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간의 에너지는 반드시 작품에 기운다'-사진작가 임수식의 책가도

종이향기가 느껴지는 사진작가 임수식의 책가도
글 입력 2016.09.3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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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架圖 (책가도)


책가도 뒷면.jpg
 

 카모마일북스의 신간 책가도를 받아들고.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한장한장 넘길 때 책에서 느껴지는 종이향기가 참 좋았다. 책가도를 담은 책이라서 그런지 서가향이 풍겨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향기를 만들어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든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서 묻었는지 책표지에 얼룩이 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그 안타까움도 조금씩 색을 바래 시간이 지나면 책과 하나가 되겠지! 아직은 책과 하나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내 마음에 남아 맴도는 상태.

 사진작가 임수식의 작품들. 작가가 만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책장들의 한부분들을 사진으로 찍어 한지에 옮긴 후 바느질로 정성스레 이어 붙였다. 사실 그대로를 담아내는 도구로써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사진기. 다양한 각도에서 부분부분을 조명하여 조각조각 이어 붙인 책장이미지들이 어딘지 이상한 모양새로 이어 붙여져 있다. 사진기로 찍은 작품이라기에는 어딘가 그림같다. 하지만 그림이라기엔 너무 사실적인. 작가는 사실의 기록으로써 사진이 가진 무게감에 대해서도 적어놓았다.

 각 페이지를 넘길때 마다 각각의 책장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각 책장 앞에 설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서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 그 책장 앞에서 주인은 어떤 모습으로 서있었을지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어떤 소리를 들었을지, 어떤 대화가 오고갔을지,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을지도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을것 같다. 어쩌면 '어렴풋이'보다는 조금 더 생생하게. 그래서 임수식작가의 책가도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게 만든다. 


책가도292_프린트된 한지에 손바느질_150cm×142cm_2015.jpg

 
 '시간의 에너지는 반드시 작품에 기운다'라고 적혀있는 글귀가 마음에 들어왔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서가를 그려낸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시간 한땀한땀들이 주인의 마음속을 환히 들여다 보겠다는듯 책장의 구석구석까지 그려놓았다.

 할게 그렇게 많지 않은 한가한 방학날, 지인의 집에 들러 호기심 어린 눈으로 책장을 살피는 조심스런 기분이라고 할까? 낯선 책장들 속에서 예전에 내방 책장에도 꽂혀 있던,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진 책들을 발견하고는 참 반가웠다. 주인들의 물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훑어 보게 된다. 어떤 책장은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고, 어떤 책장은 낯설어서 이국적인 느낌까지 든다. 아, 그중에 외국의 책가도도 있었지만.


1.jpg

 
 책의 향기를 담고 있는 책가도를 한장한장 넘기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을 마음속 한가득 담은 듯 했다.

 문득 내 책장을 바라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책장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것 같다. 이제는 그냥 보관함이나 수납장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내 책장. 더 이상 펼쳐보지 않는 전공책들로 가득하고. 예전에 좋아했던 가수들의 씨디가 자리를 배정받지 못한채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고. 소설 책들 사이에 필기구, 인형, 양초, 향수, 액자, 사진, 내가 그린 그림들이 구석구석 들어차 있는. 그리고 그동안 취미생활로 모았던 수료증이나 자격증들이 칸들 틈틈히 쌓여있다. 그나마 최근에 관심가지게 된 예술분야 카타로그나 서적들이 새 책냄새를 뿜어내며 조금씩 더해져가고 있는 중.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변해가는 내 모습들을 그대로 그리고 있었던듯도 하다.

 얼마전에 책장에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책들을 모두 꺼내 가져다 버렸다. 덕분에 비워진 책장 한켠에는 그동안 서랍 안에 들어가 빛을 보지 못했던 물건들로 채워놓았다. 비워지고 채워지는 동안 나의 책장은 어떤 모습들로 그 자리에 서있었을까? 새삼 다른 사람들의 책장을 바라보며 내 책장도 돌아보게 된다.

 지인들의 책장을 책가도로 그려내여 책장 주인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일상을 상상해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책. 그래서 볼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는 책가도들로 가득한 책. 오래두고 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펼쳐볼땐 또 어떤 모습으로 책가도들이 나에게 다가올까?





《冊架圖》


임수식 지음

256쪽

값 23,000원

카모마일북스

140*202mm

ISBN 978-89-98204-38-9
부가기호 03600 

출간일 2016년 7월 26일

문의 : 02-313-3063|Fax : 02-313-8860

김훈_책가도.jpg


[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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