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슬로박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with 권혁주 & 필립 윤트

글 입력 2016.09.1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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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_ Poster.jpg
 
2016.09.07/ 20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슬로박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지난주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슬로박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보고 왔다.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에 각각 다른 독주자가 있는 공연이었다. 1부는 프리뷰에 썼던대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2부는 내가 깜빡 놓쳤던 스위스 출신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 두 연주자 모두 멋진 연주를 들려주셨고, 특히 플루티스트 필립씨는 이전에도 몇 번 내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과 함께 센스있는 앵콜무대를 보여주셨다.

  감상 1. 슬로바키아의 음악에 대해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사실 슬로바키아라는 나라는 이름만 알고, 그 나라의 문화도 역사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고, 지금도 다 알게 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지휘자 선생님과 연주자분들의 열정 덕분에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차례가 되었을 때 지휘자 선생님께서 짧지만 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슬로바키아'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체코 슬로바키아'시절을 떠올리고, '러시아'와 가깝게 생각하며, 유럽의 클래식 역사와는 멀게 보는 경항이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사실은 슬로바키아는 다른 구소련 국가들과 달리 유럽, 특히 오스트리아와 바로 붙어 있으며,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오스트리아의 빈과 40분 거리에 있음을 강조하셨다. 특히 모차르트 전성기때 유럽의 정통 클래식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마지막 커튼콜곡으로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함으로써 슬로박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셨다. 자신의 음악과 자신의 나라가 가지고 있는 음악을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먼 나라에 소개한다는 사실에 설레하시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져서 정말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하수쪽 문으로 나오는데, 대기실과 연결된 문으로 지휘자 선생님이 나오셨다. 마주치는 관객들 모두에게 "Thank you for coming!"을 외치시며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다. 문 앞에서 마주쳤는데 "Lady first!"라며 웃으며 양보해주셔서 먼저 나왔다. 별 말은 못하고 오늘 최고였다 웃으며 말하고 공연장을 나왔는데 지휘자 선생님께서 전해주신 젊은 열정에 돌아오는 길 기분이 좋았다.

  감상2. 1부의 시작은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으로, 슬로박 오케스트라의 독무대였다. 이런 규모의 음악 공연에서 주로 첫곡은 '서곡'인 것 같다. 애초에 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만든 곡이기 때문일까? 궁금해서 초록창에 물어봤는데 음악평론가 이은규 선생님께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단박에 이해가 갔다.



  이번 서곡은 베토벤 시기의 작품이니, 서곡의 역할을 하면서도 독립적인 곡이라 할만큼 내적 구성이 탄탄한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슬로박 오케스트라의 연주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만큼 교향곡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으면서, 공연의 분위기를 잡아줄 수 있는 서곡의 역할에도 충실한! 좋은 선곡이었던 것 같다. 아주 딱딱하지도 않으면서 생기가 넘치는 곡이었다.

  감상3. 두 번째 곡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존재감을 과시하는 멋진 무대였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님이 워낙 강렬해서 그가 이번 무대의 주인공인게 분명했는데도,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이 묵직하니 전혀 묻히지 않았다. 혼자 빛나는 독주자와, 그에 묻혀가지 않고 실력을 뽐내는 오케스트라를 보니, 어떤 방패든 뚫어버리는 창과 어떤 창이라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떠올랐다.

  최근 레이첸 내한공연(9월 4일)에서도 바이올린 협주곡을 접한 적이 있는데, 그 공연에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협주곡이야말로 독주자의 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곡'이라는 점이었다. 그 전에는 독주회가 독주자를 가장 돋보여주는 공연인 줄 알았다. 혼자 공연하는만큼 관객들의 시선도 집중되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협연에서 독주자가 얼만큼 빛날 수 있는지를 느끼고 나니, 새삼 이런 강렬한 독주와 함께 나란히 빛날 수 있 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실력에 감탄이 나왔다.

  감상4. 2부의 첫곡은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이었다. 새삼 관악기 하는 사람들은 입술을 얼마나 혹사시켜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곡이었다. 보는 내내 내 입술과 턱과 볼근육이 땡기는 느낌이었다. 플룻은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교양으로 접하는 악기이다. 하지만 전공으로 하자면 그만큼 까다로운 악기가 또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플룻 소리내기 쉽던데?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 영상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커튼콜에서 필립 윤트님은 유창한 한국어 인사를 선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바이올린의 날"이라며, "바이올린 곡을 들려드리겠습니다" 하더니, 1부에서 권혁주님이 선보였단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그대로! 보여주셨다. 비교적 유창한 한국어 억양과 유머감각에 첫 번째로 놀랐고, 본 연주에서 그렇게 입술을 혹사시켰는데 저렇게 연주할 입술이 남아있다는 데서 두 번째로 놀랐다. 유쾌하고 멋진 무대였다.

  감상 마지막. 베토벤의 애칭이 붙은 다른 교향곡들보다 전혀 못하지 않다는, 웅장한 느낌의 교향곡 7번을 마지막으로 공연이 막을 내렸다. 공연에서 보여주신 연주자분들과 테오도르 쿠차 지휘자 선생님의 열정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받은 기분이었다. 다른 나라의 문화나 예술작품을 보며 감탄하다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창작물이나 퍼포먼스를 통해 내 생각과,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순수하게 뽐내고 그로부터 보람을 얻는 일은 얼마나 가슴 설레고 뿌듯할까.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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