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고 - 황금만능주의적 사고에 대한 비판
글 입력 2016.10.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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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의 많은 작품을 읽었는데, 그 중 '나무'라는 18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 중에서도 '바캉스'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주인공 피에르의 시간 여행을 다룬 이야기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어느 시대에, 피에르는 중세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여행사에서는 여행 보험을 들기를 권유하지만 피에르는 이를 거절한다. 여행 도중 피에르는 중세시대 사람들에게서 마법사로 몰려 교수형을 선고받고 단두대 위에 서게 된다. 그 때 여행사 직원이 불현듯 나타나 지금이라도 보험에 가입할 것인지를 약속받고 피에르를 구출하여 미래로 돌려보낸다.
이런 상황에는 TV 방송이나 영화 등의 미디어가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통신기술과 문화 산업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요즘, 대중매체는 많은 사람들의 사고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가치관을 자꾸 전파하고 있으니,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자들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다룬 드라마들이 성행하고, 사람들의 물질적 가치를 따져 점수를 매기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프로그램들이 많으니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자꾸만 돈을 좇게 만드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정말로 자신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또한 학교에서 제대로 된 가치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모든 교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교사들은 ‘너희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에 가야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 행복의 기준은 돈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전파하는 것이다. 초중고 12년 내내 그런 수업만 들은 학생들이 물질적 성공만을 추구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그대로 자라 황금만능주의적 사고로 가득 찬 어른이 되어 또 다시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이 행해질 수 있도록 교육자들부터 변화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상적이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돈 때문에 정신적인 가치와 인간의 권리가 무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의 권리와 돈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 또한 존중받아야 함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황금만능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사고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어 지금 당장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매체와 교육자들이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점차 보여준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개선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김현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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