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인턴, '힐링'을 논하다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8.2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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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젊은 여성 창업가와 퇴직 이후 인턴으로 입사한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인턴’은 작년 이맘때 즈음에 개봉한 이후 ‘힐링영화’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머리를 식히고 쉬어가게 하는 ‘힐링’의 필요성이 회자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힐링도서, 힐링여행, 힐링프로그램 등 ‘힐링’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내며 다양한 영역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턴’이 힐링 영화로 불리어지며 널리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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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인턴’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성공한 젊은 여성 창업가인 줄과 인턴으로 줄의 회사에 입사하게 된 노인 벤이다. 줄은 패션 회사를 창업한 지 1년 반이 안 되어 회사의 규모를 크게 확장시켰다. CEO인 그녀가 고객들의 불만 전화에 직접 응대하고, 문제점은 바로 해결해주고, 포장까지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그녀의 열정은 그녀의 회사가 빠른 시간에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줄의 회사는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사회 환원 사업의 일환으로 노인 인턴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붙인다.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생을 보낸 벤은 퇴직 후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그 공고를 보게 된다. 벤은 줄의 패션회사 인턴 채용에 지원하고 합격하게 된다. 벤은 그의 원만한 성격과 인생의 경험으로 회사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줄의 패션회사에서 만나게 된 줄과 벤은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이른바 ‘힐링’을 선사한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힐링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꿈, 사랑, 일상’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다. 우선, '꿈'에 대해 살펴보자면, 줄과 벤은 모두 자신의 꿈을 좇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두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현실의 벽을 넘어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하던 꿈을 이루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속의 줄과 벤은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 행복한 노년 인턴으로 각자의 꿈을 실현시킨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꿈을 향해 나아갈 의지를 다지게 된다. 또한, ‘사랑’ 역시 인생의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이 나타난다. 줄은 그녀가 일에 몰두하는 도중 남편의 외도로 상심하고, 벤 역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외로운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들은 이러한 결핍의 상황을 긍정적인 상황으로 변화시킨다. 줄은 남편과 화해를 하고, 벤은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이러한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평범함에 안도하고, 결핍을 긍정으로 바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대단한 문제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일상,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이다. 벤이 줄을 집에서 회사로 데려다주는 것이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둘 사이의 감정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일상적인 순간들을 특별한 시간으로 여길 수 있게 만들어준다.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대단치 않게 여겼던 시간들을 소중하게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주목해볼만 하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커리어 우먼, 정년퇴직을 하고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는 노년층은 모두 오늘날 관심의 대상이다. 영화에서 학부모 모임의 다른 여성들이 커리어 우먼인 ‘줄’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일하는 여성’을 인정한다고 하면서 같은 여성조차도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사회를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는 열정적인 줄의 모습은 이들에게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커리어 워먼의 모습을 보여준다.. 벤이 회사에서 모두에게 사랑받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 역시 노인을 불필요한 인력으로 보는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돈독한 우정에 주목함과 동시에 그들이 사회적으로 가지는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인턴’은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었다. 또한 우리 삶에 필수적이며 일상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녹여내어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 관객들은 소소한 감동을 받고 입가에 작은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공감’받을 가치가 있고, ‘힐링영화’라고 평가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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