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고 - 황금만능주의적 사고에 대한 비판

글 입력 2016.10.04 23:1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의 많은 작품을 읽었는데, 그 중 '나무'라는 18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 중에서도 '바캉스'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주인공 피에르의 시간 여행을 다룬 이야기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어느 시대에, 피에르는 중세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여행사에서는 여행 보험을 들기를 권유하지만 피에르는 이를 거절한다. 여행 도중 피에르는 중세시대 사람들에게서 마법사로 몰려 교수형을 선고받고 단두대 위에 서게 된다. 그 때 여행사 직원이 불현듯 나타나 지금이라도 보험에 가입할 것인지를 약속받고 피에르를 구출하여 미래로 돌려보낸다.


베르나르베르베르_나무1.jpg

 
여행사 직원에게는 피에르의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황금만능주의적 사고는 소설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을 낳아주고 평생 길러준 부모보다 보험금이 더 중요해서 부모를 살해한 자식, 돈 때문에 서로 배신하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뉴스이다.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돈 때문에 인간의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일이 여기저기서 행해지고 있다. 이렇게 돈의 중요성이 인간의 기본 권리를 넘어서는 현대 사회의 모습은 분명 비이성적이고 이기주의적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조차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사는지 비교하며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이런 상황에는 TV 방송이나 영화 등의 미디어가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통신기술과 문화 산업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요즘, 대중매체는 많은 사람들의 사고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가치관을 자꾸 전파하고 있으니,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자들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다룬 드라마들이 성행하고, 사람들의 물질적 가치를 따져 점수를 매기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프로그램들이 많으니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자꾸만 돈을 좇게 만드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정말로 자신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에서 제대로 된 가치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모든 교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교사들은 ‘너희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에 가야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 행복의 기준은 돈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전파하는 것이다. 초중고 12년 내내 그런 수업만 들은 학생들이 물질적 성공만을 추구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그대로 자라 황금만능주의적 사고로 가득 찬 어른이 되어 또 다시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이 행해질 수 있도록 교육자들부터 변화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상적이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돈 때문에 정신적인 가치와 인간의 권리가 무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의 권리와 돈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 또한 존중받아야 함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황금만능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사고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어 지금 당장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매체와 교육자들이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점차 보여준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개선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김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