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안해저선으로 본 14세기의 삶 -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후기

글 입력 2016.08.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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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니 머리가 어질어질한 날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해 건물을 보니 붙어있는 커다란 포스터. 짙은 푸른빛 포스터가 크게 하나 벽면을 차지하고 붙어있었다. 눈으로 느껴지는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 신안해저선은 바다 속 깊이 잠들어 있었더랬지. 시원하겠다, 같은 맹한 생각을 하며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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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였다. 그 큰 규모의 전시실에 가득차게 수많은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는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중이었다. 첫 번째 공간은 '신안해저선에 담긴 문화기호 읽기'. 신안해저선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던 배였다. 일본으로 향하던 신안해저선은 그 안에 어떤 삶의 기억을 담고 있었을까. 그 시대 전반의 문화기호를 읽어봄으로써 신안선에 실려 있던 상품들의 특징과 이와 관련된 일본 상류층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첫 전시 공간을 쭉 둘러보면서 느낀건 원초적인 신비감이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그릇, 가구, 장식품 등 모든 것이 달랐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긴 시간 속에 묻혀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났다. 결국 이 모든 물건들이 그 당시 누군가의 생활을 담아내던 것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까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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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두 번째 공간은 '14세기 최대의 무역선'. 신안선으로 항해중이던 선원들의 일상과 당시 인근 항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역 활동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공간이었다. 신안해저선은 14세기 원나라 경원항을 출발하여 하카타로 향하는 배였다. 배에서 나온 각종 주문 품목들을 통해 이 물건들이 어디를 향해 흘러갔어야 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신안해저선의 승선원은 그 나이와 국적이 참 다양했다.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고려인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일반 선원 뿐만 아니라 승려, 상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긴 항해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긴 항해에 지치지 않게 즐거이 놀 수 있는 물건들을 챙겨왔나보다. 장기, 주사위 놀이 기구 등이 배 안에서 발견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버티던 사람들이 결국은, 긴 항해의 끝을 보지 못한 채 바다에 침몰하고 말았던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멀직이 떨어져 역사를 보지만, 그들은 제 눈앞에 닥친 삶이 보였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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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지막 공간은 가장 크고 웅장한 공간이었다. 세 번째 공간 '보물창고가 열리다'에서는 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각종 물건들을 무척 큰 규모로 전시하고 있었다. 도자기, 금속기, 자단목 뿐만 아니라 동전, 칠기, 유리제품 등 수많은 것들이 선반을 채우고 있었다. 14세기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상품들이 실려 있었다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마치 백화점 명품관에 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예전에도 귀하디 귀했던 이 상품들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더욱 귀한 역사의 보물들이 되었다.

     확실히 당시 인기있었던 품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배에서 발견된 물건들은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중국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담은 신기한 물건들이 한가득 전시관을 채우고 있었다. 전시를 보면서 이렇게 압도감을 느끼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물건들의 발굴 상태도 무척 좋아 몇몇개는 지금 당장 쓴다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청자, 작은 공예품, 금속품, 향신료 같은 것들을 쭉 돌아보며 14세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지 머릿속에 살풋 짐작해 보았다. 다를 게 없었다. 다 같은 삶이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며, 몇백년 전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애틋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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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은 참 많고 많았지만, 기실 이 모든 걸 다 합쳐 놓으면 딱 하나가 된다. 아주 커다란 하나를 찾았다. 배에 실려 있었던 것은 그릇, 동전, 금속품 등등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그 당시 사람들의 커다란 삶의 흔적.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 전시에 고마움을 느낀다. 당분간 신안선은 내 머릿속 위에 둥둥 떠다니며 항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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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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