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별과 구별 사이, 공존을 위해 7 - 모든 소수와의 공존 [문화전반]

글 입력 2016.10.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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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나에게 올해 최고의 애니를 묻는다면 ‘주토피아’라 답하겠다. 올해 2월 디즈니가 선보인 ‘주토피아’는 470만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한 애니메이션으로 100분 남짓한 시간동안 편견과 차별에 대한 시각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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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들 역시 진화했다. 그들은 옷을 입고, 언어로 소통하며 더 이상 육식 동물이 초식 동물을 사냥하지도 않는다. 진화한 동물들이 함께 공존하는 꿈의 도시가 바로 ‘주토피아’다. 토끼인 ‘주디’는 ‘주토피아’에서 경찰이 되기를 바란다. 당시 토끼 경찰은 유례가 없었고 다른 동물들은 모두 ‘주디’를 비웃는다. ‘주디’의 부모님마저 딸이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하며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야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주위의 걱정과 만류, 조소에도 불구하고 ‘주디’는 우수한 성적으로 경찰학교를 졸업해 ‘주토피아’로 향한다. 전에 없던 토끼 경찰을 향한 주위의 텃세로 인해 이렇다 할 사건을 맡지 못하던 ‘주디’는 당시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던 포유류 연쇄 실종사건을 48시간 내에 해결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실종된 동물들은 모두 육식 동물들로 일종의 ‘야수화’가 진행된 상태였는데,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디’는 육식 동물들의 생물학적 본능이 어떤 계기로 인해 발현된 것이라 기자회견에서 답한다. 그 한마디는 ‘주토피아’를 뜨겁게 달궜고, 함께 수사하던 여우 ‘닉’마저 ‘주디’에게서 등을 돌린다. 우연한 계기로 ‘주디’는 동물들의 야수화를 진행시킨 식물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를 뒤에서 조종한 동물이 ‘주토피아’ 시장의 비서였던 양 ‘벨 웨더’임을 밝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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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토피아’에도 쓰인 ‘유토피아(Utopia)’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ou-'와 ‘toppos’의 합성어로, ‘topia’의 원형인 ‘toppos’은 익히 알 듯 ‘장소’라는 의미이다. 흥미로운 것은 접두사 ‘ou-’의 뜻이다. ‘ou-’는 ‘좋은’‘어디에도 없는’을 동시에 의미한다. 즉, ‘유토피아(Utopia)’‘가장 좋지만 어디에도 없는 장소’를 의미한다. 인간에 의해 건설이 시도되었던 유토피아는 역사 속에서 늘 실패해왔다. 그러나 결과가 정해져있다고 포기하는 것과 그럼에도 노력하는 것은 그 방향이 다르다. 나는 모든 소수와의 공존이 가능한 사회가 바로 언제나 인류가 꿈꾸던 유토피아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소수이고, 누가 다수인가? 육식동물의 야수화를 통해 ‘벨’이 이룩하려고 하던 사회는 초식동물들의 사회였는데, 그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무시당하고 사는 거, 인정 못 받고 사는 거 지겹지 않아? 육식동물들은 강하고 시끄럽지만, 우리 숫자랑 비교하면 10분의 1밖에 안 돼. 주토피아의 90%인 초식동물들이 하나가 돼서 맞서면 아무도 우릴 못 막아.



 현대 사회의 ‘소수’는 숫자로 정의되지 않는다. ‘벨’의 말처럼 숫자로는 90%에 이를지 모르지만 힘없는 초식동물들은 여전히 알게 모르게 차별받으며 살아왔던 것이다. ‘벨’의 방식은 비록 정의롭지 않았지만 분명 생각해볼 점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의 소수는 수(數)적 소수가 아니라, 사회에 의해 규정된 ‘소수’이다. 나는, 과연 절대적 ‘다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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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편의 글을 쓰면서 여러 소수와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여성, 반려동물, 노인, 외국인, 성적소수자, 장애인. 물론, 내가 다루지 못한 소수들은 훨씬 다양하게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차별을 겪어가면서, 참아내면서, 익숙해지면서. 인간은 어쩌면 선 긋는데 가장 탁월한 재주를 가졌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역사의 발전은 언제나 자신의 권리를 주창하는 사회적 소수들에 의해 이룩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까지의 세월이 얼마나 걸렸는가를 가늠해본다면 ‘모든’ 소수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제쳐두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과제이다.

 ‘주토피아’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범죄를 저지른 ‘벨’은 감옥에 가고, 시민들 역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육식동물에 대한 편견을 해소한다. 축제의 현장에 울려 퍼지는 ‘가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동물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쉽게 표현하기 위한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주토피아’의 결말은 지나치게 이상적이지만 분명 그 모습들은 인간들도 바라는 사회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부터 편견을 버리고 모든 소수와의 공존을 실천하는 관점이, 시각이, 노력이 만연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연작을마치며>

 사실 ‘공존’시리즈는 글로 쓸 기회가 없었을 뿐, 고등학생 때부터 생각하던 주제였다. 토론대회에 참가하면서 ‘차별’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내 생각보다 많은 소수들이, 차별들이 사회에 존재함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어렸고, 어떤 식의 차별이 잘못되었는지 그걸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이번 연작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글은 없었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할지, 과연 그게 영향력이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적어도 글을 본 사람들이 ‘맞아, 이것도 차별이었구나.’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라도 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기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타인과의 조화가 더 이루어져야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조화와 공존을 모색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회의 모습이 곳곳에 보이길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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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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