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백에 삼십 후기

재미 포인트 잔뜩, 현실적인 캐릭터, 조금 아쉬운 줄거리
글 입력 2016.09.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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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에 삼십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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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0일 대학로에서 OPEN RUN으로 진행되고 있는 오백에 삼십 연극을 관람했다. 주말이라 관객이 꽤 많았고, 관객들은 호응도도 아주 높았다. 생활형 코미디 연극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게 내가 본 연극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시작 전, 주인공 부부가 떡볶이 가게를 한다는 컨셉에 맞게 관객들에게 떡볶이를 나누어주어서 재미있었고 비상구 등을 소개하는 흔한 멘트들에도 재치가 넘쳐서 더 좋았다. 생계형보다는 '코미디'에 더 가까운 연극이었다. 

  연극 ‘오백에 삼십은’ 보증금 오백만원에 월세 삼십만원짜리 돼지빌라 원룸에 사는 개성 넘치는 5명의 캐릭터가 하나의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속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실밀착형 캐릭터, 서스펜스라기엔 다소 허무한 줄거리(스포 있음)


 빌라에는 떡볶이집을 하는 흐엉과 남편, 사시공부를 하는 배심원, 젊고 예쁜 미스 조, 그리고 옥탑방 의문의 사람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 곳의 주인 경희씨가 비가 많이 오던 날 밤, 사망했다는 신고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형사가 찾아와 사건의 현상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과거와 현재가 살짝의 암전과 함께 병렬로 전개되는 형식이다. 캐릭터는 매우 현실적이다. 다문화 가정과 저소득층, 몇 년 째 직업이 고시생인 고시생, 껌파는 할머니, 유흥업소에 다니는 것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여자까지. 그야말로 보증금 500에 월세 30되는 건물에 살 법한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지난 프리뷰 때도 말했듯 월세 30에 보증금 500인 집은 없다.) 이런 현실적인 캐릭터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생계형 코미디라는 설명을 읽었을 때에는 이들이 생계 유지나 집세 납부 등에 어떤 힘듦을 더 겪는지 등의 서술이 더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는 그냥 이야기 전개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사실 극의 전개에서는 갑작스럽거나 허무한 부분들이 꽤 있었다. 줄곧 코미디를 놓지 않았던 극의 전개에서 갑작스럽게 주인공 부부가 울부짖으면서 월세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건 좀 뜬금없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베풀고 정을 주며 살아가던 빌라 사람들이 갑자기 서로를 의심하며 범인으로 몰던 설정도 과하다고 생각되기는 했지만 꽤 현실성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서로 싸우던 현실을 잊고 흐엉의 울부짖음, "우리 이러치 안아짜나!" 정도의 어눌한 한국말로 모두가 정신을 차린다는 전개는 좀 많이 허술했다. 게다가 매번 시집온 다문화여성은 세상 돌아가는걸 잘 모르고 착하고 어눌한 사람으로 설정되는 것도 별로였다. 어눌한 한국말을 할 수는 있지만 좀 똑똑한 다문화여성이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마지막 대사로 흐엉이 배심원보다 법률을 잘 외우는 것도 웃음포인트였다.

 각 캐릭터마다 아픈 구석이 한 곳 씩 있는데, 건물주는 이들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퍼붓는다. 전형적인 고시생, 다문화가정, 술집 여성에 대한 비난을 잘 보여주기는 했지만 해봐야 잠깐의 대사였기 때문에 "우리 연극은 이런 부분도 짚어준다"라는 보여주기 식의 대사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다. 



 확실한 코미디


 대신 코미디 부분에서는 아주 확실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웃기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주인 허덕-흐엉 부부의 웃음, 흐엉과 미쓰 조의 욕설 연기 등이 재미를 유발했지만 특히나 돼지빌라 주인 경희씨가 정말 ‘멱살잡고 캐리한다’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모든 장면에서 재미있었다. (물론 돼지빌라 주민들을 모욕하는 부분은 제외하고..) 경희씨 배역에는 나름의 비밀이 숨겨져있는데, 이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도 아주 유쾌했다. 특히 배심원과 주인 아줌마 사이의 케미(chemistry)가 아주 훌륭했다. 다만 이 웃음을 유발하다가 너무 지나치게 시간을 끈 것은 아닌가 생각됐다. 조금만 짧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본 어떤 연극보다도 재미 포인트에 집중되어 있었고 재미있었다. 스토리의 아쉬움을 뒤로 하더라도 재미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다음 극단 돼지의 연극은 스토리가 좀 더 보강된 재미있는 연극이기를 기대한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연극이길 기대하며 다음 연극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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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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