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면의 얼굴, 책가도(冊架圖)

글 입력 2016.10.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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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얼굴, 책가도 <冊架圖>
 
 
 
책가도 표지.jpg
 
 
 
책장, 그리고 책가도
 
어렸을 때 친구집에 놀러가면 가장 유심히 봤던 것이 책장이었다. 친구 집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내 친구는 어떤 책을 읽을까? 내가 읽어봤거나 아는 책이 있으면 뭔가 친숙하게 느껴졌고, 처음 보는 책들은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임수식 작가의 말처럼 책장을 보면, 그 책장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책가도는 조선후기 유행했던 회화양식이다. 정조시대에 화원들로 하여금 책가도를 제작하게 했다고 한다. 책가도는 책거리그림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책장의 형태를 가진 것을 책가도, 책장형태가 아닌 것을 책거리그림이라고 부른다.
 

김훈_책가도.jpg
▲ 김훈의 책가도
 
​임수식 작가가 표현하는 책가도는 좀 더 특별하다. 우선 책가도의 특징 중 하나인 역원근법을 촬영에 적용했다. 역원근법은 멀리있는 사물을 크게 그리거나, 다시점으로 그려지는 것과 같이 서양의 투시도원근법과 다른 독특한 동양적 시각이다. 임수식 작가의 책가도 시리즈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책장의 칸들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해 조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리고 또 다른 독특한 것은 바로 표현방법이다. 매끈한 사진으로 표현하기에 책장이 너무 가벼워보일 것 같아,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박신영 선생님의 전시에서 조각보 작품을 보았고, 책가도를 조각보처럼 따로 인쇄해, 직접 바느질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종이는 천 대신 한지를 쓰고.
임수식 작가의 책가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
박범신_책가도.jpg
▲ 박범신의 책가도​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 다양한 공간의 서재가 담겨 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박범신, 김용택, 황석영, 김훈 등)의 책장이 담겨져 있어,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책가도를 살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5년-10년에 한번씩 나의 책장을 찍어보는 것도 참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20대 당시의 책가도를 본다면, 20대의 나는 저런 책을 읽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었구나, 하고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임수식 작가의 말 중 가장 와닿는 구절이 있었다.
" 저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야구경기가 끝나면 Game Over가 아니라
Game Set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플레이들이 숫자들로 채워져
경기가 끝나서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더 이상 책을 채울 수 없게 되면
책장 주인의 얼굴을 갖게 됩니다."​
 
내가 나중에 더 이상 책을 채울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때의 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마지막 초상화가 새겨질 책장엔 어떤 책들이 채워져있을까?
책장은 내면의 얼굴이다. 라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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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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