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덴마크 디자인으로 태어나다

덴마크 디자인전 리뷰
글 입력 2016.09.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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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덴마크 디자인으로 태어나다
덴마크 디자인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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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은 어디에나 있다. 꼭 전시장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을 봐야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덮고 자는 이불, 노트북을 보호해주는 파우치,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의자 이 모두가 미술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이들은 나에게 와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점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전시가 바로 '덴마크 디자인전'이었다. 
 본 전시는 덴마크의 가구들을 사조별로, 시대별로 나누어서 전시장을 구성한 뒤 마지막에는 직접 앉아볼 수도 있는 가구들을 배치해두어 전시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로얄 코펜하겐의 접시들은 집에 가져가서 가만히 찬장에만 두고 싶을 정도로 예쁜 그릇들이 많았고 은 주전자들도 찬란하게 빛을 뽐내고 있었다. 물만 담기에는 너무나 세련되고 시크한 모양의 주전자였다. 정말 진심으로 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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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많이 했던 부분 중 하나가 팬톤의 전시였는데,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색색깔의 조명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정말 새빨간 색의 하트 콘 체어. 시그니쳐같은 전시물이었는데 정말 작품이었다. 사랑스럽고 정열적이고 편안해보였다. 팬톤은 '색의 선택은 도박이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색은 의미와 기능을 담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의자를 보자 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이 하트 콘 체어는 파랑색이었어도 이상했을테고, 시크해서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블랙이었더라도 이상했을 것이다. 눈이 시리도록 쨍한 빨강만이 이 의자를 잘 표현할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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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기대했던 것보다 좀 적고 심심했던 것은 카이 보예센의 장난감들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양의 전시물이 있었고,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쉬웠다. 원숭이 장난감은 멀리서도 귀엽긴 했지만 그 수가 적었던 것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흔들목마도 귀여웠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 장난감이 이렇게 좋은 목재로 예쁘게 깎아져있다면 나도 갖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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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트의 주름진 조명들도 예뻤고 뱅앤올룹슨의 몇십년이 지났음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스피커도 좋았다. 폴 헨닝센의 기하학적이고 특이한 모양의 조명도 정말 좋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야콥센과 핀 율의 의자다. 앉아볼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이를 떠나서 가구에 담긴 애정과 그 너머에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다. 몇 십 년 전의 가구지만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가치를 추구하는 덴마크 디자인'이라는 홍보 캐치프레이즈가 정확히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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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는 집에 있는 도구들이다. 그리고 집은 우리 모두에게 그 단어 만으로도, home이라는 소리 자체로도 편안함을 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어렵고 힘들고 들어가기 싫은 누군가라도 다른 쉴 곳을 생각한다면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테고, 그건 곧 나의 집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고 남루하고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바로 그 공간에서 가구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이 가구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가구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는다. 나에게 딱 맞는 의자에 앉았을 때, 편안한 침대에 누웠을 때. 예쁜 조명을 켜두고 잔잔한 음악으로 노래를 들을 때, 그리고 그 상태로 서서히 잠에 들 때. 덴마크 디자인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덴마크 디자인이 '디자인'에서 끝나지 않고 '인류에 대한 애정'까지 뻗어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변하지 않는 가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느껴지는 삶의 미술. 덴마크 디자인전에서 꼭 확인하시기를 바란다.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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