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람개비 - 새로운 창작 연희극

글 입력 2016.09.0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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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집단 The 광대] 바람개비_포스터.jpg


추적추적 내리던 비 때문에 더욱 쌀쌀했던 8월 31일,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남산국악당으로 향했다. 공연장이 남산 한옥마을 내에 있는 터라 국악당을 향해 가며 보았던 연못과 한옥들, 천우각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고즈넉해 오히려 내 마음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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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공연장을 잠시 둘러본 뒤 공연 시간에 맞춰 입장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꺼지며 피리와 장구 연주자 두 명과 함께 구름 가면을 쓴 세 명의 무용수가 등장했다. 가면극을 보는 듯 세 명의 무용수들은 피리와 장구 소리에 맞춰 구름이 흘러가는 듯, 바람이 불어 흘러가는 듯한 춤을 보여줬다. 그렇게 흘러가듯 사라진 무용수들을 뒤로하고 노인 분장을 한 무용수가 등장한다. 그는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이 노인에게는 10년간을 마주보고 살았던 앞 집 사는 자오부인이 있다. 그녀에게 새삼스럽게 보낼 편지를 읽어주는 노인. 어려서는 자연의 신비. 젊어서는 사랑의 신비. 늙어서는 말의 신비에 빠져 본인이 주절거리는 것이라 설명하던 그는, 자오부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신의 수줍고도 즐거운 마음을 피리 소리와 장구 장단에 맞춰 한국무용의 움직임으로 자유롭게 표현한다.

자오부인을 향한 편지와 자신의 속마음, 음악에 맞춰 중간 중간 곁들여지는 몸짓,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들이 마치 1인 연극을 보는 것 같아 재미를 주었다. 노인은 자오부인의 집에 편지를 걸어둔 뒤 춤을 추며 사라지고 뒤를 이어 자오부인이 등장한다. 노인이 남긴 편지를 읽던 그녀는 말한다. 문학의 놀이는 말솜씨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이가 없어 잇몸으로 끔뻑거려야 한다고. 

그리고 그 모습이 물속에서 물고기가 끔뻑거리며 숨을 쉬는 행동과 같은지 춤으로 끔뻑거리는 물고기를 표현한다. 생황과 피리, 느렸다 빨라지는 장단에 맞춰 노인과 자오부인이 함께 물고기를 흉내 내며 춤을 추던 순간은 바다 속을 돌아다니며 노는 물고기들을 보는 것 같아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자오부인이 무대 뒤로 사라진 뒤 노인은 자신이 불어오는 바람을 다 받아들이긴 하지만 바람둥이는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무지개빛 큰 부채를 손에 쥐고 바람개비 가면을 쓴 두 명의 무용수와 함께 춤을 춘다. 세 사람은 피리와 태평소, 소리까지 하며 장단을 치던 연주자들의 음악에 맞춰 바람 불어 나부끼는 모습을 표현한다. 사물놀이처럼 느린 장단으로 시작해 점점 휘몰아치며 세찬 바람이 분 뒤 조용해지듯 공연은 순식간에 끝이 난다. 

문학과 전통연희의 만남.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던 공연이었다. 문학을 어떻게 우리의 전통연희로 표현할까 궁금했었는데 한국적인 색깔로 너무나 조화롭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전체적으로 받쳐주는 스토리 라인을 먼저 살펴보자면, 문학을 바탕으로 하는 내용답게 노인들의 연애편지를 통해서 삶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짧은 시간이었지만 탄탄하게 보여준다. 연극처럼 연희자들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연기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담아내는데 그렇다고 연극이라 칭하기도 어려운 것이 춤과 악기 연주, 노래가 함께하는 공연이라는 점이다. 공연 바람개비는 연극의 형태와 우리의 전통 춤인 가면극, 창작무용, 익숙한 장구 장단에 맞춰 피리, 생황, 태평소, 소리와 함께 새로움을 더한 음악, 그리고 문학이 조화를 이뤄 전통예술을 좀 더 새롭게 재창작하는 창작 연희극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연주자들과 연희자들의 역량 또한 공연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전통이라는 이름의 무게감과 그것을 탈피하여 새로운 전통예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살아감에도 그 어려운 길을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부럽고 또 부럽다. 내가 가지지 못한 인내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 나에게는 언제나 질투와 선망의 대상들이다. 오랜만에 본 전통 공연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 기분이 좋았던 반면, 공연장 곳곳에서 보이던 빈자리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공연을 보여준 연희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앞으로 연희 The 광대가 보여줄 작품을 기대하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와 함께 합니다.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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