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연의 재해석, 연극 '나, 말볼리오'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9.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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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볼리오
- <십이야>의 조연 말볼리오의 재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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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친게 아니야...
세상이 그 사실을 알아야 해."


 '나, 말볼리오'는 우스꽝스러운 차림에 침울한 표정, "나 사연있어요"라고 외치는 듯한 포스터에 이끌리듯 예매해 봤던 연극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전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 나오는 말볼리오의 1인극으로 진행된다. 말볼리오를 쉽게 보기 위해서는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쌍둥이 남매 세바스찬과 비올라가 탄 배가 폭풍에 휩쓸려 서로 헤어지게 된 뒤 각각 일리리아라는 고대 국가에 상륙한다. 먼저 일리리아 해안에 상륙한 여동생 비올라는 여자의 몸으로 낯선 이국땅에서 살 길이 막막하자 남장(男裝)을 하고 세자리오라는 이름으로 올시노 공작의 몸종이 된다. 올시노 공작은 오랫동안 올리비아라는 여성에게 구혼을 하고 있었으나 올리비아는 오라버니가 세상을 뜬 슬픔에 7년 동안이나 은둔 생활을 하며 공작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작은 충직한 몸종 세자리오를 올리비아의 구애 중개자로 삼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자리오, 아니 비올라는 남몰래 공작을 사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리비아가 세자리오를 사랑하게 되면서 사태는 점점 복잡하게 얽힌다. 비올라는 금방 올리비아가 헛되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눈치챈다.

이런 와중에 세바스찬도 일리리아에 도착한다. 올리비아가 그를 보고 세자리오인 줄 알고 청혼을 하고 물론 세바스찬은 아름다운 올리비아의 청혼을 쾌히 받아들여 두 사람은 당장 결혼식을 올렸다. 공작은 올리비아의 결혼에 절망하고 자신의 하인이 자신의 연인을 가로챈 것에 몹시 분노했다. 하지만 두 쌍둥이 남매의 사연이 밝혀지고 남장을 벗고 아름다운 여자로 돌아온 비올라를 보고는 공작은 그녀를 공작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십이야 [Twelfth Night]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영미문학, 2013. 11., 인문과교양)



 십이야의 관계를 정리하자면 이렇게 된다. 비올라 →올시노 공작→올리비아→세바스찬(비올라)
여기에서 말볼리오는 올리비아의 집사로 지나치게 진지하고 도덕적인 인물이다. 올리비아의 사촌 토비 벨치 경의 미움을 사 그들의 음모로 여주인에게 구애를 하다가 혼쭐을 당한다. 

 나, 말볼리오의 작가인 팀 크라우치는 그의 마지막 대사인 "당신들 전부에게 복수할거야" 이후 그의 복수가 어떻게 됐는지 절대 찾아볼 수 없어,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한인물 중 한명이라 그를 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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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국립극단 홈페이지


 공연에서 그는 이런 억울함, 복수심을 가감없이 관객에게 표현한다. 다리를 꼬고 앉는 관객에게 바른자세로 앉으라며 명령하고 잔뜩 구겨진 종이를 향해 불평을 쏟아놓는다. 또한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스스로를 유희화 시키고 그걸보고 웃는 관객에게 왜 웃냐며 소리를 지른다. 말볼리오는 공연 내내 관객을 향해 투덜거리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 할 수 없었던 그의 유일한 외침으로 들려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전체적으로 편안히 웃으며 볼 수 있는 연극이라서 재밌었지만 아쉬운 점은 외국에서 봤으면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 공연의 묘미는 관객을 향해 욕을 퍼붓는 말볼리오와 그에 대항하는 관객들의 돌발행동인 것 같은데 비교적 얌전한 한국인의 태도상 재미있는 장면을 만나기에는 어려웠다. 내가 본 공연은 마지막 공연이었는데 연기자인 팀 크라우치는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능청스럽게 극을 이끌었다. 배우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해서 아마추어가 주인공을 맡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까지 발작적으로 나는 미치지 않았다며 외친 그의 표정이 생각난다. 


공연장에는 두 명의 등장인물이 있다. 나랑 여러분, 바로 관객이다. 
나와 여러분은 공연애호가와 비애호가 사이의 게임을 하며 함께 할 것이다. 
그렇다고 부당하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 
다만 나쁜 무언가에 연루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본인도 모르게 나쁜 짓을 하는데 초대될 것이다.

- 팀 크라우치


[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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