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가도 - 사진에 담긴 책장, 책가도에 담긴 삶

글 입력 2016.09.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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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가도는 생각보다 묵직하고 두터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지. 책장을 가득 담은 책 아니던가. 책장을, 책을 꼭꼭 눌러담아 만든 하얗고 소담한 책. 책 속에는 임수식 작가의 시선으로 담은 가지각색의 책장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 여러 사람들의 서재를 슬그머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손바느질로 한땀 한땀, 책장을 책가도로써 새로이 담아낸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기회. 과거가 아닌 현재 이 곳에서 책가도라는 장르를 발견한 것도 신비로운데 이에 얽힌 이야기가 이토록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에 한번 더 놀라고 만다.

     서장에서 작가는 책가도를 두고 세상을 소개해 주는 소중한 친구라고 얘기한다. 책가도 작업을 하면서 많은 인연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했다고. 책가도가 책으로 얽혀져 독자에게 온 것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친구. 한장 한장 종이를 넘기며 책가도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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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이 내면의 얼굴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책장이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의 초상화이기도 하다고. 그래서 더욱, 책을 읽을 때면 면면이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온 것만 같다. 책장에는 그 사람의 시간이 담긴다. 내 생각, 마음, 감정, 자기 자신이 가진 맥락과 흐름에 맞는 책을 골라 책장에 넣는다. 그렇게 책장에 책이 하나 둘 차오르면 그 사람의 마음도 하나 둘 차오른다. 그런게 책장이었다. 책가도는 내가 미처 간과하고 있던 '나의 책장'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 책장에는 무슨 책이 잠들어 있는가.

     책가도 책은 작가의 책가도 작업 내용, 그리고 작품을 만들면서 생긴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작가님이 책가도를 한지 위에 작업하시는 점이 유독 인상깊었는데, 전통 책가도의 느낌이 살아나면서 옛스러운 아름다움이 풍부하게 표현된다. 그리고 작품과 딱 알맞은 재료를 찾기 위한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책가도 작품들은 한지에 어떤 가공도 하지 않고 사용한다고 한다. 다루기 참 어려운 한지임에도 불구하고. 책으로나마 작품을 볼 수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지만, 실제로 작품을 보고 눈으로 질감과 생생한 느낌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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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은 일부러 책장 주인의 이름을 숨기고 작품의 제목을 붙였다. 작품을 볼 대 선입견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더욱 이 책장이 누구의 책장일지 곰곰히 고민하면서 바라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작가님의 작품 자체를 감상하는 것도 묘미였지만, 책장과 책가도에 대해 작가님의 생각을 단아한 글로 볼 수 있었던 점이 참 좋았다. 어떻게 보면 여행 수필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일기를 흘낏 보는 느낌도 들고. 사진 예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예쁜 수필 한 편 보는 느낌으로 충분히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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