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그들의 삶과 사랑, 나의사랑 백남준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들려주는 백남준의 삶과 사랑, 예술
글 입력 2016.09.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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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랑 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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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많이 들어본 이름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로 매우 익숙하지만 한번도 한국티비에서 한국말을 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 신비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예술계에 일찍이 몸담고 있었다는 사실, 그것도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는 단편적인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리라는 것은 대충 유추해 볼수 있었던 사실이었고. 그리고 그 외에 그에 대한 이미지는 그냥 전시회에서 접한 비디오아트작품의 외양 그 자체였다. 외모는 너무나 평범한 한국인 남자 그 자체여서 그의 경력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는 조금 대치되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을 그의 모습과 연결시키기에는 조금 나의 마음속에 괴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의 시선을 통해, 한국인 백남준의 진짜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와, 진짜 '백남준'이라는 사람의 생각과, 그리고 그의 얼굴 모습들,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정말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비디오 아트 이미지들 뒤에 숨어있던 그가 드디어 말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마음 속 이야기를. 그리고 그가 얼마나 비범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평범했는지. 

 1932년 7월 20일 서울에서 태어난 백남준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급히 전쟁을 피하기 위해 토쿄로 건너가 도쿄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 졸업이후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기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후에 그는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자신은 한국의 어느 대학에서 고전음악에 대해 강의하는교수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그의 삶은 한국사회가 경험해야 했던 것들과 얼마나 멀어져 갔는지. 그러면서도 다행인 건 한국사회가 겪을 필요가 없었던 모든 것들로 부터 떠나 그가 세계적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삶이 한국사회에 비추어보았을 때 외계인과 다름없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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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이 책을 통해 주목했던 것은 유럽 혹은 미국인들이 예술과 예술인들을 대하는 사회적인 시선과 태도였다.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도 역시 비디오아트 예술가로 활동을 했는데, 그녀가 투덜대면서 당시 예술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털어놓는 불평 속에는 '와 그런 제도가 그 시대에도 있었다고?'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유럽에서의 여유로운 교수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참 부러운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의 사회적 상황과 그들의 사회상은 참 다른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1993년에는 독일의 대표작가 두 명 중 한명으로 선발되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는 파격적인 일이 일어난다. 독일 작가들도 많았을 텐데, 당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출신의 작가를 독일대표로 선발했다는 사실은 당시 독일 사회의 비난 여론을 들끓게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뽑은 클라우스 부스만은 꿈쩍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백남준에게 당신은 독일에서 살고 있으며, 독일에서 많은 예술활동을 했으니 독일제 그 자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의 사견이지만 정말 그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어딘가 아이패드의 등장을 예언하는 듯한 백남준의 직관력과 범인에게는 다소 의아해 보일 수 있는 기괴한 어투등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의 결혼생활과 연애관도 남다른 데가 있었다. 특히 연인으로써 부부로써 아내 구보타 시게코와 백남준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그들의 예술적 성취들과 함께 이 책에서 큰 줄기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같은 예술가로 느껴야 했던 질투심, 존경심, 인간적인 동정심 등이 뒤섞인 순간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전혀 쉽지 않았을 순간들이 너무 쉬운 문장들로 쓰여져있어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아쉬움에 책을 뒤적뒤적거리게도 만든다.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지 10년, 그리고 이 책을 쓴 구보타 시게코가 세상을 떠난지도 1년이 넘었다고 한다. 정말 비범한 삶을 살고 사랑을 했던 그들, 그러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책안에 그려져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과는 참 달랐던 당시 외국 사회의 부분들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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