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소] 과거와 현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연희집단 The 광대 - ②

글 입력 2016.08.1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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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타기를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줄타기는 그곳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좁디좁은 줄 위에 사람이 서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짜릿함과 즐거움을 보는 이에게 전해주곤 하는데요, 전통연희도 줄타기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옛날을 살던 이들이 그들의 몸을 움직여 만들어냈던 전통연희를 2016년에 이르러 또 다시 누군가가 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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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이들은 그러한 강렬함을 해내는 사람들인데요, 바로 풍물, 탈춤, 남사당놀이 등 한국민속예술을 전공한 예인들로 구성된 공연예술단체인 연희집단 The 광대입니다. 2006년창단되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연희집단 The 광대는 오랜 시간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활동해온 만큼 그들만의 색깔로 빚어낸 연희 무대를 대중들 앞에 선보여 왔습니다.  





굿모닝 광대굿   
 

 종교적 시각이 다양해지면서 오늘날 굿은 누군가에겐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굿이라 함은 종교적인 의식인 동시에 음악, 춤, 문학 등이 어우러진 문화예술이자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희집단 The 광대의 <굿모닝 광대굿>은 이러한 무속 연희로써의 굿을 유머러스한 놀이와 춤, 재담과 결합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굿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데요, 여기엔 동해안별신굿, 진도씻김굿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굿 음악에 The 광대의 색을 입힌 다양한 굿 음악 또한 더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래 굿의 의미를 버린 것은 아닙니다. 우리네 삶 속에서 때로는 위안이, 때로는 웃음이 되어주었던 굿의 본래 미덕인 ‘놀이적 제의’를 간직함으로써 연희집단 The 광대는 전통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걸어산   


 근래에 들어 이상기후 현상으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묘미 중 하나는 사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진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희집단 The 광대의 <걸어산>은 그러한 아름다움을 봄꽃은 부포놀이로, 장맛비는 설장구로, 단풍은 사자춤으로, 그리고 겨울나무는 허튼춤으로 담아냅니다. 넌버벌 퍼포먼스 형태로 이루어지는 <걸어산>은 언어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비언어적인 상징, 표현, 몸짓, 표정, 음악 등을 통해 한국의 다채로운 산의 모습을 그려내어 우리의 것을, 우리의 것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황금거지   


 장사꾼, 행인, 여행객 등등, 시골장터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지만 가장 화려하지 않은 사람, 바로 각설이입니다. 천한 모습과 비속한 말로 사람들을 웃기는 각설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거리광대극 <황금거지>는 가난하지만 풍요의 꿈을 가진 황금거지와 시와 노래를 벗 삼아 살아가는 음유시인 연습생을 통해 진짜 가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정 연희를 중점으로 한다기 보다는 거리를 무대로 하여 펼쳐짐으로써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각설이라는 정감있는 인물을 그려내는 <황금거지> 역시 연희집단 The 광대만의 연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한국전통연희의 하이라이트로 구성된 광대들의 신명나는 놀음판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이하 놈놈놈)은 한국의 우수한 전통연희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통연희 퍼포먼스 공연입니다. 선반 사물놀이, 탈춤, 사자춤, 버나놀이, 이매놀이 등 다채로운 기예들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구경꾼과 신명을 주고받으며 놀았던 우리의 흥을 되살림으로써 모두가 한바탕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놀이판’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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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연희집단 The 광대는 시대와 함께 가는 예술가로서 새로운 광대의 모습을 정립해나가고 평범한 이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던 옛 광대들의 예술, 삶의 자취를 이어가고자는데요, 과거와 현재를 사이에 둔 그들의 줄타기는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아왔습니다. 연희집단 The 광대의 작품들은 춘천국제연극제, 안산 거리극 축제 등 다양한 각종 연극제에서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창작지원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선정되었으며 2016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선정, 현재 남산국악당 상주단체로써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그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전통연희를 향한 애정은 각종 해외 초청공연을 통해 국가라는 담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4월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연희집단 The 광대는 싱가포르 예술축제 A Tapestry of Sacred Music Festival에 공식 초청되었는데요,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을 선보임으로써 관객 호응도가 낮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회당 500여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A Tapestry of Sacred Music Festival는 전 세계의 종교 음악과 무속, 민속음악을 나누는 축제로,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세계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신앙을 노래로 표현하는지 볼 수 있는 싱가포르 대표 음악축제입니다.)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한 창작 및 공연 활동과 더불어 연희집단 The 광대가 힘쓰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예술교육활동입니다. 연희집단 The 광대는 2012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시민예술대학과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각각 상월곡실버복지센터의 어르신들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미화원 어머니들께 전통연희의 멋을 가르쳐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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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연희집단 The 광대는 12월 선보일 10주년 기념 공연 <용용 죽겠지>와 더불어 8월 28일 <몹쓸춤판>, 8월 31일 <바람개비> 등 다양한 작품들을 준비 중이며 그간의 에피소드와 창작과정을 엮은 이야기들을 출판물의 형태로 담아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하지만, 전통연희를 향한 그들의 애정과 열정만큼은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한 것처럼 보입니다.    


 오랜 세월 우리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생소한 우리의 전통공연예술. 하지만 그것을 꾸준히 그들만의 색으로 다채롭게 행하고 이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힘써온 연희집단 The 광대가 있었기에 전통연희가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에 다음 문.단.소는 과거와 현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향한 연희집단 The 광대의 열정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보고자 합니다.


  
*지난 글 읽기*



*연희집단 The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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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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