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삼시세끼 속 불편한 진실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9.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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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동물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에 대한 논란은 과거부터 계속되어 왔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로 본질적인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하는 반면, 동물은 비인격체로 인간을 위해 사용되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데카르트 역시 이성과 언어가 없는 동물은 기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그 후 다윈이 동물도 이성과 감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물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변화하였고 동물 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동물 복지를 주장하는 오늘날,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동물들은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더욱 고통 받고 있다. 오늘날 사회를 점령하고 있는 ‘효율성’이라는 사상 속에서 사육 동물들은 사육된다. 현재의 동물 사육 메커니즘은 사육 동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큰 해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원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광고들을 접하면서 공장식 사육의 현실을 외면하고 전원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된다. 넓고 푸른 초원을 내달리는 소의 모습, 자연을 강조하는 듯한 초록빛 색채, 그리고 친환경적 문구들을 통해 소비자들을 환상으로 유도한다. 이러한 환상을 주입시킴으로서 소비자들이 무지한 상태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원에 대한 환상 속에서 실제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정보들은 잊혀지고 있다. 우리는 환상 뒤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공장형 사육.jpg
 

1. 동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

   전원에 대한 환상을 깨고 소비자로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일차적으로는 동물들이 ‘공장형’ 사육 메커니즘 속에서 사육된다는 점이다. 사육자들은 성장 촉진제를 주입하여 사육 동물을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뚱뚱해지게 만든다. 그들은 그들의 다리가 지탱할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서 비대해지고 몇 발자국 걷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사육장은 애초부터 그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좁은 면적에 많은 수의 동물을 수용하기 위해 사육 동물을 움직일 수도 없는 케이지에 가두어 사육하기 때문이다. 닭의 경우 좁은 양계장에서 지내다보면 성질이 예민해져 서로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부리를 잘라버린다. 돼지의 경우도 위생을 위해 꼬리를 잘라버린다. 대부분의 농가의 경우 이러한 작업이 마취도 없이 이루어진다. 사육장에서 충분히 살이 찌면 도살장으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서 역시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도살이 이루어진다. 사육 동물들은 공장형 사육 메커니즘 속에서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공장형 사육 메커니즘 속에서의 생성과 죽음은 햇빛조차 없는 어둠 뿐이며 그저 인간의 식량을 위한 삶일 뿐이다.


2. 인간에 대한 불편한 진실

   그러나 이것은 일차적인 문제이고 이것으로 파생되는 더욱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두 번째 문제는 공장형 사육 메커니즘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문제로 인간과 더욱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효율성’을 모토로 하는 이 메커니즘에서 우리는 동물들의 사료에 대해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거의 모든 사육 농가에서 사육자들은 그들이 사육하는 동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옥수수를 사료로 먹인다. 그 이유는 옥수수가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저렴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정부의 보조금도 지급받아 생산가 이하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수수를 사료로 먹는 사육 동물들이 자연 상태에서 취하는 그들의 먹이는 옥수수가 아니다. 풀을 먹도록 생체 시스템이 조직되어 있는 사육 동물들이 옥수수만을 사료로 먹을 경우 그들의 신체에 문제가 생긴다. 대표적으로 소의 경우 옥수수를 섭취할 경우 대장균에 감염될 수 있다. 사육장에서 한 마리의 소가 감염이 되면, 사육장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밀집된 공간 속에서 다른 소에게로 빠르게 번져나간다. 또한, 도축 과정이나 가공 과정에서도 다른 소들과 섞이면서 바이러스가 번질 수 있다. 대장균에 감염된 소고기는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케빈’이라는 2 살배기 아이가 대장균에 감염된 소고기가 들어있는 햄버거를 먹고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공장형 사육 메커니즘은 더 이상 사육자들과 사육 동물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매일 공장형 사육장에서 사육된 육류를 소비하는 우리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장형 사육 메커니즘은 그 방식 자체만으로도 인간에게 위협을 준다. 공장 제도를 사육에 도입하면서 농‧축산업에서도 산업 사회에서 나타나는 대형 자본에 의한 독식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과거의 전원형 사육장을 운영했던 농부들이 개별적이고 자유로운 개인들이었다면, 오늘날 공장형 사육장을 운영하는 농부들은 대형 회사들의 요구에 순응하며 움직이는 비자발적인 개인들이다.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식품 유통의 전반을 차지하면서 그들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사육장을 운영하며 살아남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형 회사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더욱 좁은 공간에서 더욱 많은 수의 사육 동물들을 사육하기를 원하고,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농부들을 옥죄고 있다.  대형 도축 회사에서 노동자들을 대하는 방식 또한 문제이다. 그들은 불법 이민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여 적은 임금으로 고된 노동을 시킨다. 노동조합도 만들 수 없다. 도축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 있을 경우 노동자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굉장히 높다. 그러나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경우 권력층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약자들이 그들을 상대로 승소할 확률은 희박하다. 이렇게 식품 업계에서 자본을 독식한 소수의 회사들이 권력을 무기로 다수의 약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육 동물들을 비인간적으로 다룰 뿐만 아니라 그들의 농부와 노동자들 역시 ‘효율성’에 입각하여 그러한 방식으로 그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매커니즘의 변화를 위하여

   다큐멘터리 ‘푸드 팩토리’는 소비자들의 소비 과정은 일종의 투표 과정이며 그들의 선택적 소비가 이러한 매커니즘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공장형 사육 매커니즘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얻고 바른 판단을 한다면, 그러한 매커니즘에 의해 생산되는 상품보다는 전원형 사육 메커니즘에 의해 생산되는 상품을 선택할 것이다. 오늘날 유기농 제품이 각광 받는 이유도 소비자들이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 많은 소비자에게로 확대된다면 효율성을 따르는 공장형 사육 메커니즘에 의한 생산은 더 이상의 이윤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 트렌드에 따라 전원형 사육 메커니즘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가장 큰 식품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이야기할 수 있다. 월마트는 이미지를 쇄신하고 도시 및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를 늘리기 위해 유기농 판매를 늘리기로 하였다. 월마트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자 월마트에 상품을 제공하는 많은 업체들이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유기농 상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소비 행태에 따라 대형 마트가 변화하고, 대형 마트의 정책 변화가 생산자들의 유기농적 생산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은 즉 상품의 생산 방식에 대한 투표이며 그들의 투표에 의해 생산 전반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육되는 동물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하여 사육 매커니즘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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