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학을 품은 예술, 예술을 낳는 미학 [예술철학]

예술 철학은 뭐고, 미학은 또 뭔가요.
글 입력 2016.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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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기고하면서 제목 끝에 [예술철학]이라고 꼬리표를 붙였다. 그러면서 정작 예술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예술과 관련하여 그저 어렵게, 복잡하게, 형이상학적으로 토로하면서, 유명한 학자들의 이름이나 누구나 알만한 작가들, 작품들을 거론한다고 해서 모두 [예술 철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예술 철학의 본질에 가까운 오피니언을 쓰려면, 예술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에서는 예술과 철학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미학과의 차이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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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왜 그것을 아름답다고, 예술이라고 부르는가” 등 예술과 미에 대한 성찰은, 누가 보다 깊이 고민하는가에 차이를 보일지는 몰라도, 누구나 맞닥뜨리는 반성이다. 고민하는 일이 본업이었던 철학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간, 삶, 사회 등 각종 고민거리 중에 ‘미’와 ‘예술’도 포함된다. 그들은 사색과 통찰을 통해 이들을 보다 사유 가능케 하기 위해 노력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을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일반 사람들도 체계적이고 이론적이지는 않더라도 예술에 관한 각자 나름의 생각과 논리를 피력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철학과 예술이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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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와 예술에 관한 고찰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끈질기게 물었다. 이는 ‘대 히피아스;(Hippias major)라는 대화록에서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는 소크라테스와 히피아스의 대화를 통해 ‘어떤 것이 아름다운가’의 문제가 아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로서 미적 표상을 정의하게 위해 노력했다. 이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름다움보다 예술 그 자체에 대한 논의에 천착한다. ‘시인론’, ‘시학’, ‘수사학’ 등 그가 전개한 예술 관련 논의들은 예술의 독자적인 위치를 강조한다. 이를 두고 최초로 기술된 ‘예술 개론’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의는 오래 전에 시작되었지만, 학문의 한 분과로 성립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미학(esthetics)은 종종 예술과 아름다움을 다루는 독립적 학문으로 일컬어진다. 앞서 말한바 대로, 예술과 아름다움을 보다 깊이 있으면서, 체계적, 이론적으로 생각하고 살피려는 시도이다. 이는 18세기 중엽 철학자 바움가르텐의 저서 ‘Asthetica’에서 비롯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말은 그리스어의 아이스테시스(aesthesis, 감각)에서 유래된 말이다. 바움가르텐은 미학을 ‘감성학’, 감성적 인식을 배우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적 대상은 감성적이기 때문에 이성적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논리학 등으로부터 독립되어 동등하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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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학’(asthetics)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이후 철학자들은 각자의 사유 체계에 맞게 보다 엄밀한 언어적 사용을 요구했다. 철학자 칸트는 미학이라는 말을 피해 ‘판단력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미학의 문제를 논했다. 플라톤 이후 일관되게 지속되어온 미에 대한 관념은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불변하고 초감각적인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칸트는 이에 저항하며 ‘미적인 것’은 이념으로서 추구되는 ‘미 자체’에 대한 것에서 인간의 의식에 ‘비추어진 미’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즉, 칸트는 지금까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미적 회의에서 인간은 무엇을 아름다움이라 느끼는지에 대한 심미적 판단으로 논의를 전환했다.

이와 더불어 헤겔은 ‘에스테티카’(Asthetica)는 ‘감성학’이지, 미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학’조차도 완전히 정확한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헤겔의 입장에서 미학은 일반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예술의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헤겔은 ‘예술철학’ 혹은 ‘미의 예술철학’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향은 19세기 이후 학문의 과학화 과정을 거치면서 객관적으로 경험 가능하고 증명 가능한 예술에 관한 논의로서 진행된다. 이에 따라 플라톤적 전통에서 뻗어 나와 아름다움 전반에 대해 관념적으로 물었던 미학은 엄밀하게 예술만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예술학과 그러한 예술적 개념들을 분석하는 예술 철학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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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예술과 미, 작품과 관념을 별개로 구분하여 연구하는 것은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미학이든 예술철학이든 예술학이든 미적 관련성의 범주에 근거하여 예술 현상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학이 추구하는 미적인 것은 자연미와 같은 내용 없는 형식적인 것이고, 예술학이 추구하는 예술적인 것이 내용을 가진 예술미라고 단적으로 말하기도 힘들다. 이와 같은 관계는 종교화에서 종교성을 제거할 수 없고, 풍자 문학에서 사회성을 제거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종교성과 사회성이 예술 그 자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술에서 미학적 논의를 소거하는 것과 미에서 예술적인 것을 지우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이로 인해 예술학과 예술철학을 미학의 세부 분야로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러한 논의에 근거하여, 미학은 예술적 영감을 낳고, 예술은 미학적 담론을 품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미는 예술을 통해 성립되는 관념이고, 예술은 미를 형상화하는 형식이다. 미학과 예술철학, 예술학이 반드시 같은 사실은 아니라 주장할 순 있지만, 같은 원리에 서 있는 것마저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미학자 크로체는 “모든 철학적 과학이 그러하듯 미학은 언제나 귀납적인 동시에 연역적이다. 귀납과 연역은 분리할 수 없고, 참된 과학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 따로 불리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듯, 미학과 예술 철학의 모호한 속성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예술철학’과 ‘미학’은 종종 혼용된다. 즉, 대부분의 예술철학적, 미학적 담론은 모두가 인간의 미적, 감성적 생활을 알고, 그 생활의 원인과 조건들을 깊이 있게 조명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최연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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