다. 그녀는 당시에 여자로써 흔치 않은 일이었던 대학까지 이수했던 지식인이었다. 다독가,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 달변가 등 여러 단어로 소개되는 신여성이었던 그녀는 18살의 나이에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 처음 만났고, 스물 네 살의 나이로 결혼했다. 그러나 첫 번째 남편인 이상은 결혼한지 4개월만에 사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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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7년 후 세 딸의 아버지인 무명 화가 김환기와 동거하다 재혼을 하게 된다. 지금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을 이끄는 명성있는 화가이나 당시 가진 것 없던 그와의 결혼을 그녀의 집안에서는 반대했던 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변동림에서 김향안으로 이름을 바꾸고, 가문과의 인연을 끊고 김환기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인 향안은 시골 향, 언덕 안 으로 당시 김환기 화백이 쓰던 아호라 한다.

  무명에 가난한 화가였던 그가 술을 마시건 집안에서 게으름을 피우건 아내 김향안은 군소리 하나 하지 않았다 한다. 그를 너무 사랑했고, 이미 그의 천재적 예술성을 알아보아 그의 삶을 그저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부부는 파리 동반 유학 길에 올랐고 이후 뉴욕으로 건너가 이국생활을 했다. 파리 유학 당시 미술사와 미술평론을 공부했던 그녀는 남편의 사후에도 그의 유작과 유품을 고이 간직했고 1992년 11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환기미술관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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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


  예술가에겐 창작의 고통과 그들을 둘러싼 정신적, 경제적 등 외부적 어려움 존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천재 예술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사회로부터 더 많은 손가락 질을 받았을 경우도 만무하다. 그런 그들에겐 마음의 안정과 예술관을 지탱해줄 뮤즈들이 필요했다.

  위에 언급했듯 가장 아름다운 빛과 함께 카미유를 화폭에 담았던 모네, 클림트의 연인이자 정신적 안식처가 되었던 플뢰네, 모딜리아니에겐 운명과도 같았던 쟌 에뷔테른 있었다. 화가에게 뮤즈, 다시 말해 그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은 그들의 작품 세계를 펼치게 하는 예술적 동반자이며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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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당시 교수로 재직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던 김환기에게 파리 유학길에 미리 올라 기반을 닦아 놓는 다던지 등의 계속해 그의 예술적 세계를 펼치게 지원해주는 일이란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를 참 사랑했던 듯 싶다. 지금의 김환기라는 작가가 있기 까지에는 분명 그의 운명의 상대이자 영원한 그의 지지자인 김향안이 있었기 때문 이 아닐까.

  비단 예술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를 믿어주고 내 세계를 더욱 넓혀주는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는 사실은 아주 커다란 행운일 것이다.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던 김환기의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을 찾아보며 잠깐이나마 감성에 젖는 일도 좋을 듯 싶다.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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