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다, ‘더 맨 인 더 홀’

글 입력 2016.10.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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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늦게 도착한 공연장에서는 이미 공연 중이었다. 주인공인 ‘하루’와 연인인 ‘연아’가 놀이터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었다. 이후 등장한 강도에 의해 둘은 위협받고 결국 맨홀로 떨어진다. 강도에게 당한 몸의 상처, ‘연아’를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의 상처가 겹쳐 ‘하루’는 환각증세에 빠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늑대’. ‘늑대’는 ‘하루’를 보살피며 진짜 자신을 인식하라며 다그친다. 칼을 쥐어주고, ‘하루’를 위협하는 어떤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라고 소리친다. 같은 시각 맨홀 위에서는 원인모를 실종사건이 늘어 가는데, 사건현장 근처의 CCTV에서 ‘하루’가 발견된다. ‘형사’는 ‘하루’를 실종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좇는다. 맨홀 안에서 구출된 후에도 망상장애에 시달리며 도시를 배회하던 ‘하루’는 자신과 ‘연아’에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찾아낸다. 강도에게 복수를 마친 ‘하루’는 맨홀 안에 남겨둔 죽은 ‘연아’의 곁에서 평온한 듯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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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라는 인물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럭저럭 대학교를 졸업한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으나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취업에도 성공하게 된다. 20년 넘게 힘들게 살아온 ‘하루’는 사회에서도 이리저리 치이게 된다. 경쟁을 강요받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주위의 걱정 어린 충고 한마디가 무겁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미래를 약속한 ‘연아’였다. 하지만 자신의 사랑마저 묻지마 범죄의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린 현실이 ‘하루’는 버거웠다. 맨홀 안에서 만난 ‘늑대’로서의 자아는 ‘하루’에게는 일종의 표출이었을 것이다. 현실에 대한 ‘하루’의 억압에 대한 표출, 분노. 사랑하는 연인조차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 등이 섞인 억눌린 자아가 ‘늑대’로 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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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 표출을 위해 인격을 나눠 자기를 보호하려는 시도를 담은 작품들은 많았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부터 어렴풋이 예상한 전개였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이 메시지를 어떻게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담아낼 수 있을까?‘였다. 표현의 수단이 비교적 많은 대극장이 아닌 소극장 뮤지컬에서 어떤 표현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들에게 저 상황을 납득시킬지 기대했다. 결론적으로 파파프로덕션은 그런 설득에 성공했다.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조명과 효과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역시 극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충분했다. 보통 뮤지컬보다 훨씬 많은 노래들이 나왔는데 ’두 개의 달 : 그 속의 나‘라는 부제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음악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현장에서 연주하고 있던 피아노는 시선이 피아노에 머물며 집중을 해칠까 걱정했는데, 현장감 있는 피아노 연주가 오히려 극의 분위기를 살렸다. 강도에게 당할 때나, ’하루‘가 자신을 해치려는 어떤 것에 저항하는 장면처럼 긴장감이 증가하는 부분에서는 피아노의 역할이 특히 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물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굳이 저 인물이 극에 필요했나?‘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또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늑대‘의 캐릭터성이 좀 더 두드려졌으면 좋겠다. 현실에 억눌린 ’하루‘의 야성적이고 저돌적인 자아가 표출된 인물이라면 좀 더 적극적인 면모가 드러나면 좋을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면 누구든 공감할 것 같은 ‘하루’의 이야기를 통해 억눌린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컬 ‘더 맨 인 더 홀’은 10월 30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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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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