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앤드로지너스 룩(Androgynous look), 변화하는 패션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8.14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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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패션계에서는 성별의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 룩, 앤드로지너스 룩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에서 처음으로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라는 두 가지 색상을 올해의 컬러로 뽑은 것도 점점 남녀의 전통적인 성적 관념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핑크는 여성, 블루는 남성의 색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여성은 블루색의, 남성은 핑크색의 의상을 입는 것 또한 앤드로지너스 룩과 무관하지 않다. 얼핏 들으면 유니섹스 패션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니섹스 룩과 앤드로지너스 룩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유니섹스 룩은 남녀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공용의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앤드로지너스 룩은 남성성과 여성성 두 가지 모두를 추구하는 패션이다.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앤드로지너스라는 말은 그리스에서 유래한 말로 남성를 뜻하는 앤드로스(andros)여성(gynacea)을 뜻하는 지나케아가 결합한 단어로,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앤드로지너스 패션은 여성은 남성적인 옷차림으로 남성성을, 남성은 여성적인 옷차림으로 여성성을 추구함으로서 옷을 입는 사람에 따라 자신의 자신이 가진 개성과 성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특히 최근의 앤드로지너스 룩은 여성복보다 남성복에서 더욱 도드라진 현상으로 나타난다. 사실 테일러드 재킷, 오버사이즈 코트, 와이드 팬츠, 옥스퍼드 슈즈 등 남성적인 디자인의 패션을 추구하는 것이 여성들에게는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남성들이 치마를 입거나 레이스가 달린 옷을 추구한다면 하나의 개성으로 여겨지기보다 게이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여전히 성별의 구분이 확고한 세상이지만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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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은 2016 S/S 여성복 컬렉션의 광고 모델로 윌 스미스의 아들이자 올해 17살의 소년인 제이든 스미스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정말 쿨해 보이지 않는가? 남성이 치마를 입은 채 여성 모델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단순한 광고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별의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시도는 구찌를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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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속에서 워킹 중인 모델들은 여성복 모델일까? 남성복 모델일까? 
바로 구찌의 2016년 여성복 spring collection의 모델들이다. 2014년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가 은퇴한 뒤 구찌는 알렉산드로 미켈레라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한다. 그리고 그의 젠더 플루이드적인 앤드로지너스 룩은 구찌라는 브랜드를 다시 새롭고 핫한 위치에 올려놓게 된다. 미켈레는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후로 줄곧 여성복에서는 남성 모델을, 남성복에서는 여성 모델을 함께 런웨이에 등장시키며 성별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였다. 여성복에서는 여성의 곡선을 강조하지 않고 직선으로 떨어지는 남성적인 디자인을 하였고 남성복에서는 여성복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패턴의 디자인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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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모델들은 여성복 모델일까? 남성복 모델일까?
이들은 2016년 가을 시즌 남성복 컬렉션의 모델들이다. 직선으로 남성성이 강조된 여성복과는 달리 남성복에는 목 부분과 소매 부분에 프릴이 달린 블라우스와 플라워 패턴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이 정도는 평소에 보던 스타일과 비슷한 것 같다고? 그럼 2014년도의 구찌 컬렉션을 한번 살펴본 뒤 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돌아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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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 나도 입고 싶을 만큼 정말 예쁘다. 프리다 지아니니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미니멀리즘이 대세가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 아주 적합한 패션이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어깨 라인과 통이 좁은 팬츠, 무채색과 블루톤의 군더더기 없는 의상들. 하지만 전형적인 남성복의 패턴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에 관계없이 여성이 남성복을 입고, 남성이 여성복을 입는 것 또한 앤드로지너스 룩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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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남성복과는 달리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하늘하늘한 소재의 블라우스, 어깨와 소맷단에 잡힌 셔링, 통이 넓은 팬츠, 시스루 블라우스, 핑크색의 톤온톤, 레이스 패턴 등 여성복에서나 볼법한 패턴들을 과감히 남성복에 접목시켜 훨씬 여성스러워 보이고 중성적인 느낌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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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며 천재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J.W. ANDERSON의 2013년 menswear collection을 대표하는 디자인이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디자인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새롭다. 그는 페플럼 스타일의 무릎 위를 훌쩍 넘은 short pants 디자인과 롱부츠, 목 부분에 주름 잡힌 셔링, 둥근 곡선의 라인, 어깨를 훤히 드러낸 오프숄더 스타일의 상의처럼 이제껏 남성복에서 볼 수 없었던 패턴으로 순식간에 패션계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를 비롯한 앤드로지너스 룩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의 성공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성별의 뚜렷한 구분과 차별이 존재한다. 제이든 스미스처럼 여자 친구가 있는 이성애자임에도 불구하고 치마나 여성복을 즐겨 입는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여전히 게이라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리고 있다. 여성이 숏컷을 하고 앤드로지너스 룩을 추구하면 어떤 이들은 그녀가 레즈비언 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게이와 레즈비언을 예로 들며 조롱하는 것 자체가 성별의 고정관념뿐 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에게 씌워진 사회적 선입견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방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짧은 머리, 긴 바지,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성격을 가져야만 남자다운 것인가? 여자라면 모름지기 긴 머리와 하늘하늘한 옷, 부드러운 말투와 감성을 지니고 있어야만 여자다운 것인가? “남자답게, 여자답게,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이건 남자 옷, 저건 여자 옷, 남자는 이성적이야, 여자는 감성적이야” 같은 이야기만을 외치기엔 우리는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성향 또한 한 가지로 규정짓기 어려울 만큼 천차만별일 것이다. 어떤 이는 남성성이 더 많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여성성이 더 많거나 혹은 두 성향이 조화를 이룰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성별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여전히 많은 편견이 존재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이런 디자이너들의 성공이 사회가 규정지은 젠더의 구분을 벗어나 LGBT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젠더 이퀄리즘과 자유를 향해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상: 유튜브

참고자료: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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