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베레스트' [영화]

글 입력 2016.10.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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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산악인 엄홍길씨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 등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이후, 엄홍길 대장은 언론과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대한민국에 ‘등산’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등산열풍은 갑자기 왜 불어온 것일까. 생각해보건대, 엄홍길 대장의 등정 소식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본능을 자극한 것이었다. ‘높은 곳’에 대한 선망과 이에 도달하려는 욕망 말이다. 게다가 ‘세계 최초’라는 그럴듯한 프리미엄까지 붙었으니 국민들에게 ‘등산’ 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취미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1994년 등산 열풍, 특히 에베레스트를 향한 욕망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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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텐징 노르가이의 첫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많은 탐험가들의 발길이 에베레스트로 향했다. 이에 일반인들을 위한 ‘에베레스트 등정 가이드’가 등장하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롭 홀의 직업이다. 롭 홀은 에베레스트 등정 희망자들에게 참가비와 보수를 받고 이들을 정상까지 이끄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시작 또한 참가자들이 모인 캠프에서 롭 홀의 연설로 시작한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여러분들에게 고통을 드립니다.” 이 대사를 통해 <에베레스트>는 다른 재난영화와 차별을 두고 있다.

 <에베레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스스로 극한의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에베레스트 등정로는 데스존(Death Zone)이라고 불린다. 그 이유는 해발 8,000m 이상 올라가게 되면 기온 저하와 더불어 산소가 희박해져 산소통 없이는 48시간 안에 사망한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 영화는 약 3,000~4,000m의 고도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연설 이후 롭 홀과 그의 대원들은 일정 기간 동안 등정 훈련을 하게 된다. 훈련 중 크레바스, 눈보라, 절벽 등 에베레스트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요소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실제 에베레스트에서 촬영을 했기에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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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날씨까지 완벽한 날. 롭과 그의 고객들은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발걸음을 떼기 전 롭은 대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의 목표는 전원 무사귀환입니다. 오후 2시 이후에는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하산하셔야 합니다.” 당시 실제로도 에베레스트는 해가 빨리 지고 기후의 변화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올라 오후 2시 이전에 빠르게 내려온다고 한다. 연설 후 등정을 기념하며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영화 속 사진은 이 실제 찍은 사진과 싱크로율이 매우 흡사하다. 또한 당시 등정팀에 있었던 실제 인물들을 그대로 영화 속에 녹여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차저차하여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롭과 대원들. 시간이 지나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이들 중 낙오자가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 산소를 너무 빨리 소진해버리거나, 동상에 걸리거나, 시력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등의 고지대 혹은 저온지대에서 겪을 수 있는 증상들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동상에 걸려 손을 못쓰는 모습, 갑자기 너무 덥다며 옷을 찢어 던지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고통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런 낙오행렬 속에서 이야기는 ‘롭’과 ‘더그’에게 넘어간다. 주인공인 롭은 가이드로서 가장 먼저 정상등반에 성공한다. 이후 그의 할 일은 2시 이후에 전 대원 하산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 차례 도전했으나 정상을 밟지 못하고 하산해야 했던 ‘더그’를 정상 문턱에서 차마 하산시키지 못하고 정상까지 끌어준다. ‘더그’와 함께 하산하는 도중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진짜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 에베레스트의 기후가 급격히 바뀌며 눈사태와 눈보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등산로에 설치해두었던 다리가 끊어지고, 구비해두었던 산소통이 얼어버리는 등의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하산을 하던 ‘롭’과 ‘더그’ 그리고 중간에 낙오하여 하산을 완료하지 못한 ‘벡’이 에베레스트에 갇히게 된다. 이후의 영화 결말은 허무하면서 잔인하고 냉정했다. 힘겹게 정상에 오른 ‘더그’가 가장 먼저 죽게 되고, ‘롭’ 또한 죽게 된다. 영화에서는 롭의 죽음에 ‘에베레스트와 영원히 함께 한다.’ 라는 대사를 넣었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롭 홀의 시신은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실제로는 사망 13일 뒤, 롭의 시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들보다는 약간 낮은 지대에 있던 ‘벡’은 가까스로 헬기를 타고 구출이 되었는데 이 때 ‘벡’이 구조된 실제 해발은 약 6,053m 정도로서 당시 가장 높은 헬기 착륙 구조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실제 인물인 ‘벡’은 구조 이후 동상의 여파로 오른쪽 팔과 왼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고 귀의 피부조직을 이용해 코를 재생해야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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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말했듯이, <에베레스트>는 1996년 에베레스트 재앙을 다룬 영화로서, 당시의 자연적 상황이나 인물들의 상황, 심리를 잘 묘사하여 영화가 아닌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당시 롭 홀의 원정대는 총 33명이었으며 이들 중 8명이 하루 만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당시 에베레스트에서 이만큼의 인원이 죽음을 맞이했던 적이 없었기에 이 사건을 ‘에베레스트 재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현재까지도 ‘에베레스트 가이드’는 성행 중인 사업이라고 한다.

  에베레스트는 영화 자체가 재난이다. 영화 속에서 재난기제로 나타난 눈보라, 눈사태가 아니더라도 에베레스트의 환경 그 자체가 나에겐 재난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등정을 희망했으니 재난의 한가운데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를 일이나, 영화 속 등장인물들 각자의 사연을 듣다보면 어느 정도 공감은 된다. 아마 이런 점이 실제사건과 영화와의 다른 점일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는 쉽게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스토리 혹은 사정 같은 것들 말이다. 지금도 에베레스트에는 수 많은 탐험가들의 시체와 영혼이 묻혀있다고 한다. 이런 시체 하나하나에 담긴 스토리들이 에베레스트를 더욱 높게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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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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