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후산부, 동구씨' - 처참하게 내려앉은 진실의 내막

글 입력 2016.08.2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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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내려앉은 진실의 내막.

  나몰라라 하는 권력자들의 꾐에 무너져내리는 희망에도
  그래도, 나갈 수 있을거라고, 한바탕 웃어버리는 네 명의 광부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일과 후를 상상하며
  마냥 행복해하는 광부들에게 닥친 시련들이
  현실을 가감없이 담아내고있어 더욱 각성하게 만든다.

  88년 충청남도 희락탄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연극 <후산부, 동구씨>.



***
Summary

  본 연극은 탄광 붕괴사고를 빌어 현실에서 일어나는 재난사건을 극적으로 다루고있다. 비단 사건의 전후 뿐 아니라 그것에 대처(?)하는 권력자들의 이야기들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들 광부 4인은 희락탄광의 붕괴로 그 안에 고립된다. 희락탄광은 극 중에서 나오는 가상의 탄광이다. 연극은 가상의 배경에서 이루어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탄광붕괴사고는 있었다. 단 한명의 광부만이 16일만에 구조되었던 1967년 구봉광산 붕괴사건과 네 명의 광부가 보름만에 구조되었던 1982년 태백탄광 붕괴사건이 있다. 그리고 극의 배경은 88년도 희락탄광의 붕괴에 머물러있다.

  능숙한 선산부이자 고립된 상황에서도 동생들을 안심시키는 전춘삼과 배만복,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손규봉, 그리고 앞선 선산부들을 따라들어온 후산부 김동구. 이 네 사람은 희락탄광 안에 갇힌다. 처음엔 이전에 그랬듯, 곧 이천 명이 넘는 구조반이 자신들을 구하러 올 거라 자신한다. 하지만 붕괴된 지 20일이 지나도 여전히 연락이 오지않자 그들은 점점 불안해진다. 끈끈하고 정이 많고 흥이 넘치던 네 사람은 웃음을 거두고, 구성지게 부르던 노래는 절규가 되고, 악만 남는다.
  그런 그들의 위에는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는 자들이 있다. 흔히 말하는 입김이 센 자들. 약한 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강한 자들에게 굽신거리는 그들이 있다. 동력자원부 보안기술 직원, 소방대장, 작전참고, 그리고 서울에서 오신 높으신 분들의 결정에 고개만 숙이는 희락탄광의 소장. 자신에게 책임이 넘겨질까 두려워 상황을 자꾸만 악화시키는 그들 때문에 탄광 안은 더욱 삭막해져만간다.

  탄광 일을 마친 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일상을 상상하던 그들은 결국 산 채로 구조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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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point

  독특했던 점은 극 중에 나오는 소리들이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북, 징, 꽹과리를 비롯해서 처음 접한 악기들도 몇 개 있었다. 이것들은 인물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구성지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기도 하고, 강조할 부분에서 효과음도 내주었고, 심지어는 빗소리나 천둥 번개소리도 냈다! 직접 세 명의 악사가 무대의 왼쪽에 앉아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면서 음악을 들려주었다. 처음엔 낯설기도 하고 '어느정도까지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음악을 틀어야하는 부분이 있겠지.' 하며 한계를 지었었는데, 한계가 없었음은 물론 극을 다 보고나니 나에게는 이 극에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꼽힌다. 생생한 소리들이 아직도 맴돈다.

  연극 시작 전 리플릿을 보면서, 광부들의 작업현장을 어떻게 꾸며냈을 지 궁금했다. 탄광작업을 떠올리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주변상황들과 그들이 지는 기계들이 그려졌기에 이 모든 걸 어떻게 표현 했을지, 무슨 소품을 사용해서 연출했을지 말이다. 모든건 모션으로 이루어졌다. 반복행동과 우스꽝스러운 몸짓들로 충분히 탄광작업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규칙적인 행동은 극의 분위기도 띄웠다. 덕분에 악기들의 소리에도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1인2역으로 인물들이 연기한다는 점도 인상깊었다. 그리고 극에서 표현해내려던, 이중적인 현실과 이기적인 사람들의 고발을 충분히 촉진했다고 생각한다. 다소 소름이 돋기도 했다.

  '동구씨'에 관한 평가는 보는 이들에 따라 갈릴 것 같다. 나는 동구씨의 캐릭터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동구씨의 시선을 버렸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에는 그리 개성적이지 않았다. 과장된 몸짓이 다른 인물들에 비해서 적기도 했거니와  나머지 셋과는 보여주려는 분위기가 너무 상반되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끝까지 본인이 가진 분위기를 -억지로라도- 밀어붙였다면 수긍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다. 죽은 선산부들을 회상하는 역할, 과거회상과 현실을 넘나들어야하는 역할 등, 그가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역할만을 겨우 해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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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는 넓은 느낌이 많이 들지 않았는데 관객석은 정말 넓었다. 2층도 있었다. 다만 1층 무대는 C열 정도부터 앉으면 더 좋을 것 같다. B열에서 보았는데 목이 아팠다. 좌석이 많은 건 좋았지만 너무 앞줄에 만든 탓에 불필요한 좌석이 된 것 같다. 공연장은 무척 깔끔했고 좌석도 비교적 편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탄탄해서 몰입할 수 있었다. 동구씨를 제외한 나머지 세 인물은 그의 개성도 개성이었지만 배우가 맛깔나게 잘 살리고있다는 걸 극의 초반부터 알 수 있었다.

  사회고발적인 소재때문에 자칫 지루하거나 흥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그러한 편견을 확실히 깨준 첫 연극이라 오래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거운 소재지만 그 나름대로 유쾌하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더 효과적인 전달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그랬듯이.

  작의를 전달하는 과정이 소재의 경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게 즐겼지만 그렇다고해서 기억해야 할 본질까지 유쾌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뉴스기사로 읽었을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했던 것 같다. 의미있는 다양한 연극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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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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