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덴마크 디자인전 - 의자 덕후의 심금을 울리다

글 입력 2016.09.2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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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디자인전. 오랜만에 정말정말 가고 싶은 전시가 생겼다. 북유럽 디자인의 본고장 덴마크에서 직접 데려온 디자인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 전에 북유럽 디자인전 했을 때 못간게 정말 아쉬웠는데 이렇게 또다른 전시를 만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다. 같이 디자인 수업 듣는 친구와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팀플을 목적으로 만난 거긴 하지만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린 알 수 있었다. 오늘 우린 신나게 전시 보고 놀 것이 목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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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덴마크 디자인전에는 덴마크 디자인의 역사를 쭉 조망하고,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가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듯 했고, 가정용 생활 용품이나 식기류 및 전자기기를 비롯하여, 포스터 등의 디자인 작품까지 모여 있는 전시였다.

     암막을 걷어내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어두운 벽과 이에 대조되는 조명, 그리고 그 아래 고이 놓인 전시품들이 보였다. 전시의 첫 번째 챕터는 명성을 얻기 시작한 덴마크 디자인 회사와 그 당대 작품을 살펴보는 파트였다. 덴마크가 디자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초에는 '로얄 코펜하겐'이 있었다. 그들만의 디테일이 담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회사이다. 20세기 덴마크 디자인이 될 기반을 마련한 예술적인 산업회사로 평가받으며, 산업과 예술과의 만남이 아주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꽤 예전에 생산된 제품들인데도 지금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되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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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챕터는 고전주의에서 기능주의까지, 덴마크 디자인이 세계적 흐름 속에서 제 스타일을 어떻게 구축해 나갔는지 설명해 주고 있었다. 저번 학기 수강했던 가구디자인 수업이 절로 생각나면서 웃음이 났다. 슬슬 하나 둘 씩 덴마크 가구가 등장하기 시작해서 친구와 나는 아주 그냥 신이 났다. 카레 클린트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심플하고 생활적인 면모, 동시에 아름다운 비율을 찾기 위한 노력이 담긴 의자에 소소한 감동이 들었다. 최근의 덴마크 가구를 생각하면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들긴 하다. 그런 작은 디테일까지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최초의 신고전주의 가구에서 어떻게 모더니즘 가구로 이어졌는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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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챕터, 유기적 모더니즘! 덴마크 디자인은 1920년대를 시작으로 전성기의 막을 연다. 국제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시기다. 확실히 그럴 수밖에 없는게, 지금 당장 봐도 아름답고 지금 당장 앉아도 편안하기에. 가구가 잔뜩 전시되어있는 세 번째 공간의 모퉁이를 돌면서 숨소리 반 목소리 반으로 작게 비명을 질렀다. 저기 멀직이 야콥슨 아저씨의 에그 체어가 보이는 게 아닌가! 유명 가구 샵이나 정말 큰 호텔을 가지 않는 이상 직접 만나기 힘든 의자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심지어 가품이 아니라 진짜다. 친구는 저번 학기에 모델로 만들었던 핀율 아저씨의 치프테인 체어로 시선을 집중했다.

     의자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가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의 몇몇 의자들은 어마어마하게 좋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까이 하기 참 힘들다. 멀찍이 떨어져 지켜본다. 그런데 그 의자들이 지금 눈앞에 있다니 정말 가슴이 뛰었다. 에그체어 같은 경우에는 심지어 최근 생산된 버젼의 아이가 아닌 그 때 당시 만들어졌던 아이였다. 대단해! 가까이 살펴본 에그 체어는 가죽을 한 땀 한 땀 꿰어 이은 흔적이 눈에 선하게 보여 더욱 감동이었다. 철제 프레임의 하단 지지부는 꽤나 긴 세월을 겪은 탓인지 조금 슬어 보였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앉았다간 잡혀서 강제 퇴장당하겠지……. 몸 동그랗게 말고 기대어 앉아보고픈 욕구를 간신히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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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톤 체어, 이지 체어, 치프테인 체어 등 책에서만 보던 의자들을 쭉 둘러보고 나니 그 다음 공간이 펼쳐졌다. 포스트 모더니즘과 오늘날의 덴마크 디자인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덴마크의 다양한 산업 디자인들을 모아놓은 공간으로, 식기를 비롯해 포스터 등 시각디자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공간에 다다라서는 다시 한번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데, 직접 의자에 앉아볼 수 있도록 한 파트가 있었던 것! 단상 아래에 작품 설명과 함께 한스 베그너의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라운드 체어, 파파 베어 체어에 폭 앉아보면서 디자이너의 섬세한 설계를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81년 작품이라는 서클 체어는 처음 본 의자였는데, 특히 너무 정말 심각하게 편안해서 집에 놔두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편안하고, 유연하다. 한스 베그너가 이 의자를 세상에 실제로 내어놓기까지 40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고 했는데, 그 가치가 충분한 의자였다.

     전시장을 나오니 맞은편에는 샤이걸의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함께 둘러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전시가 끝나는 막바지에 갔기 때문인지 여유롭고 오래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아쉬웠지만,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머릿속에 생생히 새겨진 전시였다. 덴마크 디자인을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예술의 전당으로! :)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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